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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장미란 사건’ 등 잇단 사건 은폐…경찰 수사 공정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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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은 기자

승인 : 2026. 08. 24.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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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실종’ 장미란씨 추정 시신 발견…신고 3개월만
사건 담당 경찰관이 거짓보고…다른 실종자 사건도 허위종결
“사건 세부내용 전산화…임의 변경·종결 막아야”
경찰, 실종 장미란씨 시신 발견
경찰이 24일 제주시 한림읍 수원리의 한 야자수농장에서 수개월 전 실종됐던 장미란씨 시신을 발견해 현장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경찰에 의한 사건 은폐·축소 사례들이 잇따라 드러나며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형사소송법(형소법) 개정에 따라 경찰 수사권이 확대되고 일부 범죄들에 대해서는 독점적인 권한을 갖게 된 상황에서 이런 문제들이 나타나면서 경찰이 충분한 수사 역량과 공정성을 갖췄는지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죠. 전문가들은 사건과 관련해 세부적인 사항들에 대한 보고 체계 강화와 경찰관이 자체적으로 사건을 종결하지 못하도록 막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지난 5월 제주에서 실종됐던 장미란씨(37)로 추정되는 시신이 24일 제주 한립읍 인근에서 발견됐습니다. 장씨의 연인과 가족들이 애타게 소식을 기다렸지만, 담당 경찰관의 사건 허위 종결로 골든타임을 놓치고 실종 상태가 장기화된 끝에 결국 안타까운 결과로 이어진 것입니다.

담당 경찰관인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A 경장은 또다른 실종 사건도 허위 종결해 실종된 남성이 실종 51일 만인 지난 22일 시신으로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경찰은 A 경장이 담당했던 실종 사건 200여 건을 전수조사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한 명의 경찰관에 의해 사건이 그대로 묻혀버릴 수 있는 경찰의 취약한 실종 사건 수사의 민낯을 드러냈습니다. A 경장은 장씨와 연락이 닿았지만 본인 위치를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거짓말로 장씨의 연인과 가족들을 속이고 사건을 허위 종결했습니다. '실종자 프로파일링(경찰 실종자 관리)' 시스템상에서 장씨 관련 관리목록 자료도 삭제하고, 연락처를 알려주지 말라는 기록까지 남겨 사건 재접수를 막았습니다.

장씨의 연인과 가족들은 계속 장씨를 찾고자 했음에도 이를 불가능하게 만들어 버린 것입니다. 결국 장씨 친척이 지난달 제주가 아닌 서울에서 실종 신고를 접수하고 나서야 재수사가 시작될 수 있었습니다. 담당 경찰관 한 명의 의도에 의해 사건 수사와 수색이 멈추고, 같은 지역에서는 다시 조사가 시작될 길마저 막혀 버린 셈이죠.

전문가들은 실종 사건 수사와 관련한 경찰관의 재량권이 지나치게 크고, 이를 통제할 장치가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은 점을 문제로 꼽습니다. 이에 따라 단순한 보고를 넘어 사건과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을 반드시 전산화도록 하고 이를 임의로 변경할 수 없게 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사건 처리 과정에서 세부적인 진행 사항들을 전산망 등에 입력하게 하고 이를 변경할 때 감독자의 승인을 거치도록 해야 한다"며 "단순하게 결재 라인을 추가해 도장만 찍도록 하는 게 아니라 결재자가 사건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인지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실제 실종자와 연락 여부, 연락이 닿았을 경우 통화 녹취 등 내역을 확보해 입력하게 하고 그것을 신고자나 가족 등에게 공유하게 하는 등 구체적인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사건은 특히 검찰 직접수사권이 전면 폐지되고 경찰이 상당 분야의 범죄 수사권을 독점하는 개정 형소법 시행을 앞둔 시점에 불거지며 우려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경찰이 독자적으로 사건을 맡아 수사할 전문성과 공정성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더욱 커진 것이죠. 이렇게 취약한 시스템을 갖춘 경찰이 범죄 사건을 독점할 경우 더욱 많은 사건들이 묻혀 버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현직 경찰관인 피의자 부친과 담당 경찰서 관계자들에 의해 사건이 축소될 뻔한 장윤기 사건과도 맞물려 경찰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죠.

형소법 개정을 주도한 여당은 보완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야권은 물론 여권 내에서도 이언주 의원 등이 경찰의 수사 역량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등 비판 여론은 식지 않고 있습니다.

형사사건 수사는 시간이 경과될 경우 증거가 사라지며 입증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특히 이번 사건 같은 실종 사건의 경우 최초 신고 직후 수색 등이 중요하죠. 실제로 장씨 행적을 추적할 수 있던 CCTV는 경찰 요청이 있던 지난 19일에는 전량이 이미 삭제된 상태였습니다. 경찰에서 시간을 끌 경우 사건 관련 핵심 증거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된 셈입니다.

또한 범죄 사건은 그로 인한 억울한 피해자가 있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쉽게 사건 은폐가 가능하다면 얼마든지, 국민 누구든지 그로 인한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범죄 피해자가 된 것 만으로도 억울한데, 수사기관의 직무유기로 피해를 입증받지 못해 울분을 삼켜야 하는 상황까지 이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CCTV나 생체적 증거 등은 시간이 시나 사라지거나 가치가 소멸되는 경우가 많다. 초동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수사가 더뎌지는 경우 이런 상황이 더욱 많아질 것"이라며 "뻔히 범죄 내용을 알 수 있는데 증거가 없어 입증하지 못하는 일들이 현장에서 많이 벌어지면서 피해자들이 억울한 사례가 많아질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14만명이나 되는 경찰과 수많은 사건들을 일일이 추적하고 통제하긴 어려울 것입니다. 때문에 경찰관이나 담당서에서 임의로 사건을 은폐하지 못하도록 경찰 내의 시스템 개선은 물론 경찰이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을 경우를 대비한 필터링 시스템과 외부적인 견제 체계도 필요할 것입니다.
이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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