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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베트남 등 주요 국가들은 국가 차원의 AI 전략을 앞세워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동남아 AI 허브'를 목표로 주권 AI 펀드 조성을 추진 중이며, 베트남 역시 '2030 디지털 전환' 전략을 통해 산업 전반의 AI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이 같은 환경 변화 속에서 국내 AI 스타트업들은 현지 산업의 구조적 한계를 파고들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생산 효율이 낮은 제조 현장, 금융 접근성이 떨어지는 계층,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 등 '미충족 수요'를 공략하는 전략이다.
대표적으로 제논은 인도네시아 제조 현장에서 비전 AI 기반 품질 검사 자동화 솔루션을 도입해 생산 공정 효율을 개선하는 성과를 냈다. 기존에는 작업자의 육안 검사에 의존해 불량 판별 정확도가 낮고 인력 수급에 따라 생산 대응이 제한되는 구조였지만, AI 기반 실시간 판별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품질 관리의 일관성과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회사는 이러한 실증 경험을 바탕으로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동남아 제조 시장 공략을 확대하고 있다.
금융 분야에서는 에이젠글로벌이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한 AI 신용평가 모델로 접근성을 넓히고 있다. 동남아 지역은 금융 이력이 부족한 인구가 많아 기존 금융 시스템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용자의 활동 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신용도를 산출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기존 금융권에서 대출이 어려웠던 계층까지 서비스 범위를 확장하고 있으며, 모빌리티 플랫폼과 연계한 금융 모델도 실증 단계에 들어갔다.
의료 영역에서는 웨이센이 내시경 영상 분석 AI 솔루션을 앞세워 동남아 시장에서 기술 검증을 진행 중이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을 중심으로 병원과 협력해 실제 진단 환경에서 AI 적용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으며, 의료진의 판독 보조를 통해 진단 정확도와 효율성을 동시에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현지 병원 네트워크와의 협업을 통해 솔루션을 시스템 단위로 확장하는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이들 사례는 공통적으로 '기술 수출'이 아닌 '문제 해결형 진출'이라는 특징을 보인다. 단순히 AI 솔루션을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제조 불량률·금융 소외·의료 인프라 격차 등 현지 산업의 구조적 한계를 직접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업계에서는 동남아 시장을 'AI 적용 초기 단계'로 보고 있다. 인프라 수준은 선진국 대비 낮지만, 그만큼 기술 도입에 따른 개선 효과가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여기에 글로벌 빅테크뿐 아니라 현지 기업들까지 가세하면서 기술력과 현지화 역량을 동시에 요구하는 시장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동남아는 단순히 기술을 공급하는 시장이 아니라 산업별 문제를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현지 환경에 맞게 적용하느냐가 성패를 가르는 곳"이라며 "기술력과 함께 데이터 확보, 파트너십, 현지화 역량을 동시에 갖춘 기업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