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VLCC 용선료 하루 127만달러 '사상 최고'
에쓰오일도 인도서 원유 환적…물류비 부담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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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로이터에 따르면 이달 유럽의 한국산 항공유 수입량은 하루 평균 12만9000배럴로, 2022년 10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 4분기 유럽의 항공유 공급 부족 규모는 하루 51만배럴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는 하루 41만9000배럴의 공급 여력이 남을 것으로 전망됐다. 유럽의 공급 공백을 아시아산 항공유가 메우는 구조가 형성되면서 한국산 제품에 대한 수요도 확대되고 있다.
국내 항공유 생산과 수출도 증가세다. 지난 7월 국내 항공유 생산량은 약 1389만배럴로 7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수출량 역시 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늘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전체 석유제품 수출액은 40억12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7.8% 증가했다. 유럽의 항공유 수요 확대가 국내 정유업계의 수출 증가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문제는 원유 운송비다. 항공유 수출 여건이 개선되는 사이 원유를 들여오는 데 필요한 해상 운임이 급등하면서 정유사들의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 로이터가 발틱거래소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만만에서 중국으로 원유를 운송하는 VLCC 운임은 배럴당 약 11.5달러까지 상승했다. 지난 21일에는 '중동~중국' 노선의 VLCC 하루 용선료가 127만달러까지 치솟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운임 상승의 배경에는 중동 지역의 원유 수출 경로 변화와 선박 부족이 자리 잡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홍해 대신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출을 확대하면서 선박 확보 경쟁이 심화한 것이다. 로이터는 추가로 필요한 VLCC가 36~40척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선박 간 원유 환적에 걸리는 시간도 기존 5~7일에서 최근 약 10일로 늘어나는 등 물류 병목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실제 사우디아라비아의 호르무즈 해협 경유 원유 수출량은 이달 하루 360만배럴로, 지난달 약 90만배럴에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 물량이 급증하면서 이를 운송할 선박과 환적 시설에 부담이 집중되고 있다. 원유 공급 자체뿐 아니라 운송 과정에서도 병목이 발생하면서 해상 운임 상승 압력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국내 정유사들도 원유 확보를 위해 우회 운송에 나섰다. 로이터는 원유시장 트레이더를 인용해 에쓰오일이 인도 서부 바디나르 해상에서 원유를 환적하기 위해 VLCC 2척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중동 산유국들이 오만만과 인도·말레이시아 인근에서 환적을 확대하면서 국내 정유사들의 원유 조달에도 시간과 비용이 더 많이 소요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정유사들은 유럽의 항공유 수요 확대라는 호재와 원유 운송비 상승이라는 악재를 동시에 마주하게 됐다. 수출 물량과 판매 가격이 상승하더라도 원유 조달 비용과 운송비가 함께 늘어나면 수익성 개선 효과는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운임이 장기화할 경우 수출 증가에 따른 이익 확대를 기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결국 4분기 국내 정유업계의 실적은 유럽의 항공유 수요 확대에 따른 판매 호조가 원유 운송비와 환적 비용 상승을 얼마나 상쇄하느냐에 달릴 전망이다. 수출 물량 확대뿐 아니라 운송비를 포함한 원가 관리가 수익성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산 석유제품의 판매량과 가격 여건은 좋아졌지만 원유 조달 과정에서 운송비와 환적 비용도 함께 불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