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장 오른 뒤 부처·지방 대대적 통폐합
호찌민 이후 첫 서기장·국가주석 겸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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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사람을 통해 움직인다. 누가 권력을 쥐고 관료조직과 제도, 국가 자원을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정책의 우선순위도, 나라를 움직이는 방식도 달라진다. <아세안의 설계자들>은 주요국 지도자들의 권력 형성과 통치 방식, 그 성과와 한계를 통해 변화하는 아세안을 들여다본다.<편집자주>
45년을 공안에서 보낸 또 럼은 베트남 권력의 정점에 올랐다. 지난해 공산당 서기장에 오른 데 이어 올해 국가주석직까지 다시 맡으면서 당과 국가의 최고 권력을 동시에 쥐었다. 공안 관료에서 베트남의 권력 구조를 다시 짜는 최고지도자가 된 것이다.
또 럼의 통치는 강한 장악력과 빠른 집행으로 요약된다. 서기장에 오른 뒤 중앙정부 조직을 줄이고 지방 행정구역을 대대적으로 통합하는 등 국가조직부터 다시 짰다. 목표를 정하면 책임자를 두고 결과를 확인하는 방식도 국정 전반에 적용하고 있다.
7월 4일 하노이에서 열린 정부·지방 화상회의에서도 이런 면모가 드러났다. 상반기 국내총생산(GDP)이 8.18% 성장했다는 보고에도 또 럼은 연 10% 성장 목표를 다시 제시하며 업무별 담당자와 책임, 기한을 명확히 한 '특별 행동계획'을 주문했다. 이제 그가 요구하는 것은 경제에서도 빠른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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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럼은 1957년 베트남 북부 흥옌성에서 태어났다. 중앙경찰학교를 나와 1979년 공안에 입문했다. 2010년 공안부 차관, 2016년 장관에 올랐고 2024년 장관직에서 물러날 때까지 45년간 공안에 몸담았다. 국내 보안과 정보, 범죄수사, 출입국, 사이버안보를 다루는 거대 조직에서 그는 정보와 인사를 장악하고 책임을 물어 조직을 움직이는 방식을 익혔다.
그의 정치적 입지를 키운 결정적 계기는 고(故) 응우옌 푸 쫑 전 서기장이 주도한 반(反)부패 운동, 이른바 '불타는 용광로'였다. 공안부 수장이던 또 럼은 부패 혐의를 수사하고 고위 인사들을 체포·기소하는 등 반부패 사정의 핵심 집행자였다. 2023~2024년에는 국가주석 2명과 국회의장 등 최고위층이 잇따라 물러났다. 공안 수사가 권력 재편의 핵심 통로가 되면서 사정 집행을 총괄한 또 럼의 정치적 입지도 급격히 커졌다.
'용광로'는 부작용도 낳았다. 적극적인 결재가 사법 리스크로 돌아올 수 있다는 두려움에 관료들이 결정을 미루면서 각종 프로젝트와 행정절차가 지연됐다. 서기장에 오른 또 럼은 반부패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공익을 위해 과감히 행동하는 간부'를 보호하겠다고 강조했다. 부패를 처벌하는 데서 나아가 성과를 내지 않는 관료에게도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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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럼은 2024년 5월 국가주석에 선출됐고, 쫑 서기장이 사망한 뒤 같은 해 8월 권력 서열 1위인 서기장에 올랐다. 10월 국가주석직을 르엉 끄엉에게 넘긴 그는 한 달 뒤 정치체제 조직의 정예화·슬림화를 '혁명'으로 규정했다.
밑그림은 2017년 당 중앙위원회 결의 18호에 이미 나와 있었다. 하지만 여러 해 속도를 내지 못했던 개편을 국가 최우선 과제로 끌어올려 중앙과 지방에서 동시에 밀어붙인 것은 또 럼이었다.
2025년 중앙정부는 18개 부와 4개 부처급 기관에서 14개 부와 3개 부처급 기관으로 줄었다. 지방 행정망도 63개 성·직할시에서 34개로 통합됐고 군·현급 단계는 사라졌다. 중간 조직을 걷어내 지휘선을 줄이고 기관장과 지방 책임자에게 직접 결과를 묻는 구조다. 또 럼이 공안 시절부터 익혀온 빠른 지휘와 집행 방식이 국가조직 개편에도 투영됐다.
국가조직을 다시 짠 또 럼은 지난 1월 제14차 당대회에서 서기장 연임을 확정한 뒤 4월 국가주석에 다시 선출됐다. 향후 5년간 당과 국가의 최고 도장을 동시에 쥐게 된 것이다.
베트남은 서기장·국가주석·총리·국회의장 등 '4대 기둥'이 권력을 나눠 갖는 집단지도체제를 유지해왔다. 서기장과 국가주석을 한 사람이 맡은 전례는 있지만, 새 지도부 임기 초부터 겸직 체제를 출범시킨 것은 건국 지도자 호치민 이후 또 럼이 처음이다. 정치국과 당 중앙위원회의 합의제 구조가 남아 있어 중국식 1인 지배체제로 볼 수는 없다. 다만 최근 수십 년간 보기 힘든 수준으로 권력이 또 럼에게 집중된 것은 분명하다.
◇권력 한손에 쥐고…'10% 성장' 도전
또 럼이 집중된 권력을 바탕으로 내건 다음 목표는 연평균 10% 성장이다. 서기장 취임 이후 과학기술·혁신·디지털 전환을 강조한 정치국 결의 57호와 민간경제를 '국가경제의 가장 중요한 동력'으로 규정한 결의 68호를 잇달아 내놨다.
제14차 당대회에서는 2026~2030년 연평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최소 10%'를 국가 목표로 공식 채택했다. 저임금 노동력과 다국적 기업의 가공·조립 수출에 기대온 성장 방식에서 벗어나 기술혁신과 자국 기업을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강한 권력이 결재를 앞당길 수는 있어도 생산성과 혁신까지 명령할 수는 없다. 반부패의 경계가 불분명하면 관료들이 다시 결정을 피할 수 있고, 민간기업 육성이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로 흐르면 성장 기반도 흔들릴 수 있다. 빠른 집행만큼 예측 가능한 규칙과 내부 견제가 중요한 이유다.
반부패 사정과 국가조직 개편을 거쳐 베트남 현대사에서 보기 드문 '스트롱맨'으로 올라선 또 럼에게 이제 남은 것은 성과다. 집중된 권력을 실제 성장으로 바꿔낼 수 있느냐에 그의 성패가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