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수십년 만에 학교 체계가 치른 가장 무거운 대가"
1974년 이후 균형예산 없어…적자율 2030년 6.8%
OECD "지출 안 줄이면 2050년 부채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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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전역 40여개 도시에서 6일 교사·학부모·노동조합이 가세한 학생 시위가 열려 내무부 집계로 25만6000명이 참가했다.
▲ 고등학생연합(USL)은 학교 긴급예산 100억유로 배정과 교사 대규모 신규 채용, 고등교육 정원 15만명 증설을 요구했다.
▲ 프랑스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주 한때 5%를 넘어 2002년 이후 최고를 기록하며 그리스·이탈리아보다 높은 조달 비용을 떠안았다.
▲ 프랑스 정부는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약 119%에 이른 가운데 연금 규정 변경과 공공부문 임금 동결을 담은 2027년 예산안을 추진하고 있다.
6일(현지시간) 교사·학부모·노동조합이 가세한 학생 시위가 프랑스 전역 40여개 도시에서 열려 내무부 집계로 25만6000명이 참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학생들은 교육 예산 확대를 요구하지만, 프랑스 정부는 국내총생산(GDP)의 119%에 이른 국가부채와 지난주 한때 5%를 넘어선 10년물 국채 금리에 묶여 지출을 늘리기 어려운 처지다. 내년 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예산안 처리와 채권시장 동요가 다음 변수로 떠올랐다.
◇ 프랑스 학생·교사·학부모 26만명 거리로…40여개 도시 시위 확산
이날 시위는 파리 5만6000명을 포함해 내무부 집계 추산치로 25만6000명이 참가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주최 측은 45만명이 참여했다고 추산했다. 시위는 북부 캉에서 남부 마르세유까지 40여개 도시에서 이어졌고, 파리·리옹·릴·낭트·스트라스부르·렌·툴루즈 등이 포함됐다.
시위는 9월 파리 교외의 한 학교에서 시작돼 2주여 만에 전국 수백개 고교로 번졌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시위의 발단이 9월 말 크레테유에서 열린 교사 파업 지지 집회라고 전했고, AP는 9월 중순 파리 지역 고교에서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교원·학부모·대학생에 이어 운수 노동자와 농민이 포함된 노동조합이 시위에 가세했다. 노동총동맹(CGT)은 성명에서 "오늘의 고교생과 대학생은 내일의 노동자"라며 이들이 긴축 정책의 대가를 치러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교육부에 따르면 이날 891개교에서 수업이 전면 또는 부분 중단됐다. 고등학생연합(USL)은 1800개 고교가 봉쇄·폐쇄되고 대학의 90%가 봉쇄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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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스티앙 르코르뉘 총리는 의회에서 학생 215명과 학교 직원 85명이 다쳤다며 이를 "학교 체계가 수십년 만에 치른 가장 무거운 대가"라고 말했다. 총리실은 경찰관 700명 이상이 다쳤다고 했고, 로랑 누녜스 내무장관은 부상 경찰을 715명으로 집계했다.
내무부는 이날 하루 488명이 체포되고, 보안 요원 48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사태 이후 누적 체포 인원은 6000명 이상으로 법무부는 미성년자 1483명을 포함해 1800여명이 기소됐다고 전했다.
중상자가 잇따르면서 경찰 대응을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16세 학생이 경찰과 대치하다 오른쪽 시력을 잃었고, 5일에는 북부 랑스에서 15세 학생이 섬광탄으로 추정되는 폭발물에 왼손을 잃었다. 생우앙로몬에서 14세 남학생에게 최루탄을 쏴 치아 대부분을 잃게 한 혐의로 경찰관이 기소됐다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누녜스 장관은 진압 과정의 부적절 행위를 들여다보는 내사가 10건이라면서도 경찰 대응은 "거의 모든 경우 비례적이었다"고 반박했다. 르코르뉘 총리는 "폭력에 관용의 여지는 없다", "학교를 불태우는 게 학교를 개선하지는 못한다"고 비판하면서 경찰이 인종차별적이라는 주장은 "거짓말"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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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L은 학교 긴급 예산 100억유로(15조884억원) 배정과 교사 대규모 신규 채용, 고등교육 정원 15만명 증설을 거듭 요구했다. 학생들은 누수와 쥐가 들끓는 교실, 책걸상 부족, 냉방 없는 여름 교실, 유럽 최고 수준의 수업 시간, 수개월간 결과를 기다리게 하는 대입 지원 사이트를 불만으로 꼽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프랑스의 교육 지출은 물가 상승률에 못 미쳤고, 2025년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자료에서 프랑스 학생들의 전반적 성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동료 국가들에 뒤처졌다.
