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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원서의 도쿄시선] 그만두겠다는 말에도 돈을 내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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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9. 21.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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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마저 대행서비스 '모무리'에 맡기는 일본 사회
채용비용만 높아지는 만큼 한국도 타산지석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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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원서 일본 슈메이대학교 교수
"그만두겠습니다." 직장에서 이 말을 꺼내기 위해 돈을 내는 사람들이 있다. 일본의 퇴직대행 서비스 '모무리' 이용자들이다. 이름은 '이제 더는 못 하겠다'는 일본어 '모우 무리'에서 따왔다. 정규직 기준 2만2000엔을 내면 업체가 본인을 대신해 회사에 퇴직 의사를 전한다. 상담과 결제를 마치면 상사에게 직접 말해야 하는 부담을 덜 수 있다. 회사 측이 밝힌 누적 퇴직 실적은 5만 건을 넘는다. 짧은 한마디를 대신 전해주는 일이 이만한 시장을 이뤘다.

모무리는 법정 소식으로 주목받았다. 지난 8월 28일 도쿄지방법원은 운영사 전 사장에게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퇴직 희망자 174명의 법률교섭을 변호사에게 알선하고 소개료를 받은 행위 등이 문제가 됐다. 노동자의 어려움을 덜어준다는 사업에서 수익을 좇다 법을 어겼다. 퇴직 의사를 전달하는 일과 법률분쟁을 유상으로 알선하는 일의 경계도 드러났다. 운영사는 경영진을 바꾸고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업체의 위법행위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 동시에 수만 건의 의뢰가 쌓인 배경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도쿄상공리서치가 올해 봄 기업 6425곳을 조사한 결과, 2024년 이후 퇴직대행을 이용한 직원이 있었다는 기업은 8.7%였다. 대기업에서는 21.3%에 달했다. 대기업 다섯 곳 중 한 곳이 직원의 퇴직 의사를 외부 업체를 통해 전달받은 셈이다.

신입사원이 입사하자마자 대행업체를 찾았다는 소식에는 으레 참을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붙는다. 그러나 모무리가 공개한 2024년도 신입사원 이용자 조사에서는 입사 초기 퇴직 사유로 사전에 들었던 근로조건과 실제 업무의 차이가 두드러졌다. 시간이 지나면서는 괴롭힘과 상사의 부당한 언행 등 인간관계 문제가 주요 이유로 올라왔다. 특정 업체 이용자들의 응답이라는 한계는 있으나, 기업이 채용할 때 한 약속부터 돌아보게 하는 대목이다.

회사에도 사정은 있다. 갑작스러운 퇴사는 동료의 업무를 늘리고, 채용과 교육에 들인 시간도 허사로 만들 수 있다. 가능하다면 충분히 대화하고 인수인계를 마치는 편이 서로에게 좋다. 다만 그런 대화를 하려면 떠나겠다는 뜻을 밝혀도 모욕이나 압박을 받지 않는다는 믿음이 먼저 있어야 한다. 퇴사를 배신으로 받아들이고 일손이 없다는 이유로 붙잡는 직장에서는 대행료가 불편한 대화를 피하는 비용을 넘어 자신을 지키는 비용이 된다.

인력난을 호소하는 기업일수록 이 역설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사람을 구하기 어렵다면서 이미 들어온 사람이 왜 떠나려는지 묻지 않는다면 채용비만 거듭 쓰게 된다. 퇴직대행업체에 연락할 때까지 직원의 불만을 몰랐다면, 회사의 상담 창구가 실제로 작동했는지도 살펴야 한다. 상사에게 말하면 평가에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운 조직에서 고충을 자유롭게 말하라는 안내문은 별다른 힘을 갖기 어렵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입장에서도 마음이 복잡하다. 취업률을 높이고 좋은 기업에 보내는 일에 힘을 쏟지만, 입사한 뒤 부당한 일을 겪었을 때 누구에게 도움을 청할지까지 충분히 가르쳤는지 돌아보게 된다. 어려움을 견디는 힘과 함께 자신의 한계를 알아차리고 도움을 구하는 방법도 배워야 한다. 취업 준비 과정에서 근로조건을 확인하는 법과 공적인 노동상담 창구를 알려주는 일부터 시작할 수 있다.

한국의 직장도 이 풍경을 낯선 일본 이야기로만 넘기기 어렵다. 떠나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남아 있는 사람에게도 오래 기억된다. 퇴직 의사를 차분히 말할 수 있고, 회사는 그 이유를 듣고 고칠 곳을 찾는 노사관계의 정착이 필요하다. 직원이 회사 밖의 유료 서비스에 먼저 속내를 털어놓는 까닭을 물어야 한다. 사람을 붙잡고 싶다면 그만두겠다는 말부터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럴 필요성은 사람이 귀해질수록 더 커질 것이다. 일할 사람이 많다고 하더라도 더 유능한 이들이 지원하고 싶은 회사를 만들고 싶다면, 그렇게 할 필요가 있다.

송원서 (일본 슈메이대학교 교수)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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