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철·박정재, 인류세 의미 재조명
핵실험 흔적 놓고 시대 구분 논쟁
“시대 명칭보다 환경 변화 규명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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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박범순 과학기술정책대학원 석좌교수가 참여한 국제연구팀이 인류세의 기준을 명확히 하자는 논문을 국제학술지 '네이처 리뷰 지구&환경'에 발표했다고 18일 밝혔다. 연구진은 1952년 핵실험으로 전 세계에 퍼진 방사성 물질을 시대 구분의 근거로 제시했다. 2024년 공식 지질시대 편입이 무산된 이후 나온 주장이다.
현재 공식 지질시대는 마지막 빙하기가 끝난 뒤 약 1만1700년 전 시작된 '홀로세'다. 인류세 지지자들은 산업화와 핵실험 이후 인간이 기후와 생태계를 바꾼 흔적이 뚜렷해진 만큼 별도 시대로 나눠야 한다고 본다. 반대쪽에서는 인류가 수천 년 전부터 자연을 바꿔온 데다 지역마다 변화의 시기도 다르다고 맞선다.
한영철 극지연구소 빙하지권연구본부 책임연구원은 "1952년을 정확하게 잡을 수 있다는 것과 그 시점부터 새로운 지질시대가 시작됐다고 정의해야 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플루토늄은 인류세를 만들어낸 원인이라기보다 전 지구적으로 거의 동시에 나타나 서로 다른 기록의 시간을 맞추기 좋은 표지자"라고 설명했다.
핵실험에서 나온 플루토늄은 사람의 발길이 드문 남극에서도 1954~1955년 무렵부터 확인된다. 먼 지역의 흙과 얼음에서 비슷한 시기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같은 흔적이 발견된다고 해서 그 시점을 반드시 새 지질시대의 출발점으로 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한 책임연구원은 "'인류의 시대'라는 이름의 지질시대 경계를 특정 국가의 군사활동이 남긴 흔적으로 표시하게 된다는 점도 생각해볼 만하다"며 "인류세가 과학·사회·정책의 공통언어가 될 수 있다는 유용성과 지층 기록 자체가 새로운 시대 설정을 요구하는지는 구분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정재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는 인류세가 일상과 맞닿은 여러 환경문제를 함께 바라보도록 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봤다. 단순히 지구가 더워지는 문제가 아니라 생물종 감소, 플라스틱 오염, 식량과 물 부족, 재난 피해까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인류세라는 말은 '기후변화'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기후위기와 생태위기, 오염 문제와 사회적 불평등을 하나의 시대적 조건 속에서 연결한다는 점에서 강력한 개념"이라면서도 "공동의 위기를 인식한다고 해서 공동 행동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기후위기와 생태계 파괴를 일으킨 책임이 모든 인간에게 균등하지 않다. 역사적으로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 선진국들의 책임이 훨씬 크다"며 "역사적 책임이 큰 국가들이 감축과 재정·기술 지원에 적극 나서야 공동 대응의 조건이 마련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인류세가 공식 지질시대로 채택되지 않더라도 문제를 제기하고 공통의 미래를 생각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가치는 충분하다"며 "환경 변화의 속도가 빠른 만큼 기후위기를 완화할 정책을 빨리 만들어 적극적으로 실행하는 것이 우선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