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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기관." -최재해(제25대 감사원장)
30여년의 시차를 두고 부임한 두 전직 감사원장은 감사원의 정체성을 180도 다르게 표현했습니다. 1993년 감사원의 수장은 '법'을 강조했고, 2022년의 수장은 대통령에 대한 '지원'을 언급했습니다. 감사원은 대통령 직속이지만 헌법상 독립성을 보장 받는 기관입니다. 공명정대한 감사를 위해 편향성이 없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것이 살아있는 권력일지라도 말이죠.
'대쪽'으로 표현되는 이 전 원장은 감사원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인물입니다. 문민정부의 첫 감사원장을 지낸 그는 취임사에서 "현 정권에 관련된 정치적 비리라 하더라도 성역을 인정하지 않고 엄정한 감사 활동을 하겠다"며 대통령마저 감사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선언했습니다. 어떤 예외도 두지 않고 법과 원칙에만 충실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습니다.
그는 취임 이후 청와대 비서실 등을 상대로 거침없는 감사를 단행하며 감사원의 독립성과 권위를 끌어올렸습니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고 대통령 신년 업무보고도 폐지했습니다. 청와대의 '기획 사정'도 거부하며 충돌도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1993년 청와대가 감사원의 금융기관 감사를 막기 위해 감사원을 포함한 '사정기관 책임자 회의'를 소집하자 이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청와대의 압박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당시 이 전 원장은 "비리 감사를 예정대로 완수하겠다"며 청와대와 정면 승부를 벌였습니다.
반면 최 전 원장은 2022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발언했습니다. 이에 감사원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저버렸다는 비판이 따라왔습니다. 최 전 원장 임기 내내 감사원은 정권의 입맛에 맞춘 '표적 감사'를 벌인다는 질타를 받기도 했습니다.
지난 24일 취임 첫 기자 간담회를 연 김호철 감사원장은 감사원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 대해 "직무 수행과 관련한 독립적 지위를 침해받아선 안 된다"고 답했습니다. 또 감사원이 대통령 산하라는 이유만으로 "정치적 영향을 받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대통령이 자신들의 독립적 지위에 관여한 적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인사가 만사라고 했습니다. 불과 이틀 뒤인 26일 김 원장은 이재명 정부의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사법제도비서관을 지낸 이진국 전 비서관을 신임 감사위원으로 임명 제청했습니다. 김 원장 체제의 감사원은 지난 2월에도 임선숙 전 민주당 최고위원을 감사위원에 임명했습니다.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 중앙선대위에서 김혜경 여사를 보좌하는 '배우자 실장'을 지낸 인물입니다. 감사위원은 주요 감사 개시와 결과 등을 최종 결정하는 감사원 최고 의결기구의 구성원입니다. 감사위원의 정파성은 감사의 공정성과 직결됩니다. 현 정권의 색채를 띤 인물들이 연이어 기용되는 상황에서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이 과연 '감사원이 대통령의 영향을 받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말에 동의할 지 의문입니다.
김호철 체제의 감사원이 향후 이회창의 감사원처럼 기억될지, 최재해의 감사원처럼 기억될지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행보는 후자에 가까워보입니다. 오늘날 독립성과 중립성 논란 속에서 길을 잃은 감사원은, 살아있는 권력의 심장부를 향해 칼날을 겨눴던 '대쪽' 같은 행보를 가장 먼저 본받아야 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