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도시재생 사후관리 조직에서 행안부 마을기업으로 전환 비타민센터·공유정원·마을호텔 운영하며 주민 주도 자립 기반 마련 세탁소 생계 우려에 빨래방 중지…수익보다 이웃 상생
김장데이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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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 저전골 마을관리 사회적협동조합 주민들이 비타민센터 공유주방에서 김장 행사를 하고 있다. /비타민 저전골 마을관리 사회적협동조합
도시재생 사업으로 수백억원이 투입된 전국의 거점 공간 상당수는 사업 종료 뒤 운영과 관리 문제에 부딪힌다. 하지만 전남 순천시 저전동 원도심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주민들이 직접 공간의 문을 열고, 운영 방식을 정하고, 수익사업의 방향까지 결정하면서 도시재생 자산을 마을의 생활 기반으로 바꿔가고 있다. 그 중심에는 수익보다 동네의 공존을 먼저 따지는 마을기업, '비타민 저전골 마을관리 사회적협동조합'(이하 비타민)이 있다.
비타민은 국토교통부 도시재생 사업 이후 남겨진 거점 공간을 주민들이 직접 관리하고 활성화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저전동에는 도시재생 사업비 197억원이 투입됐고, 이를 통해 조성된 공유공간은 16곳이다. 이 중 현재 비타민이 운영하거나 관리하는 공간은 11곳에 이른다. 출발은 국토부 도시재생 사업의 사후관리 조직인 마을관리 사회적협동조합이었지만, 공간 관리에 머물지 않고 행정안전부 마을기업으로 전환해 자립형 지역경제 모델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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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시 저전동 주민들이 비타민센터에서 열린 마을축제에 참여하고 있다. /비타민 저전골 마을관리 사회적협동조합
이강철 비타민 사무국장은 "마을관리 사회적협동조합은 도시재생으로 만들어진 거점 공간을 활성화하고, 자립 경제를 만들며, 동네를 활성화하는 역할을 함께 요구받는 조직"이라며 "비타민은 그 역할을 마을기업 방식으로 풀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 공간은 남초등학교 안에 들어선 비타민센터다.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 안에 주민 복합공간을 만든 사례로, 공유부엌과 강의실 등은 주민 모임과 교육, 행사 공간으로 활용된다. 공공시설 상당수가 평일 낮 시간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과 달리, 비타민센터는 번호키 방식으로 저녁과 주말에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비타민센터의 공간 대여 수익은 3000만원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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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 저전골 마을관리 사회적협동조합 주민들이 순천시 저전동 일대 공유정원을 조성하고 있다. /비타민 저전골 마을관리 사회적협동조합
저전동 원도심의 또 다른 변화는 정원에서 시작됐다. 주민들은 도심 속 빈 땅과 유휴지를 찾아 공유정원을 만들고, 주민들이 직접 가꾸는 체계를 세웠다. 현재 저전동 일대 공유정원은 47곳이다. 도시재생 사업 과정에서 주민 정원사도 양성했다. 지금은 비타민과 주민자치회, 통장단, 행정복지센터 등이 구역을 나눠 관리에 참여하고 있다.
원도심 특성에 맞춘 수익사업도 자리 잡았다. 저전동은 친척이나 지인이 찾아와도 묵을 곳이 마땅치 않다는 주민들의 불편이 있었다. 비타민은 이를 반영해 마을호텔을 운영하고, 지역 청년과 외부 청년이 머물 수 있는 청년 임대주택도 마련했다.
이불빨래방 사업을 접은 결정은 비타민의 운영 방식을 보여준다. 이 사업은 고령 주민과 1인 가구에는 편리하고 조합에도 수익이 될 수 있었지만, 동네 세탁소 두 곳이 생계 타격을 우려하면서 총회에서 다시 논의됐다. 한 시간가량 토론 끝에 조합원들은 27 대 2로 빨래방을 열지 않기로 했다. 이 사무국장은 "주민 편의와 조합 수익의 문제이기도 했지만, 세탁소에는 생계의 문제였다"며 "동네 활성화를 위해 시작한 조합이 지역 주민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사업을 해야 하느냐는 고민이 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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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센터 공유주방에서 주민 대상 요리교실이 진행되고 있다./비타민 저전골 마을관리 사회적협동조합
비타민에 도시재생 공간은 임대료를 받기 위한 시설만이 아니다. 주민 생활을 편하게 만들고, 기존 상권과 충돌하지 않으며, 동네 안에서 관계를 다시 잇는 기반이다. 수익사업을 하면서도 지역 전체의 균형을 따지는 이유다.
이 사무국장은 "행정은 이용자 수나 매출처럼 눈에 보이는 수치를 먼저 보지만, 마을기업의 역할은 지역사회 안에서 어떤 관계를 만들고 어떤 문제를 해결하느냐에 있다"며 "도시재생으로 만든 공간이 지속되려면 주민 조직에 책임만 맡길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유지비와 운영 기반을 뒷받침하는 제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