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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고등교육정책연구소(HEPI)가 올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생성형 AI를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대학생은 97%에 달했다. 2024년 66%, 2025년 92%였던 수치가 불과 2년 만에 사실상 전면 보급 단계에 도달한 것이다. AI는 이제 대학생들에게 특별한 기술이 아니라 인터넷 검색이나 스마트폰처럼 일상적인 도구가 되었다.
그런데도 대학 현장에서는 여전히 AI 사용을 적발하거나 제한하는 데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물론 이유는 있다.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지 않게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AI는 자료를 찾고, 문장을 작성하고, 발표 자료까지 만들어 준다. 과거라면 몇 시간 걸렸을 작업이 몇 분 만에 끝난다.
하지만 나는 문제의 본질이 다른 곳에 있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은 이미 AI를 사용하고 있다. 사용하지 말라고 한다고 사용하지 않는 시대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사용 여부가 아니라 사용 방식이다.
나는 학생들에게 AI 사용을 금지하지 않는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활용하라고 말한다. 다만 반드시 사실 확인을 하도록 지도한다. 그리고 리포트를 제출하면 발표를 시킨다.
발표를 시키면 재미있는 일이 벌어진다. AI가 작성한 일본어 원고를 그대로 가져온 학생이 정작 그 안에 있는 한자를 읽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일본어는 같은 한자라도 읽는 방법이 다양하다. 직접 공부하며 작성했다면 읽을 수 있었을 표현인데, AI가 대신 만들어 주면서 의미도 발음도 모르는 상태가 된 것이다. 어떤 학생은 발표 자료는 훌륭하게 만들었지만, 질문을 하면 답을 하지 못한다. 원고를 치우면 설명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많은 사람들은 이것을 AI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평가 방식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리포트만 제출받으면 학생들은 AI를 사용할 것이다. 앞으로는 오히려 사용하지 않는 학생을 찾는 것이 더 어려울지 모른다. 그렇다면 평가 방식을 바꿔야 한다. 발표를 시키고, 토론을 시키고, 질문을 던져야 한다. AI는 자료를 만들어 줄 수 있지만 학생 대신 이해할 수는 없다. 설명할 수도 없고 질문에 답할 수도 없다.
사실 AI가 드러내고 있는 것은 학생들의 약점만이 아니다. 교수들의 약점도 함께 드러내고 있다.
연구자들은 자신의 전공 분야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깊은 지식을 갖고 있다. 그러나 모든 분야를 자신의 전공 수준으로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AI는 바로 그 한계를 넘어설 수 있도록 도와준다. 다른 분야의 논문을 이해하게 하고, 새로운 연결고리를 보여 주고, 생각하지 못했던 관점을 제시한다.
그런 점에서 나는 오히려 교수들이 학생들보다 먼저 AI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대학은 학생들의 AI 사용을 걱정하고 있지만, 정작 더 큰 문제는 교수들이 AI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현실일 수 있다.
AI는 대학을 없애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AI를 금지하는 대학은 점점 설 자리를 잃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제 대학은 학생들에게 AI를 쓰지 말라고 말할 것이 아니라 AI를 쓰고도 속지 않는 법, AI를 쓰고도 생각하는 법, AI를 쓰고도 자신의 언어로 설명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AI 시대의 대학 교육은 지식을 전달하는 경쟁이 아니라 이해와 판단, 그리고 설명하는 능력을 키우는 경쟁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앞으로 대학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송원서 (일본 슈메이대학교 교수)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