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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최근 몇 년간 건설경기를 둘러싼 외부 환경은 녹록지 않다.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는 장기화하고 있고, 여기에 미국·이란 간 무력 충돌까지 겹치며 원자재 수급 불안도 다시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환경 속에서도 대형 건설사와 중견 건설사의 온도차는 뚜렷하다. 대형 건설사들은 오히려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는 분위기다. 원전과 에너지 인프라, 데이터센터 같은 대형 프로젝트는 물론 중동 지역의 재건 수요까지 잠재적 먹거리로 거론된다.
반면 중견 건설사들엔 이런 이야기가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참여 자체가 어려운 시장이기 때문이다. 자금 규모가 크지 않은 중견사로서는 원전이나 해외 재건 사업은 애초에 접근 자체가 쉽지 않은 영역이다.
결국 중견사들의 시선은 국내, 그중에서도 공공 발주 시장으로 향한다. 민간 분양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공공공사는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확보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 시장 역시 '기회의 장'이라기보다 생존 경쟁에 가깝다. 낙찰을 받더라도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는 구조여서다. 예정가격 중심의 입찰 방식에서는 급등하는 공사비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고, 공사 기간 중 발생하는 원가 상승분을 흡수할 장치도 제한적이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으로 사업 다각화가 거론되지만, 이 역시 중견사들엔 '그림의 떡'이다. 다각화는 선투자를 전제로 하고, 이는 곧 자금력과 리스크 감내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중견사들은 대부분 그때 벌어 그때 버티는 구조다. 당장 현금 흐름을 유지하는 것이 급선무인 상황에서 미래를 위한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기 쉽지 않은 셈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필요할까. 우선 공공시장 내 경쟁 구조를 다시 설계할 필요가 있다. 단순 가격 경쟁 중심의 입찰 방식에서 벗어나 공기 준수 능력, 품질 관리, 원가 관리 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체계 전환이 요구된다. 아울러 중견사들이 참여할 수 있는 중간 규모 투자사업 시장을 키우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 전환이나 지역 인프라 사업에서 일정 지분을 배분하거나, 컨소시엄 참여 시 실질적 역할을 보장하는 방식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물론 기업 스스로의 변화도 필요하다. 무리한 수주 경쟁에서 벗어나 선택과 집중을 통해 리스크를 관리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다만 시장 구조 자체가 저가 경쟁으로 흐르는 상황에서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지금의 건설시장은 같은 바다 위에 떠 있지만, 어떤 배는 엔진을 달고 있는 반면 어떤 배는 노조차 제대로 젓기 어렵다. 파도의 크기를 줄이는 것만큼, 배의 균형을 맞추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격차를 방치한다면, 결국 산업 전체의 항로도 흔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