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수사 분리로 실업주 추적 미흡, 시설 중심 지원도 손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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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중구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서 열린 '성매매방지 정책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온라인 성매매가 플랫폼과 SNS·메신저를 넘나드는 형태로 변화한 만큼 기존의 업소·사이트 단위 대응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제안했다.
◇플랫폼 넘나드는 성매매…단속 기준도 전환 필요
송봉규 한세대 교수가 공개한 분석에 따르면 성인사이트 77곳에서 확인된 광고 4만9462건 가운데 18.3%인 9043건이 외부 SNS나 메신저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고 사이트에서 이용자를 끌어온 뒤 외부 SNS·메신저를 거쳐 개별 접촉이나 거래로 이어지는 구조다.
일부에서는 공개된 알선사이트 정보를 자동으로 수집한 뒤 텔레그램·라인 등 폐쇄형 메신저나 비공개방으로 이용자를 이동시키고, 예약·결제·후기 등 기능까지 제공하는 방식도 나타났다. 특정 사이트의 인터넷주소(URL)를 차단하더라도 알선 기능이 다른 계정이나 초대링크, 연락처로 옮겨갈 수 있다는 의미다.
송 교수는 "분석 단위는 '사이트'가 아니라 플랫폼 간 연결망이어야 한다"며 "사이트 차단에서 계정·초대링크·연락처·메신저 이동을 연결해서 보는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사와 단속의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기존에는 '어디에 얼마나 존재하는가'를 중심으로 업소와 장소를 파악했다면 온라인 환경에서는 누가 누구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정보와 연결이 어떻게 수집·분류·생성·추천·확산되는지까지 살펴봐야 한다.
송 교수는 "환경이 변했는데 조사와 대응의 프레임이 그대로라면 실제 시장의 이동과 피해 확산을 놓칠 수 있다"며 "성매매 산업의 변화에 맞춰 관찰 단위를 장소·업소에서 플랫폼·네트워크와 데이터까지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정책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도 단순 적발·차단 건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문이다. 송 교수는 향후 정책 성과 지표를 차단 건수보다 계정의 재등장과 이동, 피해 연계, 개입 효과 등을 측정하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온라인 성매매 생태계 정기 실태조사와 폐쇄형 알선·플랫폼 이동경로 추적, 인공지능(AI) 기반 위험징후 탐지·조기개입 모델 구축도 과제로 제시했다.
◇성교행위 입증 중심 법체계…수사구조도 한계
현행 법체계가 변화한 성매매 환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장다혜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행 성매매 정의가 성교행위나 유사 성교행위 입증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수사가 구매자와 판매자 적발에 집중되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알선행위가 먼저 적발되더라도 성매매 행위가 입증돼야 알선범죄 성립으로 이어지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 단속 과정에서 여성 검거 비중이 높아진 점도 눈에 띈다. 성매매 광고죄 검거인원 가운데 여성 비율은 2012~2016년 10%대였지만 2020년 74.9%로 높아진 데 이어 2024년에는 87.6%까지 상승했다. 장 연구위원은 SNS·채팅앱 등을 통해 직접 구매자를 찾는 여성이 온라인 단속의 주요 대상이 된 영향으로 추정했다.
피해자 인정 절차도 한계로 꼽혔다. 현행 제도에서는 강요나 인신매매 등 알선자의 범죄사실이 수사를 통해 어느 정도 밝혀져야 피해자로 인정될 수 있고, 그 전까지 성을 판 사람은 피의자로 입건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 피해를 신고하려다 피의자로 입건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고소를 포기한 사례도 전문가 자문 과정에서 제시됐다.
장 연구위원은 "현행 성매매피해자 규정이 사실상 사문화돼 있다"며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경우 우선 피해자로 보고 수사를 진행한 뒤 피해자가 아닌 것으로 확인될 경우 피의자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단속과 수사가 분리된 구조도 문제로 지적됐다. 2010년 이후 성매매 예방·단속·수사 기능이 나뉘고 자치경찰제 시행 뒤 풍속단속이 자치경찰 업무로 넘어가면서, 단속 이후 수사는 주로 경제팀 등이 맡게 됐다. 이 과정에서 실업주 추적이나 통신수사·계좌추적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개별 알선행위만 기소되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이다.
◇시설 중심 지원 벗어나 자활·주거지원 확대해야
피해자 지원정책은 오프라인 집결지와 시설 입소 중심 구조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제안도 이어졌다.
성매매피해자 지원 예산은 2005년 69억원에서 2023년 181억원으로 늘었고, 상담건수도 2013년 5만7261건에서 2023년 9만5134건으로 증가했다. 반면 지원시설 입소 인원은 같은 기간 1467명에서 905명으로 줄었다. 접근성 제한과 시설 노후화, 공동생활의 불편 등이 원인으로 꼽혔다. 집결지 현장지원사업도 전체 20개 지역 가운데 8개 지역에서만 이어지고 있다.
장 연구위원은 "현행 지원체계는 부양가족이 없는 성매매 여성을 상정하고 성매매를 중단한 여성에 대한 지원에 초점을 두고 설계됐다"며 "집결지에 한정된 자활지원 사업을 신·변종 업소와 온라인 알선 성매매까지 확대하고 생계·주거 지원을 함께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피해자 지원체계 보완과 함께 중앙정부 차원의 대응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성매매방지중앙점검단의 기능을 강화하고 성매매방지중앙센터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한편, 피해자가 처벌 우려 없이 상담과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법체계를 손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하영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공동대표는 "피해자 지원 현장에서 바라는 최우선 과제는 성매매처벌법 전면 개정"이라며 "성을 판 사람을 처벌하지 않고 성매수자와 알선·모집·광고, 성착취 목적 인신매매 등 성산업을 유지·확장하는 행위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