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Advertisements

‘중앙아 마지막 유목제국’ 준가르 칸국, 전쟁 아닌 기후변화에 무너졌나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807010002263

글자크기

닫기

김민규 아스타나 통신원

승인 : 2026. 08. 07. 16:38

구글 검색 선호 출처 추가 Google 검색에서 아시아투데이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Advertisements

Advertisements

국제연구진, 나이테·식생지수 분석 논문 발표
"기후 악화·기근·천연두 겹쳐 국가 멸망 촉진"
2205235215
카자흐스탄 명절인 나우르즈(Nauryz) 행사에서 전통의상을 입은 시민들이 행진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 무관./게티이미지뱅크
청나라의 군사 정복에 멸망한 것으로 알려졌던 중앙아시아의 마지막 유목제국 '준가르 칸국'이 기후위기로 인한 초원 황폐화와 기근, 천연두 확산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붕괴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준가르 칸국은 1635년 서몽골계 오이라트 부족이 세운 국가로 오늘날 카자흐스탄 동부와 중국 신장, 몽골 서부, 러시아 남시베리아 일대 약 360만㎢를 지배했던 유라시아 마지막 대규모 유목제국으로 평가된다.

특히 카자흐스탄 역사에서는 200년 넘게 카자흐 칸국과 전쟁을 벌이며 국가의 존립 자체를 위협했던 최대의 적국으로 기억된다. 18세기 초 준가르의 대규모 침공으로 수많은 카자흐인이 희생된 이른바 '악타반 쉬븐디(위대한 재앙)'는 오늘날까지도 카자흐인의 기억에 남아 있는 대표적인 민족적 비극이다.

6일 카자흐스탄 국영통신 카진포름에 따르면 중국 푸젠사범대학 팡커옌 교수가 이끄는 중국·유럽·캐나다 공동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 최신호를 통해 발표한 논문에서 18세기 중반 준가르 칸국의 몰락 원인을 청나라의 침공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며 기후가 장기간 악화되면서 초원 생태계가 붕괴됐고 대규모 기근이 이어짐과 동시에 천연두가 유행하면서 멸망 시기가 앞당겨졌다고 추정했다.

연구진은 톈산산맥과 알타이산맥 일대 14개 지역에서 채취한 441개의 고목 나이테 자료를 분석해 1625년 이후 중앙아시아 초원의 기후와 식생 변화를 디지털화했고 이를 위성 식생지수(NDVI), 역사 문헌, 무역 기록, 인구 변화, 천연두 발생 기록 등과 종합 분석해 준가르 칸국 말기의 사회·경제 변화를 정량적으로 추적했다.

이를 통해 이미 내부 기반이 무너진 준가르 칸국을 청나라가 최종적으로 붕괴시킨 것이었으며 국력을 근본적으로 약화시킨 결정적 배경은 기후위기에 따른 생태계 생산성 붕괴였다고 결론지었다.

준가르 중심 지역은 1751~1761년에 약 400년 만에 가장 낮은 초원 생산성을 기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극심한 가뭄으로 목초지가 황폐화되면서 가축이 대량 폐사했고 식량 부족과 기근이 이어졌다. 여기에 1743년과 1758년 천연두 대유행이 겹치면서 국가의 통치력과 군사력이 급격히 약화됐다는 것이 연구진의 분석이다.

논문은 특히 기존 역사학계가 강조해 온 청나라와의 전쟁과 준가르 내부 권력투쟁만으로는 국가 붕괴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기후 변화가 초원 생태계를 먼저 무너뜨렸고 이로 인해 기근과 무역 붕괴, 사회 혼란, 전염병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면서 국가 회복력이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이후 청나라는 1755~1759년 연속적인 군사 원정을 통해 준가르를 정복했다. 연구진은 당시 전체 인구의 약 70~80%가 전쟁과 천연두로 사망했으며 이는 유라시아 마지막 유목제국의 종말과 함께 중앙아시아 지정학을 근본적으로 바꾼 역사적 전환점이 됐다고 평가했다.

현지 역사학계도 준가르와의 전쟁을 현대 카자흐스탄 국가 형성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 가운데 하나로 보고 있다.

역사학자인 카자흐 국립 알파라비대학교의 베레케트 카리바예프 교수는 카진포름 인터뷰에서 "카자흐-준가르 전쟁은 단순한 영토 분쟁이 아니라 200년 이상 이어진 국가 생존 전쟁이었다"며 "준가르의 침공은 카자흐 국가를 붕괴 직전까지 몰고 갔지만 결국 민족의 단결과 저항을 통해 국가를 지켜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준가르가 강력한 상비군을 운영했던 반면 카자흐는 부족 단위 민병대 체제였음에도 카반바이, 보겐바이, 라이임베크 등 수많은 바트르(영웅)들의 활약과 부족 간 연대를 통해 국가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연구진은 이번 논문의 의미가 과거 역사 해석에만 그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기후 변화로 초원 생산성이 급격히 감소하면 식량 부족과 인구 이동, 전염병 확산이 복합적으로 발생해 사회 전체의 회복력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최근 이런 양상이 보이는 세계 정세 속에서 중앙아시아 유목지역의 기후 회복력 강화와 전염병 감시 체계 구축이 과거보다 더욱 중요해졌다고 조언했다.
김민규 아스타나 통신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Advertise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