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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이익, 미래 투자?”…노사정, AI 시대 기업·노동 해법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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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대의 기자

승인 : 2026. 07. 15.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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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관 "오늘의 이익은 내일의 반도체 공장·AI 데이터센터 돼야"
경영계 "성과급 비율은 경영 판단"…노동계 "풍년은 일부 기업만의 것”
재투자 필요성 공감 속 노동 유연화·안전망 강화 놓고 입장 엇갈려
(26.07.15)AI 시대의 기업 투자와 노동의 미래 토론회03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왼쪽 일곱 번째)이 15일 서울 영등포구 SK증권빌딩에서 열린 'AI 시대의 기업 투자와 노동의 미래'에 참석해 경제·노동 전문가와 경영계·노동계 인사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산업통상부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업의 이익을 설비와 연구개발에 우선 재투자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반면 노동계에서는 반도체 호황의 성과가 일부 기업과 정규직에 집중되고 있다며 하청 노동자와 청년, 취약계층까지 이익을 나누는 구조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맞섰다. AI 시대를 앞두고 기업의 투자 여력과 노동자의 성과 배분, 고용 유연성을 어디까지 조화시킬지가 새로운 노사 현안으로 떠오른 모습이다.

산업통상부는 15일 서울 여의도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에서 'AI 시대의 기업 투자와 노동의 미래' 토론회를 열고 기업 이익의 활용과 노동시장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토론회에는 안동현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와 김동욱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비롯해 경제·노동 전문가와 경영계·노동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AI 혁명을 기업과 산업, 노동, 국가 경쟁력의 기준을 다시 쓰는 거대한 전환으로 규정했다. 특히 최근 반도체 기업이 거둔 대규모 이익을 단기 성과로 소비하기보다 미래 투자로 연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오늘의 이익은 내일의 반도체 공장이 되어야 하고, AI 데이터센터가 되어야 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개발과 인재 양성이 되어야 한다"며 "기업의 이익이 미래 산업으로 다시 투자될 때 대한민국은 AI 시대를 선도하는 제조강국으로 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성경 속 요셉이 7년의 풍년 동안 곡식을 비축해 이후 흉년에 대비한 사례와 영국의 북해 유전 개발 이후 제조업 경쟁력이 약화된 사례를 함께 언급했다. 한 시대의 큰 이익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다음 시대의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취지다.

김 장관은 노동시장과 노사문화의 변화도 주문했다. AI 시대에는 근로시간의 양보다 학습 능력과 적응력, AI 활용 능력이 경쟁력이 되고, 노사 역시 대립보다 신뢰와 협력을 중심으로 재편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과거의 일하는 방식이 아니라 미래의 일자리"라며 "기업은 노동자를 비용이 아니라 가장 중요한 자산과 동반자로 생각하고, 노동자는 기업의 성장을 자신의 성장과 연결하는 새로운 노사문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기업 투자와 좋은 일자리, 청년의 기회가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AI 시대 성장의 목표로 제시했다.

◇"초과이익 측정 어렵다"…재투자 우선론 힘 실어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안동현 서울대 교수는 반도체 기업의 이른바 '초과이익'을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임의적인 기준에 따라 기업 이익의 배분 비율을 정하면 오히려 혁신 의욕과 투자 역량을 떨어뜨리고 사회적 갈등을 키울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안 교수는 반도체산업은 경기 변동성이 크고 막대한 설비투자와 연구개발비가 지속적으로 필요한 산업이라며, 현재의 이익을 미래 수익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특히 반도체와 AI 산업은 기술 전환 속도가 빠르고 한 차례의 투자 실패가 시장 지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기업의 현금흐름과 재투자 여력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고 봤다.

김동욱 고려대 교수는 국내 노동법제가 대량생산 제조업 중심의 산업화 시대에 형성돼 AI·반도체 산업의 빠른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기술 도입에 따라 직무가 빠르게 생기고 사라지는 상황에서 인력의 채용과 재배치, 재교육을 경직된 제도로만 관리하면 기업의 신속한 의사결정과 근로자 보호가 동시에 어려워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유연한 인력 운용과 함께 직업훈련, 재교육,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유연안정성'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근로시간·배치전환·파견 규제를 현실에 맞게 조정하되, 직무 전환 과정에서 소득과 고용을 보호하는 장치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토론에서도 기업 이익의 우선 재투자와 노동 유연성을 강조하는 의견이 이어졌다.

