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소비자 이해를 위한 'RAMEN'
K라면 위상 높아지자 한국식 이름 전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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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국내 식품업계에서 'RAMEN'이라는 표현은 자연스러운 선택이었습니다. 해외 소비자들에게 가장 익숙한 단어였기 때문입니다. 일본 라멘이 이미 세계 시장에서 하나의 음식 카테고리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도 소비자와의 소통을 위해 같은 표현을 사용해 왔습니다.
삼양식품 역시 불닭볶음면을 비롯한 수출 제품에 오랫동안 'RAMEN' 표기를 사용해 왔습니다. 회사 측은 글로벌 시장과의 대중적 소통을 위해 일본식 표기를 활용해 왔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과거에는 익숙한 표현을 빌려 한국 라면을 설명해야 했다면, 이제는 한국식 명칭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가 되고 있습니다. K콘텐츠의 확산으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음식 역시 원어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시대가 열렸습니다.
무엇보다 한국 라면의 위상 자체가 달라졌습니다. 지난해 한국산 라면 수출액은 사상 처음으로 15억 달러를 돌파하며 역대 최대 기록을 썼습니다. 불닭볶음면과 신라면을 비롯한 K라면이 전 세계 소비자들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면서 한국식 라면은 더 이상 일본 라멘의 한 종류가 아닌 독자적인 카테고리로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올해 초 영국 옥스퍼드 영어사전(OED)에서도 확인됐습니다. OED는 한국어 단어인 'Ramyeon'을 신규 표제어로 등재했습니다. 이는 한국 라면이 세계 식품 시장에서 독립적인 정체성을 확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입니다.
국내 업체들의 선택도 엇갈립니다. 농심은 일찌감치 'Shin Ramyun' 표기를 사용하며 한국식 정체성을 강조해 왔고, 오뚜기는 현재까지 'Jin Ramen' 표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어느 방식이 정답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시장 환경이 바뀌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실제로 김치(Kimchi)와 고추장(Gochujang), 떡볶이(Tteokbokki)처럼 한국 음식의 고유 명칭이 세계 시장에서 그대로 통용되는 사례는 늘고 있습니다. 라면 역시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셈입니다.
삼양의 'RAMYEON' 표기 전환은 단순한 철자 수정이 아닙니다. K푸드 세계화 초기에는 현지 소비자에게 익숙한 언어를 빌려 설명해야 했다면, 이제는 한국어 자체를 브랜드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세계 시장에서 'RAMYEON'이라는 이름이 자연스럽게 통용되는 순간, 한국 라면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한 음식이 아니라 한국을 대표하는 고유명사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