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을 가득 채운 연꽃 줄기가 어지러이 얽히고설켜 뻗어 나간다. 한 사람이 일생을 살며 만나고 헤어진 수많은 인연들처럼, 얽힌 궤적은 복잡하지만 애틋하다. 마음을 기대게 한 고마운 인연도 있었고, 가슴에 생채기를 남기고 떠난 인연도 있었으니, 그림 속 줄기는 곡절 많은 서민의 세월을 대신 말해준다.
진흙탕 속에서 힘겹게 뻗어 올라와 탐스럽게 피어난 연꽃은, 흙먼지 이는 시장바닥과 좁은 골목을 지나온 우리네 삶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일러준다. 원망스럽던 순간들도 세월이 지나 내 삶을 단단하게 다져준 성숙한 자양분이었으니, 일생 동안 맺은 어느 인연 하나 의미 없는 것이 없다.
한국민화협회 고문인 민화작가 소정 정영애는 수많은 인연의 무게를 얽힌 줄기 위에 얹고, 그 끝에서 피어난 연꽃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아름다움을 화폭에 새겼다. 고단한 서민들의 굽은 등이 이 그림 앞에서 잠시 펴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