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옥죄자 월세화 가속...‘처벌’보다 ‘공급’ 봐야
최성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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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그들을 없애면 더 평등하고 효율적인 농업이 올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강제로 집단농장으로 묶고, 생산자에게서 의욕과 책임을 빼앗으니 농업이 송두리채 흔들렸다. 결국 소련의 대부분 지방에서 대기근이 발생해 수백만명에 달하는 아사자가 발생한다.
이처럼 역사에는 특정 집단을 '탐욕의 상징'으로 낙인찍고 제거하려다 사회 전체의 공급 기능을 무너뜨린 사례가 나타난다.
"다주택자는 집값 올리는 투기꾼 아닌가요?" 부동산 관련 취재를 하다 보면 자주 듣는 말이다.
집 한 채 마련하기도 어려운 시대다. 청년은 월세를 내고 나면 저축할 돈이 없고, 신혼부부는 아이를 낳기도 전에 대출 한도부터 계산한다. 이 같은 현실에서 집을 두 채, 세 채 가진 사람을 곱게 보기란 쉽지 않다. 당연히 '다주택자 때려잡자'는 말은 정치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매우 잘 먹힌다.
물론 다주택자 규제를 쿨라크 억압과 같은 선상에 놓을 수는 없다. 정당한 과세와 대출 규제는 국가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다만 경계할 것은 규제 자체가 아니라 특정 집단의 긍정적 부분을 따지지 않고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태도다.
다주택자에게 면죄부를 주자는 말이 아니다. 주택을 여러 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임대 공급의 공로를 인정할 필요도 없다. 다만 어떤 행위가 주거 불안을 키우고 어떤 임대 방식이 세입자에게 도움이 되는지는 구별해야 한다. 그 구별 없이 '투기꾼'과 '공급자'라는 딱지만 번갈아 붙여서는 정책을 설계하기 어렵다.
전세의 실종도 다주택자 규제와 떼어놓고 보기 어렵다. 다주택자의 보유 부담을 높이고 대출과 세제를 옥죄면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한 임대인은 선택해야 한다. 집을 팔거나, 임대료를 올리거나...보증금 반환 부담이 큰 전세 대신 매달 현금이 들어오는 월세로 돌리는 것이다. 투기 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규제가 결과적으로 민간 임대시장의 전세 공급까지 줄이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최근 들어 세입자와 집주인 모두 월세로 이동 중이다. 올해 1~7월 전국 임대차 거래의 68.3%가 월세였다. 서울 비아파트는 이미 78%에 달한다. 그 월세 가격까지 날뛰고 있다. 서울 아파트 신규 월세 평균은 162만원 수준까지 올랐고, 강북구나 은평구 등 서울 외곽에서 신축 대단지를 중심으로 300만 원대 '고가 월세'도 속출하고 있다.
정책의 목표는 누구를 벌줄지 정하는 데 있지 않다. 위험한 전세는 막고 보증보험 사각지대는 줄여야 한다. 임대인의 부채와 세금 체납, 선순위 권리관계는 세입자가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보증금 반환 능력이 없는 임대인은 시장에서 걸러내야 한다. 정상적으로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사람까지 시장에서 밀어낼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다주택자에 대한 분노를 키워도 세입자가 살아갈 집이 생기지는 않는다. 분노할 상대를 찾는 것과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다른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