르코르뉘 총리는 결원 교사 충원과 오전 8시~오후 6시 일과 조정, 점심시간 연장, 노후 학교 건물 보수 검토를 각 부처에 지시하고 10월 말까지 1차 방안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목요일과 금요일 정규 수업을 중단하고, 학교장이 학생들과 협의 자리를 갖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에두아르 제프레 교육장관은 프랑스 방송에서 정부가 "이미 행동 계획 이행에 착수했다"고 했고, 교육부는 고교생이 학교에서 겪는 어려움을 익명으로 적을 수 있는 온라인 창구를 개설했다.
문제는 재원이다. 르코르뉘 정부가 추진 중인 2027년 예산안은 일부 세금을 올리고, 주택수당·가족수당 등 사회복지 지출을 동결하는 내용이다. WP는 예산안에 연금 규정 변경과 공공부문 임금 동결, 의료비 억제도 포함됐다고 전했다.
교육은 군사비와 함께 가장 많은 예산이 들어가는 항목이고, 부채 이자도 막대한 비중을 차지한다. 파리 엘렌부셰 고교 앞에서 시위에 나온 학부모 에밀리 롬은 정부의 말이 충분하지 않다며 "그 말이 우리 아이들의 일상을 바꿔주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학생단체연합회의 쉬잔 네이담 회장은 당국이 요구에 답할 때까지 시위를 이어가겠다며 "지금 행동해야 하고, 그것은 정부의 손에 달려 있다"고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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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재정 요구가 벽에 부딪힌 배경에는 급등한 차입 비용이 있다. 프랑스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주 한때 5%를 넘어 24년 만의 최고를 기록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프랑스가 위험한 재정 악순환의 벼랑 끝에 섰다고 진단했다. WSJ는 털렛프레본 자료를 인용, 2020년 12월 31일 마이너스 0.341%까지 떨어졌던 10년물 프랑스 국채 금리는 5일 4.867%로 올라 이탈리아(4.642%)와 그리스(4.487%)를 모두 웃돌았다. 프랑스 국립통계경제연구소(INSEE) 자료 기준 정부 부채 비율은 2000년 1분기 60.5%에서 2020년 110%를 넘어선 뒤 올해 2분기 119%로 급등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프랑스 공공부채가 약 4조달러(5360조원)로 연간 경제생산의 119%에 달하며 2027년 이자 비용이 약 1000억달러(134조원)로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고 보도했다. WSJ는 재무부 의뢰 보고서를 인용해 부채 이자 비용이 2030년까지 59% 증가해 2030년께 군사비를 크게 웃돌 수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는 이를 '점진적 교살(gradual stranglehold)'이라고 규정했다.
수요 기반도 약해졌다. 프랑스 중앙은행은 국채를 더 이상 매입하지 않고 만기 도래분만큼 보유 포트폴리오를 줄이고 있으며 일본 자산운용사 등 안정적 매입 주체도 발을 뺐다고 WSJ가 보도했다. 그 공백을 메운 헤지펀드는 최근 변동성에 손실을 봤다.
아장스프랑스트레조르(AFT) 자료 기준, 중·장기 국채 만기는 2026년 601억9000만유로(90조8170억원)에서 2029년 2837억4000만유로(428조1183억원)로 정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프랑스는 2030년까지 1조달러(1340조원) 이상을 차환해야 하고 내년 사상 최대인 약 3800억달러(509조2000억원)를 발행할 예정이다. 차입 비용 급등은 유로존 전반으로 번져 유로화 약세가 새로운 경보음이 됐으나, 롤랑 레스퀴르 재무장관은 유럽중앙은행(ECB)이 개입할 필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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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는 프랑스의 부채 문제가 방대한 복지 체계를 떠받치기 위한 수십년간의 과다 지출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이 나라가 1974년 이후 한 번도 예산 균형을 맞추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소속 중도 정당의 실뱅 마야르 의원은 WSJ에 "프랑스에는 국가에 '마법의 돈(magic money)'을 조금 더 요구하는 반사작용이 있다"고 말했다.
