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분석 업체 소개해주겠다며 상품권도 제공
이메일도 가짜인 유령 사이트로 확인
취재 시작되자 업체 홈페이지 폐쇄
"신종 사이비교 포교 방식"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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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준비생 김진희씨(가명·27)는 이달 초 한 동물보호단체의 '반려동물 게임 이름 짓기 공모전'에 참가했다. 공모전의 취지에 공감하는 한편 수상 기록이 취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순위 안에 들면 상금을 준다는 문구도 적혀 있었다. 포트폴리오에 넣을 스펙 한 줄이 아쉬웠던 김씨는 주최 측이 요구한 대로 이름과 연락처, 거주 지역 등을 적은 온라인 신청서를 제출했다. 주최 단체의 공식 연락처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지만 김씨는 처음에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이상한 일은 접수 마감 이튿날 밤부터 시작됐다. 오후 10시께 자신을 공모전 주최 측 프리랜서 기획자라고 소개한 미상의 인물 박모씨(가명)로부터 전화가 걸려온 것이다. 박씨는 "100명이 넘는 분들이 공모전에 참가하셨다. 당선 여부는 검토중이지만, 공모전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반려동물 양육 경험을 공유하는 면담을 진행하고 있다"며 김씨에게 접근했다. 첫 대화였지만 김씨는 박씨와 말이 잘 통하는 기분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40분가량 이어진 통화는 자연스럽게 "직접 만나 깊이 있는 기획 아이디어를 얻고 싶다"는 제안으로 연결됐다. 김씨는 이를 흔쾌히 수락했다.
김씨와 박씨가 서울 동작구의 한 카페에서 만나기로 한 당일, 박씨는 약속 직전 "또 다른 공모전 지원자도 합석할 예정이다"며 양해를 구해왔다. 우연히 합석한 정성아씨(가명·20대 추정)는 김씨의 나이는 물론 직업 상태와 현재 상황 등 상당히 비슷한 이력을 갖고 있었다. 그렇게 진행된 3명의 미팅은 2시간 넘게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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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 후 의아함을 느낀 김씨는 더 이상 박씨의 연락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의문은 다음 날 또다시 이어졌다. 대면 미팅 당시 '동료 지원자'로 소개받았던 정씨로부터 '무료 테스트는 받아 봤냐'며 메시지가 도착한 것이다. 김씨는 정씨에게 연락처를 알려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공모전 주최 측을 매개로 개인정보가 유출됐음을 직감한 순간이었다. 국내 한 사이비 종교 분석가는 "동질감을 형성해 다가오는 수법"이라며 "먼저 상담을 '사이비가 아니냐'며 의심하는 척 연기하는 경우도 있다. 이후 타로 상담이나 또 다른 사람을 소개해주며 의심을 지우는 작업을 벌인다"고 했다.
아시아투데이 취재 결과, 김씨가 공모전을 신청한 동물보호단체와 이들이 소개한 심리 분석 전문 협업 기관 모두 '유령 업체'로 드러났다. 이들은 사업자 번호는 물론 법인조차 등록하지 않은 채 버젓이 정식 업체인 것처럼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었다. 전화번호는 기재하지 않고, 유일한 연락 창구인 공식 이메일을 허위로 적은 업체도 있었다. 일반 기업처럼 자신들과 관련된 뉴스나 활동 내용 등이 적힌 카테고리까지 게시해 운영하고 있었으나, 이는 모두 접속조차 되지 않는 가짜들이었다. 이들이 공식 주소라고 소개한 곳 역시 특정 공유 오피스 업체의 지점들로 밝혀졌다.
사이비 종교 전문가들은 이를 A교단의 전형적인 위장 포교 전개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허위 공모전으로 청년들의 성향과 연락처가 담긴 데이터베이스를 수집한 뒤 접근책인 박씨가 대면 만남과 심리 분석 업체 소개를 빌미로 신뢰를 형성하고, 약속 장소에서 우연을 가장해 '조력자(바람잡이)'인 정씨를 합석시켜 심리적 무장해제를 유도하는 패턴이 고스란히 나타났다는 것이다. 특히 김씨가 연락처를 제공한 적 없는 정씨로부터 사후 연락을 받은 점은 공모전 주최 단체와 심리 분석 기관, 그리고 현장 바람잡이가 하나의 조직적인 포교망 아래서 개인정보를 공유·유통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라고 짚었다. 실제로 심리 테스트 결과를 빌미로 기도방 등 관련 시설로 유인하는 방식은 20~30년 전부터 이어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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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김씨의 사례와 같은 이름 짓기 공모전, 이른바 '네이밍 공모전'은 최근 들어 급격히 늘고 있는 위장 포교 수단으로 확인된다. 상금 시상 기록 역시 찾을 수 없다. 실제로 지난해 9월 네이밍 공모전을 통해 신청자를 모집한 모 악세사리 업체의 경우 현금과 악세사리 구매 쿠폰 10만원을 상금으로 내걸고 홍보에 나섰다. 그러나 해당 사이트 역시 사업자 등록이 되지 않은 위장 사이트였다. 상품 구매 자체가 불가해 쿠폰을 쓸 수 없는 구조였다. 이밖에도 '체험단 이벤트'에 참여했더니 가족이나 친구들한테는 말하지 말라며 심리 상담 업체를 소개 해 받는 등 비슷한 사례를 겪은 이들의 제보가 이어졌다.
대법원은 지난 2022년 B 종교 단체 탈퇴 신도 3명이 B 지역교회와 교인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선교행위가 종교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개종을 권유하는 등으로 종교선택의 자유 발현에 조력하는 정도를 벗어나 그 목적과 방법에 있어 사회적 상당성을 잃고 상대방의 종교 선택 자유를 상실시키는 정도에 이른 경우 불법행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선교 행위가 용인될 만한 정도를 넘어설 경우 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원고의 상고는 기각됐다.
아시아투데이는 지난 23일 A교단과 해당 업체들에 업체 운영 정보와 개인 정보 무단 활용 여부, 공모전 시상 기록, 위장 포교 의혹 등에 대한 공식적인 답변을 요구했다. 그러나 A교단과 해당 업체들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으며, 이튿날인 24일 업체들은 자신들의 사이트를 모두 폐쇄하고 잠적했다.
김혜진 법률사무소 우진 대표변호사는 이러한 사이비 종교 단체의 신종 포교 수법에 대해 "사회적 상당성을 상실한 행위"라고 분석했다. 김 변호사는 "개인 정보를 공모전 운영이나 결과 통보가 아닌 관련 아이디어 공유나 만남 유도 목적으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개인정보보호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 있다. 김씨가 정씨로부터 연락을 받은 것도 당사자의 동의 없이 개인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추단 가능하다"며 "공모전과 상금 역시 참가자를 속이려 한 기망 행위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또 "심리 상담을 유도한 점에서 특정 종교 단체의 모략 포교와 유사하다. 상담을 통해 그 사람의 주변과 환경에 대한 정보를 쉽게 취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