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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엔지니어링, R&D 55% 급감 뒤 1분기 반등…에너지 전환 맞춘 ‘선택과 집중’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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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빈 기자

승인 : 2026. 05. 17. 16:45

지난해 R&D 190억원…10대 건설사 중 최저
조직 재편 영향 탓…단, 1분기 들어 빠르게 투자 회복
플랜트·에너지 중심 구조 전환과 맞물린 ‘전략적 조정’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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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연구개발(R&D) 투자가 전년 대비 절반 이상 줄며 대형 건설사 가운데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았던 현대엔지니어링이 올해 1분기 들어 빠른 반등 흐름을 보이고 있다. 회사 측이 설명한 조직 개편에 따른 일시적 감소가 수치로 확인되는 동시에 연구개발 방향 자체가 기존 EPC(설계·조달·시공) 중심에서 에너지·투자 개발형 구조로 재편되는 과정이라는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단순한 비용 축소보다 사업 구조 전환에 맞춘 전략적 재배치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의 2025년 연간 R&D 비용은 190억5600만원으로 전년 422억9700만원 대비 54.95% 감소했다. 매출액 대비 R&D 비중도 0.29%에서 0.14%로 낮아지며 삼성물산 건설부문, 현대건설 등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연속 400억원대 투자를 유지했던 점을 고려하면 감소 폭은 더욱 두드러진다. 같은 해 매출 대비 R&D 비중이 1.08%였던 대우건설과 비교하면 격차는 7배 이상이다.

지난해 R&D 비용 감소의 직접적인 배경으로는 조직 재편 과정에서의 회계 처리 문제가 거론된다. 2024년까지 미래기술사업부, 건축사업본부, 플랜트사업본부 등 3개 본부 14개팀 체제였던 연구 조직은 2025년 미래기술사업부가 미래전략본부로 통합되는 과정에서 건축·플랜트 중심의 2개 본부 10개팀 체제로 조정됐다. 이 과정에서 일부 인력이 임시 조직으로 분류되면서 관련 비용이 R&D 항목에서 제외됐고, 결과적으로 장부상 연구개발비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올해 1분기에는 인력 등록 체계가 재정비되면서 R&D 비용이 다시 늘어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의 R&D 투자 규모 자체보다 연구개발의 방향성을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급감한 수치만으로 연구개발 역량이 축소됐다고 단정하기보다는, 조직 개편과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이 맞물린 결과로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현대엔지니어링의 최근 연구 과제에서는 방향성 변화가 감지된다. 지난해 모듈러 부문에서는 OSC 기반 공동주택 생산시스템 혁신기술, H형강 모듈러 구조시스템, 실대형 테스트랩, PC공법 접합기술 등 생산성 개선 중심 과제가 확대됐다. 수소 분야에서도 보령 수전해 기반 수소생산기지 구축, 제주 PEM 수전해 시스템 개발 실증 등이 신규 과제로 추가됐다. 반면 LLM, LVLM, 데이터 플랫폼 등 AI·디지털 내부 과제는 대거 축소됐다. 디지털 전환 중심의 내부 효율화 과제보다 플랜트·에너지 밸류체인과 직접 연계되는 연구개발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올해 1분기에도 이 같은 흐름은 이어졌다. OSC 기반 공동주택 생산시스템, 배근 검사 및 결속 자동화, XR 기반 인간-로봇 협업 플랫폼 등 건설 생산성·안전 기술 과제가 지속됐고, 보령·제주 수소 프로젝트도 연구 과제에 포함됐다. 여기에 부생가스 기반 CO₂ 저감형 하이브리드 환원제철 기술 개발 등 탄소 저감형 과제도 새롭게 더해졌다. 건설 본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에너지·탄소 저감 신사업으로 확장하려는 포트폴리오로 해석된다.

이 같은 변화는 현대엔지니어링의 사업 구조 전환과도 맞닿아 있다. 2025년 초 발생한 사고 이후 현대엔지니어링은 국내 주택 수주를 사실상 중단했고, 이에 따라 건축·주택 부문의 국내 매출은 감소했다. 반면 플랜트·인프라 부문 국내외 매출은 5조3778억원으로 전체의 38.7%를 차지하며 처음으로 건축·주택 부문을 넘어섰다. 주택 중심 성장 공식에서 플랜트·에너지 중심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26년을 사실상 '사업 재편 원년'으로 삼고 있다. 에너지 사업 확대, 원천기술 확보, 첨단산업 수주, 전기차 충전 인프라 등을 새 성장축으로 제시한 가운데, 지난달 미국 텍사스주 힐스보로 200MW급 태양광 발전소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융 약정을 약 3억1000만달러 규모로 체결했다. 사업권 인수부터 인허가, 전력판매계약, 금융 조달까지 전 과정을 주도한 첫 해외 재생에너지 투자개발형 사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난해 대규모 손실을 딛고 영업이익 2779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한 점도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는 배경으로 꼽힌다. 수익성 회복을 바탕으로 기존 EPC 중심 사업 구조에서 투자개발형 사업자로 외연을 넓히려는 전략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올해 1분기부터 인원 등록 체계를 재정비하면서 연구개발비가 정상 궤도로 회복되고 있다"며 "R&D를 축소하는 것이 아니라 중장기 우상향 기조 아래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 방향에 맞춘 지속 투자 구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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