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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년 맞은 정기선… 조선업 호황 넘어 ‘노사 안정’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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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기자

승인 : 2026. 09. 28.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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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임단협 재개… 협상 여부 촉각
작년 4차례 파업 등 노사 갈등 반복
美 함정시장 진출 생산 안정성 부각
李대통령과 회동 검토에 업계 주목
취임 1년을 앞둔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조선업 슈퍼사이클의 성과를 넘어 노사관계 안정이라는 시험대에 섰다. 조선업 호황에 한미 조선 협력까지 더해지며 사업 확장의 기회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반복되는 '임금·단체협약(임단협)' 갈등과 파업은 생산 안정성을 위협하는 변수로 남아 있다. 외형 성장과 미래 사업 확대를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정 회장에게 노사관계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경영 과제가 됐다.

특히 올해 임단협은 노사 간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노사가 29일 교섭을 재개하기로 하면서 협상 타결의 물꼬가 트일지 관심이 쏠린다. 여기에 이재명 대통령과 정 회장의 만남까지 검토되면서 노사 갈등이 새로운 전기를 맞을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조선업 호황을 생산성과 경쟁력으로 연결하려면 노사 신뢰 회복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에서 정 회장의 리더십이 다시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28일 정치권과 조선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과 이 대통령의 만남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해군의 최신 이지스 구축함인 '대호김종서함' 관련 일정이 계기가 될 전망이다. 대호김종서함은 정조대왕급 이지스 구축함의 3번함으로 HD현대중공업이 건조했다. 시운전과 시험평가 등을 거쳐 내년 말 해군에 인도될 예정이다.

정 회장과 이 대통령의 만남이 성사될 경우 조선업계의 현안과 노사관계 안정이 주요 관심사로 떠오를 수 있다. 다만 이번 만남에서 노사 문제를 직접 논의할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조선업계에서는 정 회장이 노사 갈등을 풀고 안정적인 생산 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정 회장은 그동안 현장 중심의 소통을 통해 노사 신뢰 구축에 공을 들여왔다. 수석부회장이던 지난해 4월에는 임금 협상을 앞두고 HD현대중공업 노조 사무실을 직접 방문해 노사 협력을 당부했다. 조선업이 장기 불황에서 벗어나 성장 국면에 진입한 만큼 노사가 신뢰를 바탕으로 함께 도약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경영진이 직접 노조와 소통하며 협력의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노사 간 간극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노조는 4차례 전면파업과 11차례 부분파업을 벌였다. 올해도 노조가 쟁의권을 확보한 뒤 부분파업을 이어갔고, 지난 18일에는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정 회장이 강조해 온 노사 신뢰가 실제 협상 과정에서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못한 셈이다.

다만 사측이 29일 교섭 재개를 요청하면서 대화의 여지는 다시 열렸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으로부터 교섭 재개 요청 공문이 왔다"며 "당일 오전 노사 교섭대표위원이 만나 사측에 전향적인 내용이 있는지 의중을 파악한 뒤 본교섭 진행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노조가 추석 연휴 이후 전면 투쟁을 예고한 상황에서 이번 만남이 본교섭 재개와 협상 진전으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정 회장에게 노사관계 안정이 중요한 이유는 사업 환경의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HD현대중공업은 국내 조선업 호황에 따른 수주 확대뿐 아니라 미국 함정시장 진출이라는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다. 이 대통령은 앞서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군함 건조를 포함한 조선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함정 건조 역량 부족을 보완하기 위해 한국 조선업계의 설계·생산 능력을 활용하는 방안이 논의되면서 HD현대중공업의 사업 영역도 기존 유지·보수·정비(MRO)에서 신조시장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국내 조선업의 호황을 발판으로 글로벌 방산·조선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려는 정 회장에게 생산 차질을 최소화하는 것은 사업 확장의 전제 조건이다.

특히 함정 건조는 상선보다 높은 기술력과 품질 관리, 엄격한 납기 준수가 요구된다. 노사 갈등으로 생산 차질이 반복되면 신규 수주를 확보하더라도 적기에 물량을 소화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정 회장이 노사관계 안정에 힘을 쏟아야 하는 배경이다. 결국 정 회장의 과제는 조선업 호황을 일시적인 실적 개선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노조와의 신뢰를 회복하고, 성과 배분을 둘러싼 갈등을 조율하는 동시에 생산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은 수주가 늘어난다고 곧바로 매출과 이익으로 이어지는 산업이 아니라 정해진 납기 안에 건조 물량을 소화하는 생산 안정성이 중요하다"며 "미국 함정시장까지 사업 기회가 확대되는 상황에서는 인력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경쟁력과 직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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