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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말레이 전 선거구 프로파일링”… 앤트로픽, 선거 조작 플랫폼 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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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6. 09. 13.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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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IT업체, 유료 '서비스형 여론 조작' 판매… '클로드' 악용
인종·종교 등 갈등선 겨냥… 가짜 SNS 1000개·위장 뉴스사이트 동원
실제 여론 침투 증거는 미확인… 말레이 당국 "계약 추진설 사실무근
Anthropic Researche... <YONHAP NO-0913> (AP Photo/Patrick Sison)
미국 인공지능(AI) 기업 앤스로픽의 웹사이트와 로고가 컴퓨터 화면에 표시되고 있다/AP 연합뉴스
미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앤트로픽이 자사 생성형 AI 모델 클로드를 악용해 말레이시아 유권자를 겨냥한 상업용 선거 조작 플랫폼을 적발해 차단했다고 밝혔다. 국가 배후 조직이 아닌 민간 IT 기업이 상용 AI를 기반으로 맞춤형 선거 개입 서비스를 상품화한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13일(현지시간) 채널뉴스아시아(CNA)는 최근 앤트로픽이 공개한 위협 인텔리전스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보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 공작에는 가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 약 1000개와 '말레이시아 펄스'라는 허위 뉴스 사이트, 야당 정치인을 겨냥한 조작 보고서 등이 광범위하게 동원됐다.

앤트로픽은 2025년 12월부터 지난 8월까지 해당 공작을 추적·차단한 결과, 이 시스템이 튀르키예 이스탄불 소재 IT 기업 'BBS 빌리심 테크놀로질레리'와 연결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업체는 플랫폼 접근 권한을 외부 고객에게 판매하는 일명 '서비스형 여론 조작' 형태로 사업을 운영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공작의 핵심은 정밀 유권자 표적화 시스템이었다. 공작 조직은 실제 인구조사 및 선거 데이터, 수백만 건의 유권자 개인정보를 결합해 말레이시아 222개 전 선거구를 포괄하는 프로파일링 체계를 구축했다. 클로드는 이 과정에서 선거구별 맞춤형 프로필을 생성하고 조작 인프라 코드를 개발하는 데 악용됐다. 앤트로픽은 이 시스템이 말레이시아 사회의 최대 뇌관인 인종·종교·왕실(3R) 갈등을 자극하도록 정교하게 설계됐다고 분석했다.

플랫폼은 온라인 전반으로 확장됐다. 엑스(X·옛 트위터)에 생성된 1000여 개의 허위 계정은 접속 IP 주소와 인터넷 쿠키를 주기적으로 갱신하며 플랫폼 감시망을 회피했다. 앤트로픽은 한 사례로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 계정에 100만 건 규모의 인위적인 조회수 조작이 요청된 기록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보고서는 해당 요청 주체가 명시되지 않았고, 총리실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이나 수치의 신빙성 역시 독립적으로 검증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포털을 위장한 언론 플레이도 병행됐다. 올해 5월 개설된 허위 웹사이트 '말레이시아 펄스'는 현지 언론 보도를 AI로 스크랩·재가공해 가공의 필자 명의로 유통했다. 특히 중국 신화통신·CGTN, 러시아 스푸트니크 등 중·러 국영 매체 콘텐츠를 출처 없이 독립 보도인 것처럼 둔갑시키기도 했다. 야당 정치인과 시민사회단체를 겨냥한 날조성 폭로 보고서도 다수 작성됐으나, 구체적인 표적 대상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이번 공작의 실질적인 파급력은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앤트로픽은 해당 네트워크가 실제 현지 온라인 여론 커뮤니티 내부로 깊숙이 침투했다는 결정적 증거는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공작 주체가 규제기관인 말레이시아 통신멀티미디어위원회(MCMC)와 용역 계약을 시도한 정황을 포착했으나, 실제 계약 체결로 이어졌다는 증거는 없었으며 특정 선거와의 직접적인 연관성도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의혹이 불거지자 MCMC는 "보고서 내용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도 "이러한 성격의 활동은 MCMC의 업무 권한 밖이며, 어떤 관여나 계약 체결 사실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MCMC는 보고서를 정밀 검토한 뒤 추가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생성형 AI 발전으로 여론 조작이 급격히 외주화·상업화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사이푸딘 아흐메드 싱가포르 난양공대 교수는 "이번 사례는 통상적인 정치 캠페인을 넘어선 '기만적 조종'의 영역"이라며 "이스라엘 '팀 호르헤'의 아프리카·중남미 선거 개입 의혹, 러시아 연계 '도플갱어' 네트워크의 허위정보 유포처럼 상업적 여론 조작이 전 세계로 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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