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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정위 조사 거부 쿠팡, 美 뒷배 믿어선 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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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8. 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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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품업체에 할인 비용을 떠넘겼다는 의혹을 받는 쿠팡이 공정거래위원회의 현장 조사를 거부하고 처분 취소 소송까지 제기했다. 그동안 공정위 조사에 응해왔던 쿠팡이 태도를 바꿔 행정조사기본법의 '7일 전 사전 통지' 조항을 들어 법정으로까지 끌고 간 것이다.

기업이 행정조사 적법성을 문제 삼아 법적 판단을 구하는 것은 고유의 권리다. 그러나 공정한 경쟁 질서를 위해 규제기관이 실시하는 조사에는 기업도 원칙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증거 인멸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불시 점검이 필수적인 현장 조사 특성을 감안할 때, 쿠팡의 대응은 국내 유통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로서 무책임하다.

쿠팡은 올해 2월 공정위의 하도급법 위반 등과 관련한 현장 조사에는 거부하지 않고 응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절차적 적법성을 따지며 조사를 거부했다. 그 기간 사이에는 쿠팡을 비호하려는 미국 정치권의 움직임이 있었다. 이런 흐름이 조사 거부 배경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

지난달 미 연방하원 법사위원회는 한국 규제당국의 쿠팡 조사를 두고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대우이자 강압적 조사"라는 비판 보고서를 냈다. 쿠팡이 이런 움직임을 믿고 한국의 시장 감시와 공권력 집행을 거부한다면, 이는 국내 소비자와 협력업체를 기만하는 행위다. 한국 시장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기업이 자신에게 불리할 때는 미국 기업임을 내세워 규제를 회피하려는 꼼수로 보일 수 있다.

공정위도 고도의 전략적 신중함으로 이 사안을 다뤄야 한다. 미 정치권이 '차별 대우와 강압 조사' 프레임으로 접근하는 만큼 불필요한 통상 마찰이나 오해를 사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조사 과정에서 쿠팡 측에 충분한 소명의 기회와 절차적 방어권을 보장해야 한다. 또 쿠팡이 주장하는 관련 법 간의 법리적 충돌 소지를 말끔히 해소하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조사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지난해 12월 국회의 쿠팡 청문회에서 일부 여당 국회의원은 '호통치기'나 '윽박지르기'로 쿠팡 임직원들을 몰아붙였다. 기업에 윽박지르고 망신 주는 감정적이고 고압적인 태도는 오히려 쿠팡과 미 정치권에 '한국 정부와 정치권이 강압적 조사를 하고, 얄팍한 여론을 활용하고 있다'는 명분만 주는 역효과를 낳았을 뿐이다. 정치권은 국내용 호통만 치고 그 역풍에는 대응하지도 못한다. 그러나 정부는 호통이 아니라 합리성과 정교한 법리를 바탕으로 사실관계를 엄정하게 규명하고, 잘못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제재를 가해야 한다.

쿠팡도 법적 틈새를 파고들어 조사를 지연시키고 타국 정치권의 압력에 기대어 위기를 모면하려 한다면, 한국 시장에서의 신뢰를 갉아먹는 자충수가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유통시장 지배자라는 위상에 걸맞게 정당한 조사에서 당당히 소명하고 협조하는 것이 책임 있는 기업의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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