황용연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 이사는 글로벌 AI·반도체 기업들이 자체 현금흐름만으로 투자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워 외부 자본까지 조달하는 상황을 거론했다. 그는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성과급 지급 비율을 단체교섭이나 파업을 통해 정하는 것은 기업의 투자·배당·성과 배분을 결정하는 경영 판단을 제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준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반도체산업의 대규모 이익을 기업 내부에만 쌓아두기보다 생태계 전반의 연구개발과 인프라, 전문인력에 재투자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봤다. 다만 정부가 일률적으로 배분 기준을 정하기보다 기업과 정부, 대학·연구기관이 공동 투자하는 협력 모델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권남훈 산업연구원 원장도 별도의 특수목적세를 거둬 반도체산업에 재투자하자는 주장에 대해 취지는 의미가 있지만 방법론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권 원장은 기업의 이익에 직접 세금을 부과하기보다 미국의 반도체 민관 연구개발 컨소시엄 '세마테크'처럼 기업들이 공동 출연하고 정부가 참여하는 산학연관 투자 모델이 더 적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명호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 이익의 처분은 시장과 기업의 자율에 맡기는 대신,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나는 초과세수는 국가 미래 위험에 대비하는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일시적 세수 증가분을 반복적인 복지지출에 투입하기보다 국민연금 등 장기 재정 부담을 낮추는 미래 대응 기금으로 축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상희 한국공학대학교 교수는 AI 시대 노동 유연성 논의가 단순히 해고를 쉽게 하는 방향으로 이해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기업의 고임금·연공형 구조가 신규 채용을 제약하고 청년층의 대기업 일자리 대기를 심화시키는 만큼 직무와 생산성에 맞춘 임금체계, 점진적 인력 조정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본부장은 기업 이익의 활용과 관련한 법적 불확실성이 투자를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영업이익과 연동한 성과급을 사전에 확정할 경우 주주총회와 이사회의 이익처분 권한과 충돌할 수 있다며 명확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봤다.

전윤종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원장은 AI 전환이 대기업만의 과제가 아니라 중소·중견기업과 지역 산업 전체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 이익이 설비투자뿐 아니라 협력업체의 AI 도입, 현장인력 교육, 산학협력에 투입돼야 산업 생태계의 격차를 줄일 수 있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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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서울 영등포구 SK증권빌딩에서 열린 'AI 시대의 기업 투자와 노동의 미래'토론회에서 경영계·노동계 전문가들이 반도체 호황의 성과와 배분 방법 등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한대의 기자
◇ 노동계 "일부 기업의 풍년…안전망 없는 유연화 안 돼"

노동계는 기업 이익의 재투자 필요성 자체에는 공감하면서도, 논의가 기업 경쟁력과 유연성에만 편중돼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장진희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업의 인력 운용상 어려움을 노동시장 전체의 경직성으로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인력 감축이 실제 불가피했는지, 재교육과 직무전환을 충분히 검토했는지, 노조와의 협의가 단순한 지연이었는지 등을 함께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장 연구위원은 덴마크식 유연안정성은 유연한 고용조정뿐 아니라 관대한 실업급여, 강력한 적극적 노동시장정책, 높은 노조 조직률이 결합한 모델이라며 한국에서 안전망 확충 없이 유연화만 먼저 도입할 경우 기업에 유리한 제도로 기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장 강한 반대 입장은 이겨레 민주노총 청년특위 위원장이 냈다. 이 위원장은 김 장관이 언급한 '7년의 풍년'을 거론하며 "지금 풍년을 맞이한 것이 우리 사회 전체인지, 일부 기업인지 물어야 한다"라면서 "일부 기업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흉년을 맞이한 시민과 노동자의 몫에 대한 이야기가 함께 이뤄지지 않는다면 지금의 풍년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 폭이 크지 않은 현실과 반도체 기업의 대규모 이익을 대조하며 성과가 사회 전체로 확산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대기업 정규직에만 성과가 집중되는 구조 역시 민주노총이 비판해온 문제라고 밝혔다. 반도체 기업의 이익을 노동자에게 배분할 경우에도 원청 정규직만이 아니라 하청·협력업체 노동자까지 함께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개정 노동조합법에 따라 원·하청 공동교섭의 문이 열린 만큼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야 한다며, 하청 노동자와의 교섭이 오히려 현장 혼란을 줄이고 양극화를 완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은 AI 시대에 기업의 투자 속도와 노동자의 고용·성과 배분을 어떻게 동시에 보장할 것인지에 대한 간극을 확인한 자리였다. 기업과 정부는 반도체 이익을 미래 설비와 기술, 인재에 재투자해야 한다는 데 무게를 뒀지만 노동계는 재투자만을 우선할 경우 현재의 양극화와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더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결국 AI 전환의 속도를 높이면서도 그 성과가 청년과 원·하청 노동자, 지역과 중소기업으로 확산되도록 하는 제도 설계가 향후 산업·노동정책의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한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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