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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퍼 출신 35세 정치인, 네팔 총선 압승… 수십 년 기성 정치 지배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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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6. 03. 09. 14:47

국민독립당(RSP), 직선 의석 157석 중 121석 확보… 비례대표에서도 과반 선두
'래퍼 출신' 발렌드라 샤, 올리 전 총리 지역구서 3배 이상 득표차로 격파
"제한된 자원·행정 역량 부족, 국정 운영이 진짜 과제"
NEPAL-POLITICS-VOTE <YONHAP NO-5906> (AFP)
지난 7일(현지시간) 네팔 자파주 다막 개표센터에서 라스트리야 국민독립당(RSP) 총선 후보 발렌드라 샤가 당선 증서를 받은 뒤 승리의 브이(V) 표시를 하고 있다. 네팔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샤가 같은 지역구에 출마한 전 총리 카드가 프라사드 샤르마 올리를 꺾고 의회 선거에서 승리했다고 확인했다/AFP 연합뉴스
네팔에서 래퍼 출신 정치인 발렌드라 샤(35) 전 카트만두 시장이 이끄는 국민독립당(RSP)이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며 수십 년간 네팔 정치를 지배해 온 기성 정당 체제를 무너뜨렸다. 지난해 9월 반부패 시위로 촉발된 세대교체 요구가 투표로 현실화된 것이나, 신생 정당의 국정 운영 역량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도 적지 않다.

9일(현지시간) AP와 채널뉴스아시아(CNA) 등에 따르면 4년 전 창당한 RSP는 전날 오후까지 직선 의석 157석 중 121석을 확보했다. 나머지 미확정 8개 선거구에서도 RSP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 110석이 배분되는 비례대표 투표에서도 RSP는 개표된 표의 약 절반을 득표해 과반 의석 확보가 유력하다. 네팔 하원은 직선 165석과 비례대표 110석, 총 275석으로 구성된다. 최종 결과는 이번 주 중 발표될 예정이다.

RSP의 총리 후보인 샤 전 시장은 전날 자파 지역구에서 KP 샤르마 올리(74) 전 총리를 3배 이상의 득표 차이로 꺾었다. 올리 전 총리는 4차례 총리를 역임한 네팔 정치의 거물로 지난해 9월 청년 시위 당시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CNA에 따르면 올리 전 총리는 샤 전 시장의 "순조롭고 성공적인 5년 임기"를 기원하며 패배를 인정했다. 수십 년간 번갈아 집권해 온 네팔회의당(NC)과 통합마르크스레닌주의당(CPN-UML)은 각각 17석과 7석에 그쳤다. NC의 새 지도자인 가간 타파 역시 RSP 후보에게 패배했다.

'발렌(Balen)'이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진 샤는 힙합 래퍼로 활동하며 네팔 기득권층을 비판하는 노래로 청년층의 지지를 얻었다. 2022년 카트만두 시장 선거에서 승리해 정치에 입문했으며, 지난해 9월 올리 전 총리 퇴진을 이끈 시위의 중심 인물로 부상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샤 전 시장은 당시 올리 총리의 사임 직후 소셜미디어에 "젠지(Gen Z) 여러분, 이제 여러분 세대가 나라를 이끌어야 합니다. 준비하세요"라는 메시지를 남겨 화제를 모았다. 그는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350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고, 주류 언론 인터뷰 대신 SNS를 통해 유권자와 직접 소통하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RSP의 선거 캠페인은 카트만두 서부 발라주 지역 당사 건물 상층부에서 지휘됐다. 로이터가 RSP 관계자 6명을 인터뷰한 내용에 따르면 11명으로 구성된 전략·조사·기록부가 300명의 당원을 3개 전국 팀으로 나눠 선거 전술 수립·집회 조직·온라인 콘텐츠 관리 등을 총괄했다. 샤 전 시장은 8일에 한 번씩 대규모 연설을 하고, 660명 규모의 소셜미디어 팀이 이를 확산시키는 방식으로 메시지를 관리했다. 재외 네팔인, 특히 미국 거주 네팔인들의 대규모 기부금이 중앙 캠페인의 주요 재원이 됐다.

RSP는 선거 공약으로 △120만 개 일자리 창출 △1인당 국민소득 1447달러(약 215만 원)에서 3000달러(약 445만 원)로 상향 △국내총생산(GDP) 1000억 달러(148조 5900억 원) 달성 △전 국민 건강보험 도입 등을 5년 내에 이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RSP의 국정 운영 역량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독립 분석가 케샵 프라사드 포우델은 AP에 "국민의 기대가 높다는 것이 신생 정당이 이를 충족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제한된 자원과 제도적 지원 부족이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총선은 지난해 9월 네팔에서 발생한 청년 주도 반부패 시위 이후 첫 선거다. 당시 SNS 차단 조치에 반발해 시작된 시위는 부패와 경제난에 대한 광범위한 불만으로 확산됐고, 시위대가 정부 청사를 공격하고 경찰이 발포하면서 수십 명이 사망하고 수백 명이 부상했다. 최근 네팔 정부가 구성한 9월 시위 진상조사위원회도 수실라 카르키 임시 총리에게 900쪽 분량의 보고서를 제출했다. 올리 전 총리는 시위대에 대한 발포 명령을 부인하며 "침투자들"에게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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