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118.80)는 전년 동월 대비 2.2% 상승하며 석 달 만에 다시 오름폭을 키웠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여전히 물가 안정 목표 범위에 근접한 수준이지만,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특히 석유류 가격이 9.9% 급등하며 3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점은 단순한 일시적 반등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중동 전쟁이 조기에 종식돼도 에너지 수급 영향에 물가는 계속해서 상방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동전쟁이 조기에 끝나더라도 국제 유가는 전쟁 이전보다 43% 높은 배럴당 90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공업제품과 서비스 물가 상승에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는 점도 향후 물가 충격이 우려되는 대목입니다. 지난달 공업제품 물가지수(118.80)는 1년 전보다 2.7% 상승하며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1분기 서비스 물가지수(115.96)도 작년 동기보다 2.4% 오르며 3개 분기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서민 생활과 밀접한 이들 품목의 물가 상승이 누적된 상황에서, 추가적인 비용 상승은 '체감 물가'를 더 크게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은행이 이달부터 소비자물가 상승폭 확대를 전망한 것도 이러한 파급 효과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여기에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가 맞물리며 물가 불안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하기 어렵습니다. 26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은 경기 하방 압력을 완충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측면이 있지만, 시중 유동성을 확대해 단기적으로는 수요 측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특히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공급 측 인플레이션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재정 지출까지 확대될 경우, 수요와 비용이 동시에 물가를 밀어 올리는 '이중 압력'이 형성될 수 있습니다.
이에 국제기구와 해외 투자자들 우리 물가에 대한 눈높이도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종전보다 0.9%포인트(p) 높인 2.7%로 제시했습니다. 해외 주요 투자은행(IB) 8곳도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월 말 평균 2.0%에서 3월 말 2.4%로 0.4%p 상향 조정했습니다. 이는 중동발 고유가 충격이 이제부터 본격화한다는 것으로 단순한 전망치 조정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결국 정부의 물가 대응 정책 역시 보다 정교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취약계층 보호와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부담 완화에 집중하되, 전반적인 재정 지출은 물가 자극 효과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해야 합니다. 재정의 속도와 규모뿐 아니라 '어디에 어떻게 쓰느냐'가 더욱 중요해진 시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