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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불타는 프랑스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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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10. 27.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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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재의 금융으로 세상 읽기]
최승재 세종대 법학과 교수
최승재 세종대 법학과 교수(변호사·법학박사)
프랑스는 왜 불타고 있나.
프랑스가 불타고 있다. 도심 연쇄 방화와 폭력 시위 형태의 '불타는 사회'를 우리가 목도하고 있다. 우리는 톨레랑스의 프랑스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다. 불타는 프랑스는 단지 이국에서 벌어지는 소요를 넘어 복지 국가의 재정 위기, 사회 통합 실패, 정치적 대화 소멸이 가져오는 위험성을 명확히 보여준다.

불타는 프랑스의 시작은 1981년 미테랑 대통령 집권 이후 연금개시연령을 65세에서 60세로 낮춘 것에서 시작한다. 노후 소득의 약 70% 이상을 국가 연금으로 보장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복지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했어야 했다.

현대의 연금제도는 젊은 층이 지속적으로 60세 이상 인구를 받쳐야 지속가능한 구조다. 그런데 인구 노령화와 인구 감소는 이 구조 유지를 불가능하게 한다. 젠가를 하듯 불안정한 국가주도 연금구조를 감안할 때 연금개시연령의 급격한 하향은 프랑스의 45년 이후 급격한 경제성장의 과실이 창고에 있어도 해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시작된 연금퍼주기는 이후 교정이 쉽지 않다. 사람은 주고 다시 돌려받는 것을 훨씬 더 고통스럽게 여긴다. 미테랑 대통령은 표를 얻었을지 몰라도 샤르코지 대통령(62세로 상향), 마크롱 대통령(64세로 상향)으로 이어지는 연금수령연령 상향이 국민의 강력한 저항을 받고 있다.

불타는 프랑스의 연금이 우리와 다른 점은 기금을 쌓아두는 적립식이 아니라, 현재 일하는 근로세대가 낸 세금과 사회보장 부담금으로 은퇴자의 연금을 즉시 지급하는 부과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근로자 4명이 은퇴자 1명을 부양했지만, 저출생·고령화로 인해 부양 비율이 무너지면서 근로세대의 부담이 폭증하여 버틸 수 없게 되었다.

근로세대가 이를 감당할 수 없게 되면 이는 국가의 재정 적자로 귀결되었고 시간이 지나가면서 프랑스의 연금을 위한 재정적자는 고착화 되었다. 결국 많은 세금을 걷어도 연금을 감당할 수 없게 된다. 고정성 재정지출인 노령 관련 복지 지출만 GDP의 13% 이상을 차지하며, 이는 국가 재정적자와 공공부채를 지속적으로 늘리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재정적자를 감당할 수 없게 되면 국채를 더 발행하거나 재정을 줄여야 한다. 경직성 지출이 크면 복지예산을 줄여야 하는데, 국민이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재정파탄이 된다. 돈은 있는데 쓸 수 있는 돈이 없어서 재정붕괴가 되는 것이다.

정치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이 문제는 세대간 문제가 된다. 고등학교에 '선생님이 없어요'에서 시작한 이번 시위는 세대 갈등이 되었다. 소득대체율이 높고 연금 개시 연령이 낮아 기성세대는 안정적인 노후를 누리는 반면, 청년 세대는 중과세와 연금 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을 안게 된다. 그런데 이 문제를 해결하여야 할 정치권은 다시 이 문제를 정치공학적으로 사용하면 국가는 붕괴된다.

연금 제도에 대한 신뢰 실추로 인해서 프랑스 청년(25~34세)의 80% 이상은 국가 연금이 자신들의 노후를 보장해 주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국가 예산의 상당 부분이 연금 충당금으로 쏠리면서 공공교육, 주거 지원 등 청년층을 위한 예산이 감축되었고, 이는 세대 간 자산 격차와 분노를 키웠다. 프랑스의 복잡한 다원적 연금 체계와 특권 집단의 존재도 국민적인 타협을 어렵게 한다.

