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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소 분리 20여일 앞인데 쏟아진 우려…전문가들 “제도 곳곳 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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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훈 기자

승인 : 2026. 09. 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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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제38회 추계형사정책세미나 '형사사법개혁 국민대토론회'의 발제자로 참석한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사법연수원 41기)가 발언하고 있다. /정민훈 기자
수사·기소 분리를 골자로 한 새 형사사법체계 시행이 2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경찰 사이의 협력과 사건 처리 절차를 둘러싼 제도적 허점이 여전하다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쏟아졌다.

여권이 개정 형사소송법을 두고 이전보다 '훨씬 더 좋아진 제도'라고 자평하고 있지만, 실제 사건을 다루는 실무자들은 세부 장치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아 일선 현장의 혼선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은 11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수사·기소 분리개혁의 시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어떻게 협력할 것인가'를 주제로 제38회 추계 형사정책세미나 '형사사법개혁 국민대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형사사법개혁 이후 수사·공소기관의 협력과 피해자 보호 방안을 놓고 법조계와 학계 전문가들의 비판과 우려가 이어졌다.

특히 범죄 피해자를 직접 지원해 온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사법연수원 41기)는 새 형사사법체계를 주도한 정치인들이 실무적인 디테일을 고려하지 않은 점이 곳곳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실패한 제도…피해자 입장서 재편돼야"

김 변호사는 "송치된 사건에서 피의자의 소재가 확인되지 않을 경우 수사를 재개할 권한이 없는 검사가 종전처럼 기소중지 처분을 할 수 있는지, 보완수사를 요구한 뒤 피의자가 잠적하면 어느 기관이 사건을 다시 맡아야 하는지 등 실무상 문제가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공소청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고 결과를 돌려받는 사이 피의자 구속기간이 도과, 기소에 필요한 증거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채 피의자를 석방할 경우 피해자를 상대로 한 보복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김 변호사는 최초 수사에 오류가 있을 경우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이중 점검'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과거 40대 발달장애인이 지하철에서 성추행 사건에 연루돼 경찰 수사를 받은 사건을 사례로 들었다. 당시 경찰은 피의자의 작성한 자술서를 핵심 증거로 내밀었다.

그러나 해당 발달장애인은 자신의 이름 정도만 스스로 쓸 수 있을 뿐 문장을 직접 만들어 작성하기 어려운 상태였다고 한다. 가족과 함께 오랜 기간 성경을 베껴 쓰는 연습을 해 다른 사람이 작성한 문장을 그대로 옮겨 적는 것은 가능했다. 김 변호사가 사건 경위를 확인한 결과 수사 과정에서 미리 작성된 문장을 보고 그대로 옮겨 쓴 자술서가 피의자의 자필 진술로 기록돼 있었다.

김 변호사는 당시 검찰에 이 같은 사정을 설명하고 피의자가 과거 작성한 필사 노트와 평소 문장 작성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등을 제출했다. 이후 추가적인 확인을 거쳐 사건은 무혐의로 종결됐다.

김 변호사는 "경찰은 무능하고 검찰은 유능하다는 취지가 아니다"라며 "수사기관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거나 부실하게 수사했을 때 다른 기관이 이를 '더블 체크' 할 수 있는 장치를 남겨둬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불기소 처분에 대한 항고 절차 역시 '다단계 절차'로 쪼개졌다고 지적했다. 상급 공소청이 기존 수사의 미진한 부분을 발견하더라도 검사가 직접 보완할 수 없어 다시 수사기관에 요구해야 하는 만큼 절차가 여러 단계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사실상 항고와 같은 제도가 사문화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지난 5년을 보면 검경 수사권 조정은 실패한 제도였다"며 "과도기가 아니라 일하는 사람과 국민 모두가 고통받는 제도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이 개혁의 기준이 기관 간의 권한 배분이 아니라 국민 중에서도 예상하지 못한 범죄 피해를 당해 고통스러워하는 피해자들이 그 안에서 어떻게 살 것인지, 그것을 바탕으로 다시 재편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소-수사기관 간 협력 강화해야"…"경찰 수사 완성도 높여야"

학계에서도 공소청과 수사기관 간 협력 체계를 법 조문에 두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성기 성신여대 지식산업법학과 교수는 수사기관과 공소기관의 협력을 법과 제도만으로 담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법제로 협력을 어떻게 만들 것이냐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법과 제도는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하는 것에 불과하고, 결국 두 기관이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협력해야 가능하다"고 했다.

특히 새 형사사법체계가 안착하려면 각 기관이 사건 처리 결과에 책임을 지도록 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찰 등 수사기관이 부실하게 수사한 사건이 재판에서 무죄로 이어졌다면 그 원인을 따져 인사평가 등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수사의 책임성과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공소청 검사에게는 공판중심주의에 맞춰 충실하게 공소를 유지할 수 있도록 권한과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박상진 동국대 범죄학과 교수는 "수사와 기소의 분리가 반드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의 단절을 의미해서는 안 된다"며 "조직적으로 분리될수록 전문적인 의사소통은 더욱 중요해질 수 있다"고 했다.

박 교수는 중요·복잡 사건의 경우 공소기관이 일방적으로 보완수사요구서를 보내는 데 그치지 않고 정식 요구에 앞서 검사와 책임수사관이 사건의 쟁점을 협의하는 '사건 협의제'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경찰 단계에서부터 수사의 완성도를 높이는 방안도 제시했다. 경찰이 사건을 공소청에 넘기기 전에 수사 완성도를 자체적으로 검증하는 가칭 '송치 전 수사품질심사제'를 강화하고, 공소청에서 보완수사 요구가 내려온 사건을 기존 담당 수사관에게 그대로 돌려보내는 대신 일정 규모 이상의 경찰서와 시도경찰청에 '보완수사 전담팀'을 설치하는 방안이다.

이와 더불어 법률사무소 정(正)의 정지웅 변호사(변호사시험 1회)는 형사사법개혁의 성패를 검찰과 경찰의 권한을 조정하는 것이 아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얼마나 제대로 지킬 수 있느냐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변호사는 "수사와 기소를 서로 다른 기관이 담당하게 된 만큼 이제는 분리된 기관들이 실제 사건을 원활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협력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며 "수사 초기부터 기관 간 협력이 필요한 사건은 어떤 사건인지, 의견 교환 방식과 보완수사가 반복될 경우 사건 처리 지연을 어떻게 막을지, 각 단계의 판단과 책임을 어떻게 기록할 것인지도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민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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