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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트럼프의 북한 카드와 이란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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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8. 26.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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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호
김연호 조지워싱턴대 한국학연구소 부소장 직무대행
2021년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워싱턴에서는'북한 이슈의 사양산업화'가 심화됐다는 우스갯 소리가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 1기에서 보여준 북미 정상회담은 고사하고 양측 간에 이렇다 할 접촉과 교류가 없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지난 30여 년간 북한 핵문제가 진전과 후퇴를 거듭하면서 결국 북한의 핵무기 고도화를 막지 못한 데 대한 깊은 좌절감과 피로감이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뿌리 깊게 자리 잡게 됐다.

북한의 비핵화 방안을 주제로 한 토론회는 공허한 결론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졌고, 그만큼 워싱턴에서 북한 비핵화 문제는 독립적인 외교정책 의제로서 동력을 잃고, 미중 전략경쟁과 러북 군사협력 등 동북아시아의 지정학적 구도 속으로 흡수돼 갔다.

트럼프 행정부 2기에 들어와서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단번에 종식시키겠다고 공언한 만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다시 추진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전쟁의 실타래는 더 꼬여만 갔다. 여기에 더해 북미관계는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라는 암초에 걸리면서 전통적으로 중재자 또는 촉진자 역할을 했던 서유럽 국가들의 역할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북한과 관련한 워싱턴 조야의 관심이 러시아-북한 관계 동향과 북한의 사이버 위협, 가상자산 탈취 등에 한정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북미관계 회복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말 취임 직후,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지칭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백악관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트럼프 행정부의 목표임을 재확인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친분 관계를 과시하며 다시 그와 연락하겠다는 대통령의 후속 발언을 막을 수 없었다.

이후에도 북한의 핵보유를 사실상 인정하는 듯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이어졌다. 김정은 위원장과의 친분이라는 귀중한 정치적 자산을 활용해 북미 정상회담을 재추진하고 북한 핵문제 해결에 나서겠다는 뜻도 거듭 밝혔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미 정상회담이 다시 열리면 북한의 핵보유에 대한 사실상 인정을 협상의 출발점으로 삼아 핵동결을 핵심 의제로 다룰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핵보유국' 발언이 나온 지 두 달 만에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소통하고 있다며 북미 정상회담의 가능성을 한껏 끌어올렸다. 그리고 이재명 대통령과의 8월 워싱턴 정상회담에서는 연내에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10월 경주 APEC 정상회담을 계기로 모색됐던 북미 정상회담이 결국 성사되지는 못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아쉬움을 나타내며 여전히 김정은 위원장과의 친분관계를 강조했다.

이달 들어와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의 대북 접근 패턴에 다시 시동을 걸며 훨씬 더 공세적인 태도를 취했다.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가 57기에 달하며 북한과 대화 재개의 목표가 비핵화인지에 대해서는 말하고 싶지 않다는 언급에 더해, 한미연합훈련은 북한에 부적절하고 적대적인 신호를 준다며 훈련 규모를 대폭 축소하라고 갑자기 지시했다. 지난해보다 훨씬 다급해진 모습이다.

무엇보다 지난해에는 정상회담 의사를 거듭 밝히는 데 그쳤지만, 이번에는 북한의 호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한미연합훈련 축소라는 실질적인 정책 카드까지 먼저 꺼내 들었다.

김정은 위원장이 자신의 대화 제의에 '응답'했다는 발언은 '소통'하고 있다는 지난해 발언보다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올해 안에 김 위원장을 만나겠다는 발언 역시 연내에 만나고 싶다는 지난해 발언보다 더 적극적이다. 그러나 북한의 반응은 올해도 싸늘했다.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과욕'에는 기본적으로 자신만이 전임 미국 대통령들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강한 자기 확신이 자리 잡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과 전쟁 직전까지 갔지만 자신이 정상회담을 통해 사태를 해결했다는 주장, 그리고 바이든 행정부가 자신과 김정은 위원장의 관계를 이어가지 못하는 동안 북한의 핵무력이 강화됐다는 주장이 이를 뒷받침한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 문제는 외교 안보 현안인 동시에 전임자들의 실패와 자신의 지도력을 대비시킬 수 있는 정치적 무대인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을 직접 만난 유일한 미국 대통령으로서 트럼프에게 북미 정상회담은 여전히 기존 외교적 문법을 깨고 자신의 정치적 유산을 남길 수 있는 귀중한 수단이다.

그러나 '세계에 평화를 가져온 지도자'라는 역사적 유산에 대한 기대만으로는 올해 들어 한층 공세적으로 변한 트럼프의 대북 접근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출구를 찾지 못한 채 장기화하는 이란 전쟁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한국 정부의 공개적인 지지와 한미 간의 덕담 속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수면 위로 올라온 것도 아니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에 대한 한국의 '비협조'를 거론하는 동시에 한미연합훈련의 '막대한 비용과 부작용'을 문제 삼았고, 이를 계기로 북미 정상회담 재추진 의지를 밝혔다. 이 과정에서 한미 간 긴밀한 사전 조율이 이뤄졌다는 흔적도 찾기 어렵다.

북미 정상회담이 다시 성사될 경우 어떤 협상이 가능할지를 놓고 여러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미국 조야의 반응은 기대보다는 경계에 가깝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동맹의 신뢰를 흔들고 적대국인 북한에 호의적인 신호를 보내면서까지 얻으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출구 없는 이란 전쟁으로 '승리하는 지도자'의 이미지가 흔들린 상황에서 여론의 관심을 분산시키고 북한을 상대로 새로운 승리의 서사를 쓰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란에서는 핵무기 개발을 막겠다며 장기전의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이미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에는 한미연합훈련을 축소하면서까지 정상회담을 제안하는 모순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국민과 자신의 지지층에게 설명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김연호 조지워싱턴대 한국학연구소 부소장 직무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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