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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이 되살린 한글 기계화 기록… ‘글씨쓰는 긔계’ 복원품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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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영 기자

승인 : 2026. 10. 11.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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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4년 이원익 언문타자기 복원품 첫 공개
초기 한글 타자기부터 표준자판까지 한자리
세벌식·다섯벌식 등 자판과 표준 과정 조명
공병우 세벌식 타자기·폰트 개발 컴퓨터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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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 제정 100주년 특별기획전 '타자기, 글씨쓰는 긔계'가 서울시 G밸리산업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서울시 G밸리산업박물관
실물이 국내에 없는 1914년 '이원익 언문타자기'의 복원품이 처음 공개됐다. '타자기'라는 말조차 없던 시절 이원익이 '글씨 쓰는 긔계'라고 불렀던 기계다. 한글 자판이 지금의 두벌식에 이르기까지 약 80여년 넘게 이어진 시행착오와 선택의 역사가 실물 타자기와 자료로 한자리에 펼쳐졌다.

11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서울시 G밸리산업박물관에서는 한글날 제정 100주년과 훈맹정음 반포 100주년을 맞아 특별기획전 '타자기, 글씨쓰는 긔계'가 열리고 있다. 전북대 한국과학문명학연구소가 주최·주관하고 서울시가 후원한 전시는 내년 1월 23일까지 이어진다.

전시장에는 한글 타자기 40여점과 사진·영상 자료가 마련됐다. 1910~1950년대 초기 기종부터 세벌식·다섯벌식 등 서로 다른 자판이 경쟁하던 시기, 1969년 정부 표준자판 제정 이후 국내에서 제작된 타자기까지 한글 기계화의 흐름을 네 개 구역으로 나눠 보여준다.

가장 눈길을 끄는 전시물은 이원익 언문타자기 복원품이다. 재미교포 이원익이 미국의 스미스 프리미어 10호를 개조해 만든 것으로 알려졌지만 국내에는 실물이 없다. 그동안 1934년 송기주의 조선글 타자기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글 타자기로 알려져 왔다. 이번 복원품은 미국 뉴욕주 오논다가 박물관에 있는 실물 사진을 토대로 타자기 복원 전문가 안병조씨가 제작했다.

총괄기획자인 강득주 씨는 "언문타자기의 실물이 확인된 만큼 이번 전시 이후 국가유산청에서 미국에 있는 우리의 문화유산 '언문타자기'를 한국으로 가져와 국립한글박물관에서 국민들이 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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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 제정 100주년 특별기획전 '타자기, 글씨쓰는 긔계'가 서울시 G밸리산업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서울시 G밸리산업박물관
전시장을 따라가면 공병우 박사의 세벌식 타자기와 생전에 폰트 개발에 사용한 컴퓨터, 표준자판 제정 전후의 여러 기종이 이어진다. 관람객은 일부 타자기를 직접 두드리며 활자가 움직여 종이에 글씨가 찍히는 과정도 체험할 수 있다. 타자기 체험 클래스와 도슨트, 작동 워크숍, 무료 점검·경정비 프로그램인 '타자기119 응급실'도 운영된다.

이번 전시는 공공 목적의 한글 기계화 기록·보존 사업이지만 시작과 운영은 민간의 자발적인 참여가 중심이 됐다. 공동기획자인 김인지 플러스코프 대표 외에 '한글과 타자기' 저자인 김태호 전북대 교수가 전문 지식을 보탰고, 송은주 작가는 전시 공간 디렉팅에 참여했다. 영상·미디어 콘텐츠 제작은 브이런치가 후원했다. 이들은 별도 대가 없이 재능기부나 후원 방식으로 참여했고 소장자와 타자기 사용자들도 기계와 자료를 내놨다.

김인지 대표는 "이번 전시는 무에서 유를 만드는 일이었고, 많은 사람들의 열정과 재능기부, 그리고 한글 문화에 관심을 가지는 후원자들이 이번 행사를 가능하게 했다"며 "타자기를 즐기는 사람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간 참여로 전시가 현실화됐지만 초기 한글 타자기와 관련 자료는 개인 소장자와 해외 기관 등에 흩어져 있다. 기획진은 이번에 모은 자료를 자료집으로 남길 예정이다.
정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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