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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DC형 퇴직연금 운용은 근로자 몫…금융사 선택은 왜 회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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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성 기자

승인 : 2026. 08. 14.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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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성_정장_200
"퇴직연금은 결국 근로자의 돈입니다."

최근 만난 표영대 키움증권 연금플랫폼본부장이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 강조한 말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근로자가 직접 자신의 노후자금을 굴리는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의 구조를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운용 책임과 결과는 온전히 근로자의 몫인데 정작 어느 금융사에 자금을 맡길지에 대한 선택지는 회사가 제시하기 때문입니다.

퇴직연금 가운데 확정급여형(DB)은 근로자가 받을 퇴직급여가 미리 정해져 있고, 회사가 적립금을 운용하는 구조입니다. 반면 DC형은 회사가 부담금을 넣으면 근로자가 직접 상품을 골라 운용하고, 그 성과에 따라 근로자의 퇴직급여도 달라집니다. 그럼에도 근로자가 선택할 수 있는 금융회사는 회사가 계약한 금융사로 제한됩니다.

퇴직연금 시장의 중심은 이미 근로자가 직접 운용하는 쪽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올해 6월 말 퇴직연금 적립금 약 554조원 가운데 DC형과 개인형퇴직연금(IRP)은 약 330조원으로 전체의 59.5%를 차지했습니다.

이렇듯 근로자가 직접 운용하는 퇴직연금의 비중은 커지고 있지만, 지난해 말 기준 DC형 적립금의 66.5%는 여전히 예금 등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머물러 있습니다. 금융당국 역시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낮은 안정형에 자금이 쏠린 점을 지적하며 장기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자산배분투자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가 정해둔 기존 금융사의 틀 안에서는 근로자가 투자 성향에 맞는 다양한 상품을 비교하고 선택하는 데 구조적 한계가 따릅니다.

금융사 선택권이 보장되는 IRP와 달리, DC형에서 원하는 금융사가 없다면 회사가 해당 금융사를 추가하고 퇴직연금규약을 변경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는 과반수 노조가 있는 경우 해당 노조, 그렇지 않은 경우 근로자 과반수를 대표하는 근로자대표의 동의를 얻는 절차도 필요합니다. 결국 개별 근로자가 원하는 금융사를 자유롭게 선택하기에는 제약이 큰 구조입니다.

해외에서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근로자의 선택권을 보완하고 있습니다. 호주는 일정 요건을 갖춘 연금펀드 가운데 근로자가 자신의 노후자금을 맡길 곳을 직접 선택할 수 있습니다. 미국 401(k)는 우리나라처럼 회사가 선택지를 마련하지만, 금융사와 상품을 선정·관리하는 수탁자에게 근로자의 이익을 우선하고 비용과 성과 등을 지속적으로 살필 책임을 부여합니다. 방식은 달라도 퇴직연금의 주인인 근로자의 선택권과 이익을 제도의 중심에 두고 있다는 점은 같습니다.

퇴직연금은 근로자 노후를 위한 돈입니다. 근로자가 직접 운용하는 퇴직연금의 비중이 커지고 있는 지금, 이 당연한 원칙이 단순한 상품 선택을 넘어 금융사를 선택하는 과정에서도 충분히 작동하고 있는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한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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