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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미국서 배 만들자면서 한국서 2척…‘마스가’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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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슬 기자

승인 : 2026. 08. 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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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슬
미국 조선업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 한국 조선사들이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미국이 급하게 필요한 배는 한국에서 먼저 만들 수 있게 됐다. 미국 조선업을 살리기 위한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가 마주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미국에 새 조선소를 건설하거나 기존 조선소의 소유권 또는 과반 지분을 확보한 외국 조선업체가 본국 조선소에서 최대 2척을 건조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내놨다. 대신 이후 선박은 미국 조선소에서 건조하도록 했다.

언뜻 보면 파격적이다. 미국 함정을 한국 조선소에서 건조할 길이 제한적이나마 열렸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아이러니하다. 마스가의 궁극적인 목표는 한국 자본과 기술을 활용해 미국 조선업을 다시 키우는 것이다. 그런데 그 첫 단계에서 미국이 선택한 방법은 동맹국 조선소에서 배를 먼저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이유는 분명하다. 조선소는 돈만 투자한다고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산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도크와 크레인을 늘리는 것만으로 배를 더 많이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숙련된 용접공부터 설계·엔지니어링 인력, 기자재 공급망까지 함께 갖춰져야 한다. 미국 정부가 조선소 지원과 별개로 인력 교육과 공급망 강화에 공 들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화가 필리조선소에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지만 생산능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여기에 '정치'라는 변수도 있다. 한미 조선협력은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제조업 부흥 정책과 맞물리며 어느 때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조선업 투자는 수십 년을 내다봐야 하는 사업이다. 한 행정부의 임기보다 훨씬 길다. 지금의 강력한 정책 의지가 차기 행정부에서도 같은 방향과 속도로 이어진다고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은 국내 조선사들이 감수해야 할 변수다.

그럼에도 최근의 변화는 K-조선에 나쁘지만은 않다. 오히려 미국이 자국 조선업의 현실적인 한계를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당장은 '2척'에 불과하다. 하지만 한국 조선소에서 건조된 배가 미국에 성공적으로 인도되고 현지 투자가 함께 성과를 낸다면 향후 협력 범위가 넓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미 함정 유지보수정비(MRO)를 통해 국내 조선사들의 능력은 인정받고 있다. 미국 내 생산과 한국 내 건조를 반드시 양자택일로 볼 필요가 없는 이유다.

결국 마스가의 성패는 한국 조선사가 미국에 얼마나 많은 돈을 투자하느냐보다 양국이 서로의 강점을 얼마나 최대한 활용하느냐에 달렸다. 미국은 시장과 수요가 있고 한국은 기술과 생산능력이 있다. 미국 조선업을 되살리겠다는 명분에 매몰돼 모든 것을 당장 미국에서 해결하려 하기보다, 한국에서 필요한 배를 만들면서 미국의 생산 기반을 차근차근 키우는 것이 더 현실적인 길일 수 있다.

미국에서 배를 만들기 위해 한국에서 먼저 배를 만드는 것. 얼핏 모순처럼 보이는 이 방식이 어쩌면 마스가를 가장 빨리 현실로 만드는 길인지도 모른다.
김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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