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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의 보석 회사인 체인인 Ratners(래트너스)는 CEO인 제럴드 래트너가 공개 연설에서 자사 제품을 "형편없다"는 취지로 조롱한 바 있다. 그 뒤 소비자 신뢰가 무너지며 회사 가치가 급락하게 된다. 회사는 이후 Signet(시그넷)으로 이름까지 바꾸게 된다.
최근 우리 중소기업계는 전쟁 및 인력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 서 있다. 하지만 현장의 경영자들을 만나보면 정작 기업을 뿌리째 흔드는 위기는 외부가 아닌 내부의 '입'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요, 혀는 몸을 베는 칼이다"라는 '구시화지문(口是禍之門), 설시참신도(舌是斬身刀)'의 교훈은 2026년 대한민국 중소기업 현장에 여전히 유효하다.
특히 인원이 적은 중소기업일수록 이 교훈의 파급력은 더욱 크게 작용한다. 위의 사례처럼 경영자의 독단적인 언사나 정제되지 않은 지시는 조직의 창의성, 심하게는 조직 자체를 붕괴시키는 독이 되기도 한다.
이를테면 경영자의 "시키는 대로 해" 혹은 "예전에는 이렇지 않았는데"와 같은 권위주의적 발언은 MZ세대 인재들의 이탈을 가속화하는 직격탄이 된다.
경영자의 입이 소통의 통로가 아닌 명령의 창구로만 기능할 때, 기업의 혁신은 멈추고 조직 문화는 경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보의 관리 측면에서도 말은 위기의 근원이다. 글로벌 공급망에 깊숙이 편입된 오늘날, 기술 보안은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다. 핵심 기술 유출이나 계약상 비밀 유지 위반은 거창한 해킹보다 술자리에서의 가벼운 실언이나 보안 의식 없는 대화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한순간 방심한 말이 수십 년 쌓아온 기업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는 재앙이 되는 것이다.
노사 갈등의 불씨 역시 공감 없는 대화에서 지펴진다. 주 52시간제 준수나 임금 협상 등 민감한 현안을 다룰 때, 사 측의 일방적인 사정 설명이나 고압적인 언행은 불필요한 마찰을 야기한다. 위기 상황일수록 경영진은 입을 닫고 귀를 열어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결국 중소기업의 생존 전략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경영자의 언어 철학에서 시작된다. 감정적인 언어를 배제하고 데이터에 기반한 투명한 소통을 실천하며, 조직 내에 비난보다는 격려의 언어가 흐르게 해야 한다. 구시화지문의 반대말은 입이 복이 들어오는 문이 된다는 '구시복지문(口是福之門)'이다. 입을 어떻게 다스리느냐에 따라 그것은 재앙의 문이 될 수도, 새로운 도약을 향한 축복의 통로가 될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