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1억3000만명 명부 삭제 놓고 야권 반발
유엔 '집회 권리 존중' 촉구에 인도 '내정 간섭'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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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인도 내무부 관리는 익명을 전제로 전날 델리에서 2000명 넘게 구금됐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들은 금융 중심지 뭄바이에서도 약 400명이 붙잡혔다고 전했다. 경찰은 구금에 대해 즉각 입장을 내지 않았다.
집회는 시작도 하지 못했다. 청년 운동 단체 '바퀴벌레 인민당'(CJP)은 델리 중심부 잔타르 만타르에 수천 명을 모을 계획이었지만, 보안 병력이 시위 개시 전 일대를 봉쇄했다. 경찰은 앞서 집회를 허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과 준군사 병력 수천 명이 배치된 가운데 중심 업무지구의 모바일 인터넷이 끊겼고 지하철역과 시장 수십 곳이 문을 닫았다. 인구 약 2000만명의 수도 곳곳에 검문소가 세워졌고, 보안 병력은 버스에 올라 시위 참가자를 찾았다.
CJP 지도부도 연행됐다. CJP는 성명에서 창립자 아비지트 딥케와 간부 2명이 뭄바이발 항공편으로 델리에 도착한 직후 경찰에 붙잡혔다고 밝혔다. 방송 화면에는 기내로 다가온 경찰관에게 딥케가 "체포되려고 왔다. 체포하라…당신들이 두렵지 않다"며 맞서는 장면이 담겼다.
경찰관은 "체포가 아니다. 협조해 달라"고 답했다. CJP는 "권위주의적 구금"을 규탄하며 지도부 석방을 요구했다.
야권 정치인과 언론인도 예외는 아니었다.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일부 야당 의원과 마마타 바네르지 전 서벵골 주총리, 아르빈드 케지리왈 전 델리 주총리, 피나라이 비자얀 전 케랄라 주총리가 구금됐다. 디지털 매체 두 곳은 시위를 취재하던 소속 기자 4명이 경찰에 잠시 붙잡혔다고 밝혔고, 로이터 기자 1명도 일시 구금됐다가 풀려났다.
시위대가 겨냥한 인물은 갸네시 쿠마르 인도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위원장이다. 선관위가 10억명에 가까운 유권자 명부를 검증하면서 약 1억3000만명을 삭제하자, 야권은 이 작업이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인도국민당(BJP)에 부당하게 유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선관위 자료에 따르면 삭제된 명단에는 이주자 6300만명, 소재 불명 3000만명, 사망자 2800만명 등이 포함됐다. CJP 간부 아진키야 신데는 "갸네시 쿠마르 선관위원장이 사퇴할 때까지 내일도, 모레도 시위를 이어가겠다. 거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은 명부 삭제가 실제 선거 결과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비하르주와 서벵골주에서는 명부에서 이름이 빠진 유권자가 대거 투표를 하지 못했고, 서벵골주에서는 지난 5월 BJP가 처음 집권했다. 야당들은 여당을 지지할 가능성이 낮은 무슬림 등 소수자가 불균형하게 삭제됐다고 주장한다.
시위가 전국으로 번진 계기는 선관위 내부의 이견이었다. 인디언익스프레스는 지난달 말 쿠마르 위원장 아래의 선거위원 2명이 명부 정비와 등록 절차, 디지털 시스템 문제로 10개월간 최소 14차례 우려를 전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후 야권과 CJP가 전국 규모의 시위에 나섰다. CJP는 지난 7월 시험지 유출 사태에 항의하는 수주간의 시위로 교육부 장관을 사퇴로 몰아넣은 단체다.
선관위와 BJP는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쿠마르 위원장은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선관위는 내부 논의에서 이견이 나오는 것은 정상이며 모든 결정은 적법했다고 밝혔다. 잘못 삭제된 유권자는 다시 등록할 수 있다고도 했다.
BJP는 선거 승리가 모디 총리의 인기와 경제 성장 덕분이라며 야권이 허위 정보를 퍼뜨린다고 비판했다. BJP 중진 라비 샹카르 프라사드는 시위 자체에 반대하지는 않지만 선거에서 진 경쟁 세력이 거리 시위를 "무기화했다"고 주장했다. 제1야당 국민회의의 라훌 간디는 모디 총리 반대 세력이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UN)도 우려를 표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시위 전후로 이어진 대규모 구금을 우려했고, 사민 알키탄 대변인은 성명에서 "당국은 평화적 집회의 권리가 온전히 존중되고 보장되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제네바 주재 인도 대표부는 유엔의 우려가 "잘못 짚은 것"이며 "인도 내정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라고 반박했다. 집회의 권리는 헌법이 보장하지만 다른 민주국가처럼 공공질서를 위한 합리적 제한을 받는다는 설명이다.
로이터는 이번 시위를 모디 총리가 맞은 가장 심각한 시험대 가운데 하나로 평가했다. 시위는 내년 초부터 이어지는 주요 주 선거를 앞두고 벌어지고 있다. 최대 인구 주이자 전국 정치의 풍향계로 꼽히는 BJP 집권 우타르프라데시주를 포함해 최소 7개 주가 선거를 치른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우타르프라데시주에서는 지난해 10월 시작된 검증으로 명부의 13%가 삭제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