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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I·연합 |
그의 이번 발언은 북한 핵무기 개수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한 답변도 아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다른 백악관 행사에서 취재진이 '이번 회동의 목표가 여전히 비핵화냐'고 묻자 "그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고도 했다. 북한 비핵화라는 수십 년간 이어져 온 미국의 대북 기조를 수정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앞서 이날 오전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은 트럼프가 직접 지시한 한미 연합 훈련 축소에 대해 "전혀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고 평가절하했다. 그러자 김 위원장과의 회동 성사를 위해 북한 비핵화라는 미 행정부의 오랜 원칙까지 양보할 뜻을 내비친 게 아니냐는 것이다.
북한 핵보유국 지위 인정은 단순히 북한의 외교적 입지를 높이는 영향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동아시아의 안보 지형을 근본적으로 흔들 수 있는 '위험한 거래'다. 핵확산금지조약(NPT)체제에 묶이는 대신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해 온 한국과 일본의 확장억제 실효성에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될 것이다. 한국과 일본의 독자 핵무장을 미국이 제지할 지렛대도 약화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회동에서 비핵화를 의제에서 빼고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는 대가로 북한의 핵 동결과 군축 약속을 얻어내려 할 것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 미국이 제공할 인센티브도 마땅치 않다. 북한은 러시아·중국과의 긴밀한 안보·경제 협력에 힘입어 3년 연속 성장률이 3%를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7년 전 미-북 정상회담 때와는 사정이 판이하다. 외교 성과가 급한 트럼프가 서두를 경우 김 위원장은 한미 연합훈련의 영구 중단과 주한미군 철수 등의 '숙원'을 군축 협상의 조건으로 내걸 가능성이 높다. 자신들의 위상을 강화하고 동북아에서 미국의 역할을 약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모든 요구를 해 올 것이다.
우리 정부는 어떤가.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20일 북한의 핵무기 보유 상황에 대해 "우리가 보통은 80~120개 정도로 본다"고 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이 몇 개 정도 핵을 개발했다고 정부는 평가하느냐'는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다. 트럼프가 구체적 핵무기 숫자가 57기라고 하자 우리 정부는 한술 더 떠 '그보다 더 많다'고 하는 셈이다. 북한과의 긴장 완화 목표에 급급해 트럼프 대통령의 조율되지 않은, 조급한 회동 추진에 정부도 오케이(OK) 사인만 보내는 듯해 불안하기만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