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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배지·순위·홈런까지…증권사 MTS에 스며든 ‘게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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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라 기자

승인 : 2026. 09. 2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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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주식을 팔아 수익을 냈다면 1루타·2루타·3루타·홈런, 손실을 봤다면 삼진으로 표시됩니다. 10번 매도해 6번 수익을 냈다면 타율은 6할입니다. 주식 매매 성과를 야구 기록처럼 바꿔 보여주는 방식으로, KB증권이 지난 18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M-able'에 출시한 '깨비오' 서비스입니다.

다른 증권사 MTS에도 비슷한 장치가 많았습니다. 토스증권 커뮤니티에는 이용자의 닉네임 옆에 '10억대 자산가', '수익금 상위 1%' 같은 인증 표시가 붙습니다. 키움증권은 실제 계좌 수익률을 놓고 경쟁하는 '영웅결정전'을 열어 자산 규모별 순위를 매기고, 1억원 이상 그룹 국내·해외주식 1위에게 각각 1억원을 지급합니다. 증권사마다 형태는 다르지만 투자 경험에 점수와 배지, 순위 경쟁을 더 하는 흐름은 분명했습니다.

숫자와 전문용어가 가득했던 증권사 MTS가 초보 투자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바뀌고, 자신의 투자 성과를 직관적으로 확인해 잘못된 매매 습관을 고칠 수 있다면 오히려 투자자에게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직접 "주식을 더 사라"고 권하지 않는다고 해서 앱 화면의 설계가 투자자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볼 수 있을까요. 해외에서는 이미 푸시알림과 배지, 포인트, 순위표 같은 기능을 '디지털 참여 관행(DEPs)'으로 묶어 별도로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영국 금융감독청(FCA)이 2024년 6월 발표한 'Digital engagement practices: a trading apps experiment' 보고서에 따르면 9000명이 넘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푸시알림을 받은 이용자의 거래 횟수는 11%, 포인트와 경품 기능이 제공된 이용자는 12% 많았습니다. 고위험 투자상품 거래 비중도 각각 8%, 6% 높았습니다. 이후 실제 거래 앱 이용 데이터를 분석한 후속 연구에서도 DEPs가 많은 앱 이용자는 그렇지 않은 이용자보다 거래 빈도가 높았고, 큰 손실을 경험한 비중도 4.8%포인트 높게 나타났습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문제의식은 나오고 있습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지난해 말 DEPs의 장점으로 투자 접근성과 개인 맞춤형 정보 제공, 투자자 교육을 꼽는 동시에 필요 이상의 거래가 늘어날 경우 거래에서 수익을 얻는 금융투자회사와 투자자 사이에 이해상충이 생길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도 거래량이나 수수료 확대를 위해 투자자에게 불리한 방식으로 DEPs가 활용되지 않도록 테스트와 모니터링을 거칠 것을 모범관행으로 제시했습니다.

여기에 금융감독원은 지난 21일 주요 증권사 준법감시인을 불러 과도한 신용·미수거래 유도와 위법 과당매매 등 투자자 보호 문제를 다시 꺼냈습니다. 고위험 상품의 기획·심의 단계부터 준법감시부서가 '레드팀' 역할을 맡고, 출시 이후 사후 모니터링까지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입니다.

주식 투자가 어렵고 불편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MTS가 쉽고 재미있어지는 것 역시 막을 일은 아닙니다. 다만 자신의 투자 습관을 이해하도록 돕는 장치와 계속해서 사고팔고 싶게 만드는 장치는 같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국내 MTS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투자자 보호를 위한 고민 역시 서비스 출시 속도에 뒤처져서는 안 될 것입니다.

김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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