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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2명 중 1명이 평생 한 번 이상 겪을 정도로 흔한 요로감염 질환인 방광염. 항생제를 먹고 나은 듯하다가도 자꾸만 다시 찾아와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재발성 방광염’의 숨겨진 원인이 밝혀졌다.
고려대학교(총장 김동원)와 순천향대학교병원 공동 연구팀은 재발성 방광염 환자 131명의 소변을 분석한 결과, 대장균과 함께 ‘가드너렐라 피오티(Gardnerella piotii)’라는 세균이 자주 관찰된다는 점에 주목해 이 같은 상호작용 기전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가드너렐라 세균은 ‘숙신산(succinate)’이라는 대사물질을 밖으로 내뿜는다. 이 숙신산이 방광 세포의 특정 수용체(GPR91)를 자극하면, 방광 표면에 ‘유로플라킨’이라는 단백질이 평소보다 훨씬 많이 만들어진다.
유로플라킨은 본래 방광을 보호하는 단백질이지만, 대장균은 갈고리 모양의 구조물(fimbriae)을 이용해 이 단백질에 달라붙는 특성이 있다. 결과적으로 가드너렐라 세균이 분비한 숙신산 때문에 방광 표면에 대장균이 잡고 올라탈 수 있는 ‘손잡이’가 수없이 늘어나 감염에 훨씬 취약해지는 것이다.
연구팀은 유전자 조작으로 해당 수용체를 제거한 세포 실험에서 이러한 감염 촉진 현상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확인해 해당 신호 전달 경로가 재발의 핵심 기전임을 증명했다.
반대로 방광 내부의 미생물 균형을 바로잡아 감염을 막는 방법도 확인됐다. 건강한 여성의 소변에 존재하는 유익균인 ‘락토바실러스 크리스파투스(Lactobacillus crispatus)’나 이 균이 생성하는 ‘젖산(lactate)’을 투여하자 대장균 감염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이는 방광 내 미생물 생태계가 깨지면 병이 생기지만, 유익균을 활용해 생태계를 복원하면 다시 건강한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를 이끈 최해웅 고려대 교수는 “재발성 방광염은 단일 병원균의 문제라기보다 여러 미생물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생태계 변화에서 비롯될 수 있음을 보여준 연구”라며 “향후 항생제에만 의존하는 기존 치료를 넘어 요로 마이크로바이옴을 조절하거나 신호 전달 경로를 차단하는 새로운 예방 및 치료 전략 개발에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고려대 박사과정 이호영·김민중 씨가 공동 제1저자로, 최해웅 교수와 김영호 순천향대병원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미생물학 분야 국제 학술지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에 8월 5일 자로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