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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연료 고갈’ 쿠바 체제 압박 최고조…‘정부·공산당 위 군림’ GAESA 제재·라울 카스트로 기소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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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6. 05. 17. 07:10

쿠바 디젤·연료유 완전 소진…미, 1억달러 인도지원 제시
CIA 국장 전격 방문...트럼프, 레드라인 집행 가능성 경고
미, GAESA 제재 확대…카스트로 일가 협상 주도
라울 카스트로기소 추진 땐 협상 중단 우려
Justice Department Cuba
라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2025년 5월 1일(현지시간) 쿠바 아바나 혁명광장에서 열린 노동절 퍼레이드 중 쿠바 국기를 흔들고 있다./AP·연합
쿠바가 발전소 가동에 필요한 디젤과 연료유를 완전히 소진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경제 제재와 라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94) 기소 추진으로 체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존 랫클리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14일 쿠바를 방문해 경제 개방과 정치 자유 확대를 요구했고, 미국은 가톨릭교회 등 독립 구호단체를 통해 1억달러(1500억원)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제공할 의사도 밝혔다.

미국의 다음 주요 압박 표적은 쿠바 경제의 40~70%를 장악한 것으로 추정되는 군부 운영 기업집단 GAESA(기업행정관리그룹·Grupo de Administracion Empresarial SA)로 이 집단이 공산당이 아니라 쿠바에서 가장 강력한 실체라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분석했다.

CUBA-USA/
존 랫클리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쿠바 아바나에서 쿠바 관리들과의 회의에 참석하는 모습으로 CIA가 14일 엑스(X)를 통해 공개한 사진./로이터·연합
◇ 랫클리프 CIA 국장 쿠바 방문…"트럼프, 레드라인 집행" 경고·1억달러 인도지원 병행

랫클리프 국장의 방문은 쿠바 정부가 먼저 공개했는데, 이는 과거 이런 회동을 부인해 온 관행에서 벗어난 행보라고 FT가 짚었다.

랫클리프 국장은 쿠바에 실패한 경제를 안정시킬 드문 기회가 있다고 전달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레드라인을 집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환상을 가져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고 FT가 미국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랫클리프 국장 방문에 맞춰 고위 정치범 한 명이 석방됐고, 쿠바 공산당 기관지 그란마(Granma)는 성명에서 쿠바가 미국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쿠바계인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미국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기회를 주겠다. 하지만 그런 일이 일어날 것 같지 않다"며 "현 집권층이 권력을 유지하는 한 쿠바의 궤도를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관리는 쿠바가 이란과의 분쟁 장기화와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의 민주당 강세 예측을 이용해 시간을 끌고 있다고 우려한다고 FT는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또 과테말라·온두라스·자메이카 등에 쿠바 의료 인력 파견 의존도 축소를 압박했고, 에콰도르와 코스타리카는 쿠바와 외교 관계를 끊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알렸다.

CUBA-CRISIS/FUEL
한 쿠바 여성이 15일(현지시간) 아바나의 한적한 해안 대로에서 자신이 수거해 판매할 빈 캔을 가득 실은 쇼핑카트를 밀고 있다. 쿠바 정부는 섬의 연료 공급을 옥죈 미국 봉쇄 속에서 휘발유와 디젤 수입 실제 비용을 반영하기 위해 변동 연료 가격제를 시행할 계획이다./로이터·연합
Cuba Struggling Artist
한 쿠바 어린이가 9일(현지시간) 아바나의 한 동네에서 안무가 후안 미겔 마스가 이끄는 야외 공연 중 춤을 추고 있다./AP·연합
◇ 미 법무부, 라울 카스트로 마약 밀매·항공기 격추 혐의 기소 추진…"군사 작전 합법성 구실" 경고

트럼프 행정부는 쿠바 권력의 정점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법무부는 쿠바 혁명의 상징이자 가장 영향력 있는 생존 지도자로 꼽히는 라울 카스트로 전 의장에 대한 기소를 추진 중이다.

