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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퐁피두의 화려한 조명 뒤, 한화 무허가 건물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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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7. 06.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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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현 산업2부장.
한화가 여의도 조명보다 먼저 비춰야 할 곳은 대전이다. 한화그룹은 지난달 여의도 63빌딩에 세계적인 현대미술관 퐁피두센터의 세 번째 국제 거점을 열었다. 김승연 회장은 김동원 사장이 대신 전한 기념사를 통해 "문화예술을 단순한 지원 대상이 아닌 미래 가치의 핵심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적 문화 브랜드를 국내에 유치한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성과다. 기업이 이윤을 넘어 문화와 사회에 투자하는 일 역시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 하지만 퐁피두의 화려한 개관 소식을 접하는 순간, 머릿속에는 전혀 다른 장면이 떠올랐다. 대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업장이다. 한쪽에서는 세계적인 문화공간이 문을 열고, 다른 곳에선 위험물 취급 시설의 안전관리 논란이 불거졌다.

기업이 외부에 보여주는 가치와 내부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책임 사이의 간극을 선명하다. 한화는 한국화약에서 출발해 방산과 우주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사상 최대 실적과 기업가치를 기록하며 한국 방산의 위상을 높였다. 스포츠와 문화예술 투자 역시 꾸준히 확대하며 미래지향적인 기업 이미지를 구축해 왔다. 퐁피두센터 유치는 그 상징적인 결과다.

그러나 기업의 가치는 개관식 무대가 아니라 생산 현장에서 검증된다. 지난 1일 대전사업장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로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고가 난 시설은 로켓 추진제 잔류물을 세척하는 공간으로 알려졌다. 로켓 추진제 잔류물은 유엔 기준 위험물 1등급으로 분류될 만큼 엄격한 관리가 요구되는 물질이다.

수사기관 등에 따르면 해당 시설은 관계 기관의 정식 허가 없이 운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적인 사실관계와 책임은 수사를 통해 가려질 사안이다. 만약 이 의혹이 사실이라면 기업의 안전관리 체계 전반을 되돌아보게 하는 중대한 문제다. 기업은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수십조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기업이 생산 현장의 안전에도 그에 걸맞은 투자를 하고 있는가. 세계적인 문화시설을 유치할 역량이 있는 기업이 정작 노동자들이 매일 일하는 작업장에도 같은 수준의 관심과 책임을 기울이고 있는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미술관 개관식이 아니다. 노동자가 출근하는 작업장과 휴게공간, 안전시설에서 시작된다.

문화예술 후원보다 먼저 확보해야 할 것은 현장의 안전과 신뢰다. 방산은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동시에 고위험 물질을 다루는 산업이다. 첨단 무기를 만드는 기업일수록 생산 현장의 안전 기준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어야 한다. 기술 경쟁력과 수주 실적만큼 중요한 경쟁력은 사람을 지키는 안전 문화다.

퐁피두센터가 상징하는 가치 역시 결국 사람이며 소수만의 예술을 시민 모두에게 개방하겠다는 문화 민주화의 철학 위에서 탄생했다. 그 철학의 출발점도 사람이다. 기업의 지속가능성 역시 결국 사람을 지키는 데서 시작된다. 한화의 문화예술 후원은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문화가 기업의 본질적인 책임을 가리는 장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ESG의 진정성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화려한 조명보다 중요한 것은 현장에서 실제로 무엇이 달라졌는가다. 김승연 회장은 문화예술을 미래 가치라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그러나 미래 가치는 전시관 안에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노동자의 안전, 생산 현장의 신뢰, 기업의 책임감이 함께 쌓일 때 비로소 완성된다. 여의도의 퐁피두센터 한화가 세계적인 문화 명소로 성장하길 바란다.

그보다 대전 생산 현장이 누구나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기업의 브랜드는 미술관에서 빛나지만, 기업의 품격은 생산 현장에서 증명된다. 퐁피두의 화려한 조명보다 먼저 비춰야 할 곳은 대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생산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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