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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은 됐는데 지갑은 안 열린다”…1분기 GDP·소비심리 엇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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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이지훈 기자

승인 : 2026. 04. 27. 18:00

수출 5.1% 급증에도 체감경기는 냉골
민간소비 0.5% 증가 그치고 CCSI 1년 만에 100 하회
"노동시장 유연화·산업구조 전환이 해법"
명동거리 송의주 기자
서울 중구 명동 거리 / 송의주 기자
"길거리에 사람이 눈에 띄게 줄었어요. 예전에는 새벽에도 영업을 했지만, 요즘은 마감 시간을 많이 앞당겼습니다. "

대전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40대 자영업자 박모 씨는 최근 매출 감소를 체감하고 있다며 이같이 토로했다.

지난 1분기 경제 성장률이 시장 전망을 크게 웃도는 호조를 보였지만, 중동전쟁 장기화 여파로 소비심리는 오히려 꺾이면서 경기 회복세의 체감도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직전분기대비·속보치)은 1.7%로 집계됐다. 한은이 2월에 제시한 전망치(0.9%)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로, 2020년 3분기(2.2%) 이후 22분기 만의 최고치다. 수출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5.1% 급증했고,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도 각각 4.8%, 2.8% 증가하며 성장을 이끌었다.

하지만 수출 호황의 온기가 내수로 퍼지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민간소비는 전 분기 대비 0.5% 증가에 그쳤다. GDP에서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핵심 지표가 이 수준에 머문 것은, 수출 활황이 가계 살림까지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민간소비와 관련 " 2분기 중 추가경정예산 효과 반영이 기대되나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물가 충격이 혼재돼 있어 하반기로 갈수록 소비 성장세는 점차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체감경기 지표는 더욱 냉엄하다. 4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9.2로 전월(107.0) 대비 7.8포인트(p) 급락, 2025년 4월 이후 1년 만에 기준선(100) 아래로 내려앉았다. 지난달(-5.1p)에 이어 두 달 연속 하락이다.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인한 에너지 공급 차질과 물가 상승 우려가 심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기업 심리도 냉각 중이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5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는 87.5로 4월(85.1)에 이어 두 달 연속 기준치(100)를 밑돌았다. BSI는 100보다 높으면 전달 대비 경기 전망이 긍정적, 낮으면 부정적이라는 의미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수출 호황이 소비로 이어지지 않는 원인을 구조적 문제로 진단했다. 박 교수는 "수출이 늘어도 생산기지가 해외에 있어 국내 고용으로 연결되지 않고, 수출 대금도 미국 투자 요구 등으로 국내에 잘 유입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방산·자동차 등 일부 업종만 수출이 잘 되는 산업 양극화도 내수 부진의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반도체 기업의 역대급 순이익이 국내 설비투자로 연결되려면 노동시장 유연화가 선결 과제"라며 "아울러 부가가치가 낮은 분야에서 유망 산업으로의 선순환 구조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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