혐의는 마약 밀매와 1996년 인도주의 단체 '형제구조단(Brothers to the Rescue)' 소속 민간 항공기 2대 격추 사건이라고 NYT·로이터가 법무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피델 카스트로 당시 의장은 쿠바 영공 진입 항공기를 격추하라는 '상시 지침(standing orders)'에 따라 군이 행동했으며 라울 당시 국방장관이 구체적 명령을 내리지는 않았다고 밝혔으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격추가 공해상에서 이루어졌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미·쿠바 비밀 협상사를 저술한 피터 콘블루 작가는 로이터에 라울 기소는 협상의 '외교적 종착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면서 "이것이 라울 카스트로 체포 또는 암살을 위한 군사 작전의 합법성 구실(a fig leaf)을 만들어 준다"고 평가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 때 미·쿠바 수교 협상에 관여한 리카르도 수니가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서반구 담당 선임국장은 FT에 쿠바 정치 엘리트에 대해 "그들은 자신들이 권력에 있지 않은 쿠바의 미래를 상상하기 매우 힘들어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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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쿠바 남성이 15일(현지시간) 아바나에서 자전거를 타고 빈 주유소를 지나고 있다./로이터·연합
◇ 정부 예산 3배 수익 GAESA…회계 감사 거부·카스트로 일가 세습 지배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초 서명한 행정명령이 쿠바 군부 운영 기업집단 GAESA를 정조준한 조치라며 방산·광업·금융·보안 부문을 겨냥해 외국인과 기업이 쿠바와 거래할 경우 제재할 수 있도록 넓게 설계됐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GAESA가 쿠바 경제의 40~70%를 통제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행정명령은 GAESA 수익이 쿠바 정부 예산의 3배를 넘을 가능성이 있다고 명시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이 행정명령이 트럼프 행정부가 선택한 대상 어디에나 겨눌 수 있는 경제 무기로 작동하고 있다며 실제 캐나다 광산업체 셰리트인터내셔널(Sherritt International)이 제재 확대 직후 쿠바 니켈·코발트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루비오 장관은 GAESA를 "정부보다 돈이 많은 사기업"이라며 "이 돈은 도로 하나, 다리 하나, 쌀 한 톨도 GAESA 내부 인사 이외의 쿠바인에게 돌아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NYT가 공개한 지배 구조 분석에 따르면, GAESA는 라울 카스트로가 1980년대 국방장관 재임 시절 구상하고, 소련 붕괴 후 육성한 군부 기업 복합체로 관광 부문 수십 개 호텔을 비롯해 자회사 CIMEX를 통해 수백 개 주유소·슈퍼마켓·인터넷 서비스·환전소·부동산·해외 송금 서비스를 운영하며, 방코피난시에로인터나시오날(Banco Financiero Internacional)까지 장악해 쿠바 외환 보유고에 대한 지배력도 행사하고 있다.

GAESA는 앙골라에도 기업들을 운영하며 교육·보건·건설 사업에서 수억 달러의 연간 이익을 거두고 있다. GAESA의 재무는 정부 예산에 전혀 공개되지 않으며, 2024년 정부 감사원장이 GAESA 재정 정보가 없다고 시인했다가 14년 재직 후 해임됐다고 NYT는 전했다.

GAESA 현 수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달 제재를 가한 아니아 기예르미나 라스트레스 모레라 준장이며 2022년 사망한 루이스 알베르토 로드리게스 로페스-카예하 전 수장은 라울 카스트로의 사위였다.

NYT는 라울의 손자이자 미국 측 협상 채널로 알려진 라울 기예르모 로드리게스 카스트로와 라스트레스 현 수장과의 연계가 카스트로 일가의 영향력을 유지하는 통로일 가능성이 있다며 비행 기록상 두 사람이 2024년 GAESA가 미국 제재를 피해 복수의 기업을 등록한 파나마로 함께 전용기에 탑승한 정황이 있다고 현지 언론 취재를 인용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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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 차량 한 대가 15일(현지시간) 쿠바 아바나에서 피델 카스트로(왼쪽부터)·라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형제·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의 사진이 그려진 대형 광고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로이터·연합
◇ 관광객 반토막에도 호텔 증축…연료 고갈 속 민간기업 9200개, 국영 기업 앞질러

GAESA는 2015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미·쿠바 관계 정상화 이후 관광 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2025년까지 호텔 수를 56개에서 121개로 확대하고 객실 2만2000개를 추가했으나, 이후 트럼프 1기 제재 복원과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수요가 급감해 2024년 호텔 가동률은 30%에 그쳤다고 NYT는 전했다.

NYT가 인용한 쿠바 국가통계정보사무국(ONEI) 통계에 따르면 관광객 수는 정점 때 420만명에서 2024년 220만명으로 감소했고, 2024년 쿠바는 예산의 약 40%인 약 15억달러(2조2500억원)를 관광·접객업에 투입했는데 이는 교육과 보건 예산 합산의 약 11배다. 교육 예산은 2023년 대비 26% 삭감됐다.

연료난과 전력망 위기 속에서도 쿠바에는 9200개 이상의 소·중형 민간기업이 운영 중이며 2024년에는 민간 부문 소매 판매가 처음으로 국영 기업을 앞질렀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오마르 에베를레니 페레스 전 하바나대 쿠바경제연구센터 소장은 블룸버그에 "경제 상황이 이렇게 힘든 적이 없었다"며 "민간 부문만이 유일하게 위기를 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때 하루 10만 배럴 이상의 보조 원유를 제공했던 베네수엘라 지원은 미국 특수부대가 지난 1월 3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하면서 끊겼고, 3월 말 러시아 유조선 1척이 운반한 73만 배럴도 4월 초 모두 소진됐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하지만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무장관은 15일 브릭스(BRICS) 외무장관 회의에서 "미국의 제재·봉쇄·무력 위협에도 쿠바는 사회주의 발전을 향한 주권의 길을 계속 걷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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