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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신한·우리·IBK기업은행은 지난달 12일 외부인 사기에 따른 금융사고를 일제히 공시했습니다. 부동산 시행사와 허위 분양자 등이 분양가를 부풀려 대출금을 편취한 사건으로, 사고 금액만 총 490억원에 달했습니다.
이 가운데 기업은행의 경우 내부통제 과정에서 미흡한 부분도 드러났습니다.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을 받고도 사고를 인지하지 못했고, 이후 두 차례 자체점검에서도 '특이사항 없음'으로 판단했습니다. 내부통제 절차가 마련돼 있었지만 여러 차례 위험 신호를 제대로 포착하지 못한 것입니다. 다만 기업은행의 한 사례를 은행권 전체의 내부통제 수준으로 일반화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은행권이 내부통제 강화에 쏟은 노력이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올해 상반기 금융사고 공시 건수를 보면 신한은행은 지난해 같은 기간 17건에서 4건으로, 하나은행은 17건에서 8건으로 줄었습니다. KB국민은행 역시 15건에서 8건으로, NH농협은행은 7건에서 4건으로 감소했습니다.
은행들도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통제망을 보완해왔습니다.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해 내부통제관리역을 추가로 배치하고, 전국 영업본부에 이를 총괄하는 내부통제지점장을 두는 '3중 관리체계'를 구축했습니다. 기업은행 역시 최근 책무구조도 운영을 보완하고 내부통제 관리체계를 고도화하기 위한 컨설팅에 나서는 등 통제망을 다시 손보고 있습니다. 사고가 반복된다는 이유만으로 그동안 은행권이 기울인 노력을 무용하다고 평가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그렇다고 사고의 책임을 온전히 은행에 돌리기도 어렵습니다. 최근 잇따른 대출사기는 내부 직원의 횡령 등과 달리 외부인이 은행을 기망해 대출금을 편취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성격이 다릅니다. 거래 당사자들이 공모해 계약서와 대금 납부 증빙까지 허위로 꾸릴 경우 은행의 자체적인 심사만으로 이를 가려내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서류 확인은 물론 현장실사와 외부감정까지 거치더라도 민간에서 작성된 계약서의 진위를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대출금까지 정상적으로 상환된다면 이상 징후를 조기에 포착하기는 더욱 어려워집니다.
은행권의 고민도 바로 이 지점에 있습니다. 사고가 터질 때마다 심사 절차를 하나씩 더 얹는 것이 과연 해답이냐는 것입니다. 심사를 보수적으로 운영하고 증빙을 늘리면 사기의 문턱을 높일 수는 있지만, 그 부담은 정상적인 차주에게도 돌아갑니다. 은행권에서 개별 금융회사의 통제 강화와 별개로 민간 계약서의 진위나 거래의 실재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내부통제 장치를 계속 추가하는 것만으로 갈수록 정교해지는 금융사고까지 막을 수 있을지 고민이 남습니다.
다만 외부인 사기라는 이유만으로 은행의 내부통제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금융당국이 지난해부터 은행권에 책무구조도를 본격 도입한 것도 내부통제에 대한 관리 책임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입니다. 사고 이후 책임자를 찾는 대신 미리 책무를 부여받은 임원이 내부통제 관리의무를 제대로 수행했는지를 따지는 것이 핵심입니다.
물론 금융사고가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담당 임원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습니다. 사고를 막기 위해 필요한 관리조치를 충분히 취했는지가 판단의 기준이 됩니다. 그런데 지난해 1월 본격 시행 이후 관리의무 위반으로 임원이 제재받은 사례는 아직 한 건도 없습니다. 모든 금융사고를 관리의무 위반으로 볼 수는 없지만, 사고가 반복되고 있음에도 제재 사례가 전무한 만큼 금융당국이 관리의무 이행 여부를 보다 엄격하게 들여다보고 있는지는 따져볼 부분입니다.
은행권이 내부통제를 강화해왔음에도 모든 사고를 막는 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는 또 하나의 통제 장치를 만드는 것에 앞서, 이미 마련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는 데 무게를 둘 때는 아닐까요. 사고가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책임을 묻는 것도, 외부인 사기라는 이유로 불가피한 사고로 치부하는 것도 답은 아닐 겁니다. 금융사가 사고를 막기 위해 충분한 관리의무를 다했는지를 가려내고, 명백한 위반에는 책임을 묻는 것. 책무구조도가 그 역할을 얼마나 해낼 수 있을지 지켜볼 대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