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엣텔 측 "계획대로 진행 중"…네덜란드 ASML과 장비 협상 난항
후공정 강세 속 '제조 자립' 야심 냈지만…초기 공정 목표도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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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통신은 26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외곽의 공장 부지 취재 결과 현장이 여전히 잡초로 뒤덮여 방치돼 있었다고 보도했다. 위성업체 플래닛랩스가 착공 시점인 지난 1월 촬영한 위성사진과 에어버스가 10월 촬영한 사진을 비교해도 건물은 단 한 동도 들어서지 않았다.
사업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공사 지연의 배경으로 시행사의 역량 한계와 행정 절차를 지목했다. 베트남군 산하 통신·방산 그룹인 비엣텔이 반도체 제조공장을 건설해 본 경험이 전무한 데다, 정부 자금을 신속히 확보하는 과정에서 행정적 장애물에 부딪혔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2027년 시험생산 목표를 맞추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정부 주도로 사업 자체는 이어지고 있으나 향후 일정은 극히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반면 비엣텔은 일정에 차질이 없다는 입장이다. 비엣텔은 로이터에 보낸 성명에서 사업이 "정해진 계획과 일정에 맞춰 진행되고 있다"며 기술·시행 요건에 맞춰 단계적으로 추진 중인 만큼 적절한 시점에 추가 내용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베트남 재무부는 관련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앞서 비엣텔은 지난 1월 16일 또 럼 공산당 서기장과 팜 민 찐 당시 총리 등 최고 지도부가 대거 참석한 가운데 하노이 호아락 하이테크파크 27㏊ 부지에서 대대적인 착공식을 열었다. 당시 비엣텔은 약 13억 달러(약 1조7225억 원)를 투입해 2027년 말까지 건설과 기술 이전을 마치고 시험생산에 돌입한 뒤 2030년 완전 가동 체제에 들어가겠다고 발표했다. 이곳에서 생산된 칩은 항공우주·통신·자동차 산업 등에 공급할 계획이었다.
핵심 제조 장비 도입 협상도 제자리걸음이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비엣텔은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과 수개월째 협상을 이어오고 있다. 협상 대상에는 실리콘 웨이퍼에 미세 회로를 새기는 심자외선(DUV) 노광장비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논의 중인 DUV 장비 기종과 합의 지연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다. ASML 측은 협상 관련 언급을 거부했다.
초기 생산 목표가 슬그머니 후퇴한 정황도 포착됐다. 비엣텔은 당초 1월 보도자료를 통해 '32나노미터(㎚)' 공정으로 칩을 양산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이후 홈페이지에서 해당 내용을 삭제했다. 당시 해당 목표를 두고도 반도체 제조 경험이 없는 기업이 32나노로 직행하는 것은 지나치게 의욕적인 계획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인도 타타일렉트로닉스가 대만 PSMC와 손잡고 110억 달러(약 14조5750억 원)를 들여 공장을 짓는 과정에서도 55·90나노 구형 공정부터 시작해 추후 28나노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것과 대조적이다. 비엣텔은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해 줄 기존 반도체 제조사와의 합작 여부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외국인 투자 유치를 통해 첨단 칩 제조공장을 세우려던 베트남 정부의 구상이 난관에 봉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베트남은 조립·테스트·패키징(ATP) 등 상대적으로 자본 부담이 적은 후공정 분야에서는 인텔, 앰코테크놀로지, 하나마이크론 등이 대규모 공장을 가동하고 있고 삼성전자도 칩 테스트 시설을 추진하는 등 글로벌 거점으로 부상했다. 비엣텔 공장은 후공정 중심의 산업 구조를 넘어 가치사슬 최상단인 웨이퍼 제조(팹)까지 장악하겠다는 베트남의 핵심 야심작이었으나, 출발선에서부터 삐걱거리는 모양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