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Advertisements

[기업 인사이트] AI를 묻기 전, ‘우리가 어떻게 일하는지’부터 물어라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817010005358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6. 08. 17. 17:58

구글 검색 선호 출처 추가 Google 검색에서 아시아투데이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Advertisements

Advertisements

황한솔 교수
황한솔 성균관대 응용AI융합학부 교수
요즘 기업 강연장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두 가지다. "어떤 AI 도구를 도입해야 하나요?"와 "직원들에게 AI 교육을 어떻게 시켜야 하나요?"다. 응용AI융합학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매우 반가운 질문이지만, 조직행동을 공부하는 연구자로서는 매번 같은 대답을 한다. "그 전에, 여러분 회사 직원들이 지금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설명해 주실 수 있습니까?"

데이터부터 살펴보자. 맥킨지가 105개국 1993명을 조사해 지난해 11월 발표한 'The State of AI in 2025: Agents, innovation, and transformation'에 따르면, 이미 기업의 88%가 최소 한 가지 업무에 AI를 정기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도입 자체는 더 이상 화두가 아니라는 뜻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AI가 회사 영업이익에 기여했다고 답한 기업은 39%에 그쳤고, 이들 중 대다수는 기여도가 5% 미만이라고 응답했다. 상당한 가치를 창출한 '고성과 기업'은 약 6%에 불과했다. 열에 아홉은 AI를 쓰고 있지만, 성과로 연결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격차를 가르는 요인이다. 단순히 AI를 도입했느냐보다, 이를 조직의 업무 방식에 어떻게 적용했느냐가 중요했다. 맥킨지가 같은 해 3월 앞선 조사에서 25개 조직 요인을 검증했을 때 성과와 가장 강하게 연결된 것은 '업무 흐름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했는가'였는데, 이를 실행한 기업은 다섯 중 하나에 불과했다. 결국 AI 자체보다 일을 어떻게 다시 설계하느냐가 성과를 좌우했다는 얘기다.

일을 모르는 채 AI를 도입한 결과가 어떤지는 해외 사례가 생생하게 보여준다. 스웨덴 핀테크 기업 클라르나(Klarna)는 AI 챗봇이 상담원 700명분의 업무를 처리한다며 인력을 대폭 줄였다가, 서비스 품질이 떨어지자 상담 인력을 다시 채용하기 시작했다. 이 회사 CEO는 비용 절감에만 매달린 전략이 지나쳤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미국 자동차 기업 포드(Ford)는 품질 관리를 AI와 자동화에 맡기는 사이 리콜 건수가 큰 폭으로 증가했고, 지난 3년간 베테랑 기술 전문가 350명을 채용하거나 다시 불러들였다. 이들은 설계 검토와 후배 육성은 물론, AI 기반 품질관리 도구를 개선하는 일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 사례들의 공통분모는 '기술에 대한 무지'가 아니라 '일에 대한 무지'다. 어느 조직이든 공식 직무기술서 외에도 '진짜 프로세스'가 따로 있다. 규정에는 없지만 김 과장을 거쳐야 일이 돌아가고, 시스템에 입력하기 전에 엑셀로 한 번 더 정리하는 관행이 있으며, 아무도 읽지 않지만 매주 만드는 보고서가 있다. 문서에 남지 않은 채 조직을 굴리는 힘, 철학자 마이클 폴라니가 말한 '암묵지'다.

AI 도입이란 결국 일의 일부를 AI에 넘기는 작업인데, 이 보이지 않는 일들을 파악하지 못하면 엉뚱한 것을 자동화하게 된다. '없애야 할 일을 더 빨리하게 만드는 것', 이것이 준비 없는 AI 도입의 가장 흔한 풍경이다. AI 교육도 마찬가지다. 프롬프트 작성법을 아무리 가르쳐도, 직원이 자기 업무 중 무엇을 AI에 맡길 수 있는지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면 교육은 강의장 문을 나서는 순간 증발한다.

그래서 AI 도입을 고민하는 기업에 화려한 로드맵 대신 오래된 숙제 세 가지를 권한다.

첫째, 업무 인벤토리를 만들어 보라. 구성원이 실제로 하는 일을 한 주 단위로 적어 보면 경영진이 아는 일과 현장이 하는 일 사이의 간극이 드러난다.

둘째, 그 목록에서 없앨 일부터 골라내라. AI에 맡길 일을 찾는 것은 그다음이다.

셋째, 남은 일에 대해 '왜'를 물어라.

목적이 분명한 일일수록 AI와 사람의 역할을 나누기 쉽다. 이 과정은 지루하고 느리다. 그러나 이것이 곧 직무분석이고 프로세스 진단이며, 한 세기 넘게 경영학이 다듬어 온 조직 설계의 기본기다.

역설적이지만, AI 시대의 경쟁력은 최신 기술을 얼마나 빨리 들여오느냐가 아니라 자기 조직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느냐에서 갈린다. 같은 도구를 쓰는데 성과가 다르다면 차이는 도구가 아니라 일에 있다.

AI는 일을 대신 해주는 기술이기 이전에, 우리가 그동안 어떻게 일해 왔는지를 비추는 거울이다. 거울을 들여다볼 준비가 된 조직에만 AI는 도약의 도구가 된다. 지금 필요한 질문은 "어떤 AI를 쓸 것인가"가 아니다. "우리는 어떻게 일하고 있는가"다.

황한솔 교수는 …
서울시립대 이학사. 고려대 MBA. 한양대 경영학(조직인사) 박사. 삼성물산 상사 부문에서 경영혁신·신사업개발 파트 근무. 현재 성균관대 AI융합운영전공 주임교수, 한국인사조직학회 총괄상임이사, 한국경영인학회 이사. 주요 연구 분야는 직장 내 무례함, 잡크래프팅, 불면증, AI 등. 2023년 한국갤럽박사학위논문상, 2025년 SKKU Teaching Award 수상.

황한솔 성균관대 응용AI융합학부 교수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Advertise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