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급 확대 통해 전월세 시장 안정 노려
"전세사기 후유증 해소가 시장 정상화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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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낮은 연립·다세대와 오피스텔 등 비(非)아파트가 대안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정부 역시 비아파트를 새로운 공급 축으로 삼아 매입임대주택 확대 등 관련 대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다만 전세사기 이후 훼손된 시장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 채 공급 확대와 규제 완화에만 초점을 맞출 경우 정책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16일 주택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는 아파트 대신 비아파트를 찾는 수요가 다시 살아나는 흐름이 감지된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 조사 결과 올해 1~5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3만493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감소한 반면 연립·다세대 거래량은 1만3215건에서 1만9273건으로 45.8% 급증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모두에서 연립·다세대 매매가 늘었고, 월세 거래도 중구를 제외한 24개 자치구에서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고분양가 기조가 이어지는 데다 대출 문턱까지 높아지면서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진 실수요자들이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연립·다세대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이 같은 수요 이동의 배경에는 좀처럼 꺾이지 않는 분양가 상승세가 자리한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고강도 철근 등 주요 건설자재 가격 상승을 반영해 분양가상한제 주택에 적용되는 기본형건축비를 ㎡당 222만원에서 223만7000원으로 0.77% 인상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집계한 6월 서울 민간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6165만원으로 전월(6355만원)보다 소폭 낮아졌지만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고분양가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신규 분양 아파트의 진입장벽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은행권의 대출 조이기도 아파트 수요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우리은행은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이날부터 지점당 주택 관련 대출(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판매 한도를 월 30억원에서 10억원으로 축소하고 모기지보험(MCI·MCG) 가입도 제한하기로 했다. 앞서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 NH농협은행, 신한은행도 모기지보험 취급을 중단했으며 SC제일은행도 15일부터 주담대 MCI 신규 가입과 모바일 비대면 주담대 취급을 중단했다.
KB국민은행은 이보다 앞선 지난 10일부터 수도권과 규제 지역 주택 구입 자금 대출 최대한도를 기존 6억원에서 3억원으로 축소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기조에 맞춰 은행권이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대출을 활용한 아파트 매수 여력도 갈수록 줄어드는 분위기다.
여기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2023년 1월 이후 3년 6개월 만의 긴축 전환으로, 2024년 10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총 1.00%포인트를 인하하며 경기 부양에 무게를 뒀던 통화정책 기조가 1년 2개월간의 동결 끝에 방향을 튼 것이다. 물가 불안이 지속되는 가운데 경기 반등 조짐이 뚜렷해진 데 따른 결정이지만,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실수요자들의 이자 부담이 한층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의 비아파트 공급 확대 정책도 이러한 흐름에 힘을 싣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5월 수도권 비아파트 매입임대주택을 2026~2027년 2년간 9만 가구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약 6만6000가구를 임대수요가 집중된 규제 지역에 배정하고, 대부분인 5만4000가구를 신축 매입 임대로 공급할 방침이다. 아파트보다 사업 기간이 짧은 비아파트의 특성을 활용해 전·월세 시장 불안에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정부 내부에서는 비아파트를 주택 수 산정에서 제외하거나 별도 기준을 적용하는 방안도 다시 논의되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공급 확대만으로는 위축된 비아파트 시장을 정상화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10년간 비아파트 착공실적은 연평균 약 16만 가구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에는 이의 23% 수준에 그쳤다.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 이른바 전세사기가 본격화한 이후 비아파트 거래 비중도 2022년 20.4%에서 지난해 18.5%로 낮아지는 등 공급과 수요가 동시에 위축된 상태다.
결국 정부 정책에 따라 공급은 일정 부분 확대될 수 있지만 수요 회복은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전세사기 여파로 훼손된 시장 신뢰가 여전히 회복되지 않은 데다 아파트 선호 현상이 구조적으로 고착화된 만큼 공급 확대만으로는 수요를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비아파트 시장이 실수요자의 대안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공급 확대와 함께 시장 신뢰를 회복하고 수요를 뒷받침할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고하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비아파트 매입 확대는 단기적인 공급 기반 확보 측면에서 의미가 있지만 전세사기 등의 영향으로 시장 신뢰와 선호가 크게 낮아진 점을 고려하면 공급 확대만으로는 시장 정상화에 한계가 있다"며 "정책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공급 목표 제시에 그치지 말고, 실제 매입 실적과 사업 추진 상황을 지속적으로 관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