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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영하 165도 견디는 ‘초저온 철근’… 고객사 맞춤 시험설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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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김유라 기자

승인 : 2026. 05. 18. 17:57

-현대제철 포항공장
국내 최초 LNG용 기술 생산·납품
인장시험 설비 'KOLAS 국제공인'
3~4개월 납기 단축해 경쟁력 갖춰
"겉보기엔 다 똑같은 철근처럼 보여도 LNG용 제품의 내구성은 차원이 다릅니다. 사고로 영하 165도의 LNG가 누출된다 해도, 철근이 일정 시간 버텨줘야 갑작스러운 건물 붕괴를 막을 수 있으니까요."

현대제철 포항공장 봉강 압연을 총괄하는 정원욱 책임은 '액화천연가스(LNG)'용 초저온 철근 기술 경쟁력에 강한 자신감을 나타내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2017년부터 초저온 철근 기술 개발에 돌입한 현대제철은 해외 철강사 아르셀로미의 독점 구조를 깨고 국산화에 성공한 데 이어, 국내 프로젝트에 최초로 적용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제 에너지용 강재는 회사의 중장기 성장을 떠받칠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주목받는 상황이다. 글로벌 LNG 수요가 증가하며 관련 강재 인기도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찾은 현대제철 포항공장에서는 갓 생산된 초저온 철근이 뜨거운 열기를 내뿜으며 냉각 공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철근은 고객사가 요구한 규격에 맞춰 절단된 뒤 완제품 형태로 출하된다.

LNG 저장탱크 외벽 콘크리트 구조부에는 초저온 환경에서도 성능을 유지할 수 있는 특수 철근이 필요하다. 이때 적용되는 제품이 바로 '초저온 철근'이다. 현대제철은 2021년 광양 LNG 생산기지 6개 탱크 건축용 초저온 철근을 공급한 데 이어, 2022년부터는 국내 최대 LNG 생산기지인 당진 기지 7개 탱크에도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초저온 철근은 통상 LNG 저장탱크에 들어가는 전체 철강재 물량의 약 8%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NG 누출 사고가 발생했을 때 구조물의 급격한 붕괴를 막는 핵심 안전 강재로 꼽힌다.

현대제철의 초저온 철근 생산은 지난 2017년부터 기술 개발에 선제적으로 돌입한 성과다. 망간, 니켈, 알루미늄, 바나듐 등 특수 원소를 적절히 배합하고, TMCP(열가공 제어공법) 기술을 적용해 영하 170℃의 초저온 환경에서도 내구성을 유지하도록 했다. TMCP는 기존 압연 온도보다 낮은 온도에서 철강재를 압연해 강도와 인성을 동시에 높이는 기술이다.

한편 생산 공정과 인접한 '인장시험설비'실에선 철근이 끊어지는 굉음이 수시로 울려 퍼졌다.

제품이 고객사 요구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직접 시험하는 전문 시험 설비가 가동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철근을 극저온 환경에서 양쪽으로 잡아당겨 어느 정도 하중을 견디는지 측정하는 장비다.

백상진 현대제철 봉형강품질팀 책임매니저는 "초저온 철근 개발 초기에는 국내에서 성능 평가가 가능한 곳이 없어 룩셈부르크 과학기술연구소까지 직접 찾아가 시험을 의뢰해야 했다"며 "이 과정에서 자체 기술력 확보의 필요성을 절감했고, 현대제철은 2022년 국내 최초로 초저온 인장시험 설비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설비는 올해 한국인정기구(KOLAS)로부터 국제공인시험기관 인정을 받는 데 성공했다. 국내 유일의 쾌거다. 이에 따라 기존에 3~4개월 이상 걸리던 인증서 발급 기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게 됐고, 납기 경쟁력도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다.

현대제철은 글로벌 LNG 수요 증가세에 발맞춰 에너지용 강재를 차세대 먹거리로 키워내겠다는 방침이다. 국제 에너지 기업 '쉘'의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LNG 수요는 지난해 4억2200만톤(t)에서 2040년 최대 7억1000만t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LNG 저장·운반 등 공급망 전반에 전용 강재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초저온 철근뿐 아니라 LNG선박용 후판 등 다양한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김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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