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제품 관세가 철폐되는 ‘무관세 시대’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우유 시장의 판도는 크게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다.
한·미, 한·EU FTA에 따라 미국산에 이어 오는 7월 유럽산 우유까지 무관세 혜택을 받게 되면서 수입산의 공세가 거세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소비자들은 여전히 가격보다는 신선도와 안전성을 선택의 핵심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가 실시한 인식조사에 따르면, 소비자 10명 중 6명은 우유 구매 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신선도’를 꼽았다. 반면 가격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는 응답은 13.8%에 불과했다. 특히 소비자들은 착유 후 2~3일 내에 식탁에 오르는 국산 신선우유의 유통 과정을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
이에 반해 수입 멸균우유가 국내 소비자에게 도달하기까지 3개월 이상의 긴 시간이 소요된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던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품질에 대한 우려 섞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소비 경향은 최근 발표된 ‘2025년 우유·유제품 소비행태 조사’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응답자의 87.3%가 국산 원료를 사용한 제품이 수입산보다 우수하다고 인식했으며, 국산 우유를 선호하는 주된 이유로 신선도와 품질 안전성을 꼽았다. 수입 멸균우유를 직접 경험해 본 소비자들 역시 맛과 풍미 면에서 국산보다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반응을 보였으며, 70% 이상은 향후에도 수입 제품을 마실 의사가 없다고 밝혀 국산 우유에 대한 견고한 신뢰를 입증했다.
유통 현장의 분위기 또한 차분하다. 무관세 시행 이후 100여 일이 지났지만, 현장에서는 수입산 우유의 유입 증가나 가격 하락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크다.
수입 유제품의 경우 관세 외에도 물류비와 환율, 복잡한 유통 구조 등의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에 관세 철폐가 곧바로 파격적인 가격 경쟁력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실제로 올해 초 미국산 유제품의 관세가 사라졌음에도 수입량은 예상보다 저조한 수준에 머물렀다.
결국 현재의 우유 시장은 단순한 가격 싸움을 넘어 ‘품질의 가치’를 겨루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수입 제품이 보관 편의성을 앞세운다면, 국산 우유는 범접할 수 없는 신선함과 신뢰도를 무기로 시장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무관세라는 시장 조건의 변화가 소비자들의 오랜 선택 기준까지 바꾸지는 못한 셈이다. 먹거리 안전과 신선함에 민감한 한국 소비자의 특성이 유지되는 한 국산 우유의 입지는 앞으로도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