불타는 프랑스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 .
우리에게 불타는 프랑스는 강건너 불인가? 유사점과 차이점이 있다. 연금의 속성상 근로세대가 은퇴세대를 뒷받침하는 구조는 같고 우리도 급속한 고령화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일본을 따라가는 고령화사회가 우리다. 국민연금이 어느 세대까지 버텨줄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도 있다.

어느 나라나 연금제도 개혁은 정치적으로 표를 잃는 일이지만 연금제도로 표를 얻으려고 하는 정치적인 행위는 국가의 미래를 잠식한다. 그 증거가 현재의 불타는 프랑스다. 우리가 해야할 일을 몇 가지 정리해보자.

첫째, 우리의 연금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금의 지속가능성은 연금제도와 운용의 양면에서 수익성과 안전성만을 보고 설계 운영되어야 한다. 만일 지속가능성이 떨어지거나 없다고 판단되면 조기에 국민에게 이 문제를 제시하고 해결책을 도출하여야 한다.

둘째, 연금문제는 우리의 미래를 지키는 최후의 보류로 '골키퍼'다. 정치가 연금에 영향을 미치는 일은 막아야 한다. 정치권은 연금을 이용한 '표사기'를 해서는 안된다. 이는 선언으로서가 아니라 법으로 제도화해서 지켜져야 할 우리의 미래다. 연금법제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정치적 매표방지 장치를 보강해야 한다.

셋째, 정치는 국민의 이해충돌을 해소하는 역할과 사회적 통합을 도모해야 한다. 그러나 정치가 분절화시키고 개혁을 유예시키는 악순환을 유발하는 상황이 되면 사회는 각자의 이익만을 도모하게 된다. 연금 개혁의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이를 둘러싼 정치적 갈등이 극단적 사회 소요로 분출되는 구조적 함정에 빠져 불타는 프랑스를 만들고 있다. 연금제도는 지속적으로 파인튜닝을 해야 한다. 정치의 역할은 이 과정에 있다.

이런 점에서 불타는 프랑스는 정치의 실패를 보여준다. 마크롱 정부는 2023년 연금 개시 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늘리는 개혁을 강행하려 의회를 통하지 않는 프랑스 헌법상 특례(제49조 3항)를 썼으나, 극심한 총파업과 지지율 하락을 초래했다. 재정적자를 해소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있음에도 정치는 자신의 당리당략만을 추구하고 있다. 우익도 좌익도 모두 마크롱 이후 대선을 염두에 두고 연금개시연령을 다시 62세로 내리거나 심지어 60세로 낮추려고 한다. 프랑스의 정치가 당리당략만이 있고 문제 해결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다.

넷째, 사적연금제도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금융이 국가연금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여야 한다. 국가의료보험에 대한 보완으로 실손보험과 같은 금융의 역할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국가가 모든 짐을 지는 구조를 금융이라는 국가인프라가 기능하도록 해야 한다.

다섯째,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금체제에서 일하는 전문가들의 처우를 살펴보아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연금은 세계적인 규모의 기관투자자이다. 그러나 이에 취해 있으면 안된다. 최고의 전문가들이 최고의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여섯째, 연금제도는 인구구조 변동에 따라서 지속적으로 개선되어야 하는 법제라는 점을 인정하고 지속적인 개선을 해야 한다.

일곱째, 마지막으로 국민들의 공적인 관점, 연금제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연금 리터러시'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자신의 이익만을 달성하려고 해서는 공화(共和)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불타는 프랑스는 우리에게 강건너 불구경이 아니다. 프랑스의 경우 주요 개혁 조치가 유예되면 국가 신용등급 하락 및 재정 불안정이 심화될 것이다. 프랑스 연금제도의 파탄과 갈등으로 인한 불타는 파리는 고령화 속도가 빠른 우리나라에도 반면교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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