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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은 2022년 디지털시장법(DMA)을 제정하고 알파벳·애플·메타 등 6개 기업을 이른바 '게이트키퍼'로 지정해 엄격한 사전 규제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경쟁 촉진과 소비자 보호라는 목표를 내세운 이 법은 그러나 3년이 채 안 된 지금, 의도와 사뭇 다른 결과를 낳고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쏟아지고 있다.
중동부 유럽 7개국 소비자 3500명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DMA 시행 이후에도 구글과 페이스북 이용 행태는 변하지 않았다. 경쟁 활성화 효과는 없었고, 온라인 작업 복잡성만 39% 늘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410만 개 앱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GDPR 시행 이후 전체 앱의 3분의 1이 퇴출되고, 신규 앱은 절반으로 줄었으며, 소비자 잉여 역시 3분의 1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 벤처 투자와 스타트업 창업도 유의미하게 위축됐다.
수수료 상한제 역시 기대와 달랐다. 애플 앱스토어 수수료 인하 조치 이후 소비자 가격을 낮춘 앱은 전체의 9%에 불과했고, 수수료 절감분의 86% 이상은 EU 외 개발자에게 귀속됐다. 플랫폼 규제는 대형 기업을 실질적으로 겨냥하지 못하면서, 오히려 중소 사업자의 시장 진입 비용을 높이는 역효과를 낳았다. 규제가 신규 진입을 막아 기존 대기업을 보호하는 아이러니가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한국이 EU보다 훨씬 더 까다로운 상황에 처해 있다는 점이다. 검색엔진 시장에서 네이버와 구글이 양강 구도를 이루고 있고, 카카오톡은 국민 메신저로 자리 잡았다. K-콘텐츠는 유튜브·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으며, 화장품 수출은 2025년 114억 달러를 기록했다. 한국의 플랫폼 자립도는 외국에 장벽을 쌓은 중국을 제외하면 사실상 세계 1위로 평가된다. 이 생태계가 글로벌 플랫폼과 긴밀하게 맞물려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설픈 규제는 넷플릭스,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글로벌 플랫폼들이 한국에서 진행하는 투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온플법 논의는 통상 마찰로 번질 수 있는 민감한 외교적 파장도 수반한다. 미국은 온플법의 사전 지정제가 미국 기업을 정조준할 소지가 있으며, 한·미 FTA의 비차별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EU의 DMA에 대해 이미 비관세 장벽이자 미국 빅테크를 겨냥한 차별적 조치라고 반발하며 상응 조치 가능성을 거론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더불어 과도한 규제는 중국 플랫폼의 국내 시장 확대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미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는 국내 쇼핑 앱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국내 플랫폼과 글로벌 플랫폼을 동시에 옥죄면서 반사이익을 누리는 것이 규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 중국 플랫폼이 되는 시나리오는, 당초 규제의 취지와 정반대의 결과다. 온라인 뱅킹 분야에서 '선규제 후시행' 방식으로 중국에 뒤처졌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