INSEE 자료 기준 재정수지는 1970년대 중반 이후 줄곧 적자였고, 2020년 GDP 대비 마이너스 8.9%까지 악화됐으며 최근 3년간 5%를 넘는 적자가 고착됐다. WSJ는 재무부 의뢰 보고서를 근거로 적자율이 2030년 6.8%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전했다. OECD는 지출을 줄이지 않으면 부채 비율이 2050년 200%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했다.
WSJ가 입수한 2023년 12월 7일 재무부 기밀 메모는 세수 부족과 지출 과소 추계로 그해 적자가 4.9%에서 5.2%로 확대돼 92억유로(13조8813억원)의 구멍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도 공개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2024년 2월 메모에서 전망이 다시 악화되며 브뤼노 르메르 당시 재무장관은 400억유로(60조3500억원) 규모의 결손에 직면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그해 4월 엘리제궁 만찬에서 "수정 예산을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필요성을 모르겠다", "우리 문제는 과도한 지출이 아니다. 문제는 세수 감소다"라고 선을 그었다. 같은 해 6월 유럽의회 선거 참패 뒤 단행된 의회 해산으로 집권 세력은 과반을 잃었고, 르메르 전 장관은 당시 '체제 위기(crise de regime)'를 경고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노란조끼 시위를 달래기 위해 최소 100억유로(15조884억원)를 풀었다. 그는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국면에서는 "무슨 대가를 치르더라도(Quoi qu'il en coute)"를 내걸고 유급휴직 지원과 에너지 가격 상한 보조금을 집행한 바 있다.
금융위기를 연구해온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는 NYT에 "프랑스의 상황은 지속 불가능해 보이고 채권시장도 그 점을 말하고 있지만, 아직 비명을 지르고 있지는 않다"며 "느린 속도로 진행되는 열차 사고"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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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선두를 달리는 극우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대표는 이날 경제 구상을 발표하며 유럽연합(EU) 분담금 삭감 등 공공지출 삭감 방침을 제시해 재정 신뢰도를 쌓으려 했다. 다만 은퇴 연령을 60세까지 낮추겠다는 그의 공약은 연 90억유로(13조5796억원)의 추가 부담을 수반한다고 WSJ는 전했다.
극좌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의 장뤼크 멜랑숑 대표는 ECB가 프랑스 중앙은행 보유 국채 4880억유로(736조3100억원)를 동결하거나 소각할 것을 요구하며 "불 속에 던져버려라"라고 말했다.
국민연합은 하원 577석 중 118석으로 최대 단일 정당이다. NYT는 르펜 대표 측이 예산안 표결에서 기권해 법안 통과를 허용할 수 있다고 분석가들이 관측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자산운용사 뱅가드의 알레스 코트니 국제금리 책임자는 "모두가 돈을 더 쓸 방법만 이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즈타바 라만 유라시아그룹 유럽 담당 전무는 거리의 불안과 금융시장의 불안이 대선 국면을 잠식하고 있다면서 학교에 대한 학생들의 분노가 연료비 등 광범위한 불만과 결합해 봉기에 가까운 분위기가 조성될 가능성을 정부가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 전쟁에 따른 연료비 급등은 2018~2020년 노란조끼 시위와의 유사성을 환기시키고 있으며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1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주재해 비축유 1억 배럴 방출에 합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프랑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다름 아닌 통제 불능의 대규모 이민"이라며 "이것은 학교에 관한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이슬람이 한때 위대했던 나라를 장악하려 하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로이터는 학생들의 요구가 종교나 이민이 아니라 인력·예산 부족에 집중돼 있고, 르펜 대표의 국민연합도 시위를 이민 정책과 연결 짓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AFP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중간선거를 앞둔 글로벌 우파 결집 시도로 해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