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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 美 로비에 850만달러…AI ‘룰 전쟁’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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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선 기자

승인 : 2026. 08. 13.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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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미국 LDA 보고서 분석
반도체 제조 관련 법안부터 AI, 6G까지
규제 등 대응 부문 다양화
AI 관련 기업들 로비 대폭 확대
삼전닉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사옥./연합
삼성과 SK그룹이 미국에서 통상·반도체·배터리 등 기존 사업 관련 정책 대응은 물론 인공지능(AI)·에너지·차세대 기술 등으로 로비 전선을 넓히고 있다. 미국 내 투자 확대와 함께 정책·규제 변화가 사업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단순한 통상 대응을 넘어 사업별 이해관계를 반영하기 위한 대관 활동도 정교해지는 모습이다. 여기에 앤트로픽·오픈AI·엔비디아 등 AI 기업들도 로비 규모를 빠르게 늘리면서 미국의 AI·반도체 정책을 둘러싼 기업 간 '룰 전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13일 미국 연방 로비공개법(Lobbying Disclosure Act·LDA)에 따라 공개된 신고자료를 분석한 결과 삼성과 SK는 올해 상반기 각각 468만달러, 388만5000달러를 로비에 지출했다. 양사 합산 금액은 약 856만달러다. 삼성은 지난해 상반기 476만달러에서 1.7% 감소했으며, SK는 378만달러에서 2.8% 증가했다.

여기서 말하는 로비는 청탁성 활동이 아닌 대관 활동에 가깝다. 미국에서는 기업이나 단체가 연방 의회와 행정부 등을 상대로 법안·규제·정책에 대한 의견을 전달하고 입법·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활동하는 것이 폭넓게 인정된다. LDA에 따른 신고 대상에는 이 같은 활동을 위해 외부 로비스트나 로비펌에 지급한 비용 등이 포함된다.

올해 삼성은 전체 로비 규모가 소폭 줄었지만 로비 대상 의제는 오히려 다각화됐다. 지난해에는 5G·주파수·무선 브로드밴드 등 통신 인프라와 칩스 액트(CHIPS Act) 이행 등이 주요 이슈였지만 올해는트럼프 행정부 대규모 세제개혁안인 'OBBBA(One Big Beautiful Bill Act)' 이행과 AI 스택·R&D, 양자기술, 6G 등이 새롭게 등장했다.

특히 2분기에는 데이터센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전력망·에너지 법안도 로비 의제에 추가됐다. AI 반도체 수요 확대와 함께 데이터센터 전력 확보가 핵심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삼성 역시 전력·에너지 정책을 사업과 연결해 대응하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디지털 헬스와 지식재산권(IP) 관련 의제도 새롭게 등장하는 등 반도체를 넘어 미국 내 사업 전반으로 정책 대응 범위가 넓어졌다.

삼성중공업도 올해 처음 외부 법인을 통해 로비에 나섰다. 이에 따라 해당 법인을 통한 삼성 계열사 로비액은 지난해 상반기 30만달러에서 올해 59만달러로 늘었다. 반면 삼성전자 미국법인의 자체 로비비는 286만달러에서 266만달러로 줄었다. 전체 규모를 유지하면서 외부 로펌을 활용한 사업별·이슈별 대응을 강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SK 역시 로비 의제의 중심축이 이동했다. 지난해 SK아메리카의 로비가 배터리 제조와 전기차,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관련 지원·세액공제 등에 집중됐다면 올해는 반도체와 AI 안보 규제 대응이 두드러진다. AI 수출 프로그램과 반도체·AI 안보 관련 법안들이 새롭게 로비 대상으로 등장했다.

배터리 분야에서는 지난해 주요 의제였던 IRA 이행 및 세액공제 대신 핵심 광물 공급망과 재활용이 부각됐다. 에너지 분야에서도 AI와 지속가능성을 지원하는 정책에 이어 에너지 공급망 관련 이슈가 추가됐다. 배터리·전기차 중심이던 미국 정책 대응이 반도체와 핵심광물, AI·에너지 인프라 등으로 넓어진 셈이다.

이런 가운데 AI 기업들의 로비 확대 속도는 삼성·SK보다 훨씬 가파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기준 앤트로픽·오픈AI·엔비디아 등 AI 3사의 올해 상반기 로비액은 829만달러로 지난해 약 415만달러에서 2배로 증가했다. 기존 빅테크의 로비 규모도 여전히 압도적이다. 메타는 약 1300만달러, 아마존은 약 950만달러, 구글은 약 920만달러를 각각 집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기존 빅테크의 로비 규모보다 새로운 AI 기업들의 증가 속도가 더욱 가파르다는 점에서, 미국 정책에 대한 영향력도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산업정책이 사업 경쟁력과 직결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대미 로비도 개별 통상 현안 대응에서 AI·반도체·에너지·공급망 등 산업 전반의 정책 변화에 대응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는 흐름이다.
이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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