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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땅끝에서 닭고기 먹다가 따라간 이야깃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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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원 기자

승인 : 2026. 08. 18.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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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부위를 즐긴다', 해남 닭코스요리
코리아둘레길 연결점, 옛이야기 따라 산책
'호프' 촬영지, 코레일관광개발 '열차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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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돌고개가든 닭코스요리의 백숙. / 이장원 기자
전남 해남에는 조금 독특한 닭요리가 있다. '닭코스요리'라고 부르는 음식이다. 닭 한 마리를 잡아 구이, 불고기, 백숙, 죽부터 각 부위의 회까지 차례로 내놓는다. 닭고기라는 한 가지 식재료를 여러 방식으로 요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활용을 극대화한 요리라고 할 수 있다. 맛은 어떨까. 서울에서 대략 400㎞ 떨어진 해남까지 가서 맛볼 필요가 있을까. 정답은 여행자 자신만이 알 수 있다. 직접 가서 먹어봐야 안다. 입맛에 맞든 맞지 않든, 그것도 다 즐거운 이야깃거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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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돌고개가든 닭코스요리의 불고기 . /이장원 기자
닭코스요리는 꽤나 오랜 역사를 지닌 음식이다. 해남 연동리·삼산면 일대에는 닭요리촌이 있다. 닭요리촌은 1970년대부터 형성된 것으로, 이미 50년이 넘었다. 해남 농가에서는 예전부터 닭을 많이 길렀는데, 대흥사를 오가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닭요리를 팔기 시작한 것이 이 음식의 시작으로 전해진다. 왜 코스요리가 됐는지에 대해선 퍽퍽한 닭가슴살 등 손님들이 상대적으로 덜 좋아하는 부위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여러 방식을 결합한 코스요리가 됐다는 설이 있다. 생으로 먹는 회가 닭 활용의 극치를 보여준다. 닭요리촌은 크기가 3㎏ 이상인 토종닭을 쓰도록 엄격히 관리되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인지 푸짐하고 살이 실하며 가성비가 높다는 평가가 많다. 주관적 영역인 맛에서도 깔끔하고 담백하다는 평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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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황사 달마전 앞에서 보이는 경관. / 이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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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황사 대웅보전. / 이장원 기자
닭코스요리는 해남의 자랑이라고 할 만 하지만, 닭으로만 해남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 아무래도 땅끝이라는 상징성을 빼놓고 해남을 설명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의 남쪽 끝인 해남은 최근 땅끝의 의미보다는 또 다른 길이 시작되는 곳으로 더 주목받고 있다. 해남 땅끝탑은 코리아둘레길의 서해랑길과 남파랑길이 만나는 곳이다. 종착점이 아니라 동서를 잇는 연결점인 셈이다. 이 중 동쪽으로 부산까지 이어지는 남파랑길의 해남 구간 90코스를 따라가 본다. 천년고찰 미황사에 들러 잠시 옛이야기에 빠져볼 수 있다. 미황사는 신라 경덕왕 8년(749년) 의조화상이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당시 사자포라고 불린 항구에 바다를 건너온 석선이 나타났는데, 배에서 불상과 경전이 나왔다고 한다. 이를 소 등에 싣고 가다 소가 마지막에 멈춘 자리에 절을 세웠다는 창건설화가 사적비를 통해 전해 내려온다. 바다를 통해 전해졌기 때문인지 대웅보전 주춧돌 등에는 게·거북 등 바다 생물을 표현한 문양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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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평면 남창리에 전시된 영화 '호프' 속 경찰차. / 이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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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호프 속 장면처럼 사진을 남길 수 있는 곳. / 이장원 기자
남파랑길의 이야기는 89코스 북평면을 지나면서 영화 속으로까지 이어진다. 북평면 남창리는 나홍진 감독의 영화 '호프'의 상당 부분이 촬영된 곳이다. 영화 속 배경인 비무장지대 호포항의 모습이 이곳에서 구현됐다. 영화가 해남의 이야기를 담진 않았지만, 3개월여간 배우들이 머물며 촬영한 흔적이 남아 하나의 문화거리가 만들어졌다. 나 감독 팬이나 영화 팬은 남다른 감상을 받을 수 있음이 당연한데, 영화를 보지 않았거나 재미있게 보지 않은 이들도 색다른 분위기를 느끼기엔 충분하다. "여기가 거기구나"라는 추임새와 함께 남쪽 마을을 거닐며 차 한잔의 여유를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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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해상케이블카 전망대에서 바라본 진도대교. / 이장원 기자
해남의 영화 이야기는 서북쪽으로 방향을 돌려도 계속 이어진다. 멀리 인천 강화까지 이어지는 코리아둘레길 서해랑길에서는 13코스로 가 본다. 해남과 진도가 만나는 곳에서 이순신 장군이 왜군을 물리친 명량해전의 실제 장소를 찾아볼 수 있다. 아직도 역대 관객수 1위에 올라 있는 영화 '명량'(1761만명)의 그 명량(鳴梁)으로, 울돌목이라고도 불린다.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는 세 살 적부터 수도 없이 들었지만, 왜군과 싸운 현장에 가볼 기회는 사실 흔치 않다. 울돌목에선 왜군을 막아선 거센 물살을 아주 가깝게 느낄 수 있다. 우수영국민관광지 주변으로 조성된 산책로를 따라 걷거나 발밑이 보이는 스카이워크에서 물을 흐름을 느낀다. 조금 더 넓은 시야로 당시의 전투를 머리 속에 그려보고 싶다면 명량해상케이블카를 타는 것도 방법이다. 전문가와 함께하지 않는다면 어느 곳으로 왜군이 들어왔고 어떻게 막았을지에 대해 여행 동반자와 그리 실속 있지 않은 논쟁을 벌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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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뇌하는 이순신 동상이 서 있는 울돌목. / 이장원 기자
코레일관광개발은 해남 명소를 총집합한 '해남 한 바퀴' 여행을 기획해 운영 중이다. 1박 2일 일정으로, 서울 용산역은 물론 부산·경상권에서도 출발하는 열차 여행을 준비한 것이 특징이다. 영화 호프와 명량으로 흥미를 유발하면서 해남의 멋진 자연경관과 닭코스요리 등 미식을 즐기고, 흑석산 치유의 숲에서 건강도 챙기는 구성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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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끝탑으로 가는 산책로 주변의 경관. / 이장원 기자
이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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