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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범죄단지’ 단속에 쫓겨난 사기단, 스리랑카로 거점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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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6. 05. 18. 09:31

올해 외국인 사기범 1000명 이상 검거…작년의 두 배 이상
느슨한 비자·고속 인터넷 노려 빌라·사무실 임대 운영
중국 대사관도 "지리적 이동 확인"…인신매매 우려도
SRI LANKA-CYBERCRIME-SCAM <YONHAP NO-3889> (AFP)
스리랑카 콜롬보에서 지난 9일(현지시간) 사이버 사기 거점 운영 혐의로 체포된 중국인 용의자들이 교도관의 호송을 받으며 구치소로 이송되고 있다. 캄보디아·미얀마에서 대대적인 단속이 이어지자 사기 네트워크가 스리랑카로 거점을 옮기면서 검거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동남아시아 일대에서 사기 조직 단속이 강화되자 캄보디아·미얀마를 거점으로 삼던 온라인 사기 네트워크가 스리랑카로 무대를 옮기고 있다고 AFP통신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올해 들어 5개월 만에 검거된 외국인 사기 용의자가 작년 한 해 전체의 두 배를 넘어서며 스리랑카가 새로운 사기 허브로 떠올랐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스리랑카 경찰은 최근 올해 초부터 사이버 범죄 가담 혐의로 외국인 1000여 명을 체포했다. 프레드릭 우틀러 경찰 대변인은 검거된 외국인 대부분이 중국·베트남·인도 국적이라고 밝혔다. 2024년 한 해 검거 인원이 430명, 지난해는 그보다도 적었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 들어 급증한 셈이다.

당국이 우려하는 것은 단순한 검거 규모가 아니라 사기 네트워크의 거점 이동이다. 캄보디아와 미얀마에서 대대적인 단속과 강제 추방이 이어지자 일부 조직이 통째로 스리랑카로 자리를 옮긴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스리랑카 당국은 40개국 이상에 적용되는 30일 무비자 입국과 안정적인 고속 인터넷이 사기 조직을 끌어들이는 요인으로 꼽고 있다. 인도와 중국 국적자가 비자 면제 대상에 포함돼 있고, 다른 국적도 온라인으로 손쉽게 입국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스리랑카로 옮긴 범죄조직들은 호화 빌라부터 사무실 단지까지 임차해 거점을 꾸리고 있다. 우틀러 대변인은 지난 주 하루 밤 사이 남부 해안 골과 마타라 지역에서 5건의 합동 단속을 벌여 인도인 192명, 네팔인 29명을 검거했다고 전했다. 지난주에는 수도 콜롬보 인근에서 외국인 280명이, 지난 3월에는 한 사기 거점에서 중국인 135명이 한꺼번에 붙잡혔다. 경찰은 최근 부동산 소유주들에게 사기 조직으로 의심되는 세입자에게 빌라나 아파트를 임대할 경우 범죄 방조 혐의로 기소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지난달에는 스리랑카 세관이 중국인 9명이 중고 휴대전화와 노트북 수백 대를 밀반입하려다 적발했는데, 당국은 이들 장비가 대규모 사기 거점에서 쓰일 예정이었던 것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또 최근 스리랑카 재무부를 노린 사이버 공격으로 약 250만 달러(약 37억 원)가 빠져나간 사건에 외국 사기 조직이 개입했는지도 조사 중이다.

사기 거점 이동은 중국 정부도 공식적으로 인정한 흐름이다. 콜롬보 주재 중국대사관은 최근 성명에서 캄보디아·미얀마와 아랍에미리트(UAE)의 단속 강화 이후 스리랑카에서 불법 활동이 늘고 있다고 밝히고 "중국 정부는 이런 추세를 매우 중시하고 있다"며 스리랑카 사법당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사기 단지는 동남아 전역에서 로맨스 스캠·가상화폐 투자·도박 사이트로 인터넷 이용자를 유인하는 방식으로 운영돼 왔다. 초기에는 중국어 사용자를 주로 노렸지만 이후 다른 언어권으로 표적이 확대됐고, 일부 가담자는 자발적 공범이지만 다른 일부는 인신매매로 강제 동원된 외국인이다. 스리랑카 당국은 현재 자국 거점이 인도·베트남·필리핀 등 아시아 전역의 피해자를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보고 있으며, 자국민도 곧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검거 사례가 폭증하면서 이민 당국까지 수사 전면에 나섰다. 이민당국 관계자는 "경찰이 처리하는 사건 수가 늘어나면서 우리 요원들도 직접 투입되고 있다"고 AFP에 전했다. 올해 발표된 유엔 보고서는 동남아 사기 거점으로 인신매매된 인원이 최소 30만 명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스리랑카 당국은 자국으로 인신매매된 외국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지난 1년 사이 해외 사기 거점에서 구출돼 돌아온 스리랑카인은 수십 명에 달한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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