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Advertisements

장기연체 대출규모 1兆… 충당금 부담에 골머리 앓는 은행권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604010001073

글자크기

닫기

한상욱 기자

승인 : 2026. 06. 03. 18:12

Advertisements

Advertisements

5대 은행 장기연체액 1년 새 49% 급증
1년 미만도 6조 육박… 잠재부실 확대
금리 인상 가능성에 건전성 부담 가중

시중은행들이 급증하는 장기연체 대출 탓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올해 1분기 5대 은행에서 1년 이상 상환이 이뤄지지 않은 장기연체 대출 규모만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장기연체로 악화될 가능성이 있는 1년 미만 연체액도 6조원에 육박했다. 부실채권 정리에도 불구하고 기업을 중심으로 여전히 연체율이 고공행진하고 있는 데다, 코로나19 만기연장 조치가 순차적으로 종료되면서 연체차주들의 부실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호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은행들은 장기연체 증가에 따른 충당금 부담 확대 가능성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연체 기간이 길어지고 회수 가능성이 낮아질수록 더 많은 충당금을 쌓아야 하는데, 하반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차주 상환 부담이 커지며 장기연체가 더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건전성 관리 역량이 향후 시중은행들의 실적을 판가름할 핵심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1년 이상 장기연체 대출 잔액은 총 1조97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7349억원) 대비 49.3% 급증한 수치로, 2024년(2610억원)과 비교하면 4배 넘게 늘었다.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었던 2022년(5080억원)과 견줘도 2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연체액 증가세는 5대 은행에서 모두 나타났다. 은행별 연체액 규모를 살펴보면 NH농협은행이 4748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KB국민은행(1669억원), 하나은행(1552억원), 신한은행(1515억원), 우리은행(1488억원) 순이었다.

1개월 이상 1년 미만 연체 대출 잔액도 5조8851억원으로 6조원에 육박했다. 전년 동기(6조1002억원) 대비 소폭 줄었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구간별로 세분화해 살펴보면 1개월 이상 3개월 미만 연체액은 2조8225억원으로 전년보다 증가했고, 장기연체로 악화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큰 6개월 이상 1년 미만 연체액도 1조1111억원에 달했다. 모두 관련 통계를 공시한 이래 사상 최대치다.

장기연체 급증의 배경으로는 2024~2025년 사이 신규연체가 크게 늘어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충격과 내수 부진이 차주들의 상환 능력을 악화시켰고, 이 중 부실이 심화된 일부 차주에서 장기연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특히 대출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고 회수가 어려운 기업 차주를 중심으로 장기연체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 3월 말 은행권 기업대출 연체율은 0.68%로 작년 동월(0.62%) 대비 0.06%포인트 상승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택 경기 부진으로 건설업과 부동산 임대업 등에서 부실 압력이 오랜 기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금리 인상기가 다시 시작된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하반기 최소 한 차례 이상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은행권의 건전성 부담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은행채 등 시장금리가 상승하고, 이는 차주들의 이자 부담 확대로 이어진다. 이미 연체 상태에 놓인 대출채권의 부실이 더 깊어질 수 있는 데다, 신규 부실까지 늘어날 경우 추후 장기연체 규모가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고스란히 은행들의 충당금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은행들은 대출채권의 연체 기간과 상환 능력 등을 고려해 자산건전성을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등 5단계로 분류한다. 이 중 고정으로 분류되면 채권액의 20%를 충당금으로 적립해야 한다. 연체 기간이 길어지고 상환 능력이 나빠질수록 충당금 적립 비율은 높아진다. 회수 가능성이 낮고 연체 기간이 3개월을 초과하는 회수의문은 50%, 연체 기간이 1년을 넘는 추정손실은 100%를 충당금으로 쌓아야 한다. 회수의문 여신의 부실이 추정손실로 악화될 경우 충당금 부담이 두 배로 늘어나는 셈이다.

충당금 전입액이 늘어날수록 그만큼 시중은행의 실적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지난 2022년 5대 은행의 연간 충당금 전입액은 3조5422억원이었고 같은 해 당기순익은 13조7472억원으로 전년 대비 18.6% 성장했다. 하지만 부동산 PF 부실 등으로 충당금을 6조 넘게 쌓았던 2023년에는 순익 증가율이 2.6%에 그친 바 있다. 이듬해 충당금 전입액 규모는 큰 폭으로 줄었지만 연체액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다시 확대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면밀한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도 한층 커졌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연체 기간이 길어질수록 부실 채권 매각 가격도 낮아지는 경향이 있어, 장기연체액이 증가할 경우 부실 정리에 나서는 은행의 손실 부담도 그만큼 커지게 된다"며 "신규 부실이 확대되지 않도록 억제하는 동시에 기존 부실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털어낼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한상욱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