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Advertisements

슬픔을 다시 쓰다… 예술로 마주한 도시의 기억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61102010000693

글자크기

닫기

전혜원 기자

승인 : 2026. 11. 02. 16:05

구글 검색 선호 출처 추가 Google 검색에서 아시아투데이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Advertisements

Advertisements

로나 번·최찬숙 등 국내외 작가 6명 참여
전민경의 희곡 'SAD BOOK' 바탕으로 전시·퍼포먼스 선보여
마로니에공원부터 낙산 성곽까지… 8일까지 무료 개최
로나 번, 〈허들웨어〉, 2015, 직물, 카펫, 가변 크기. 《Embodied Encounters》 설치 전경, Beall Center for Art + Technology, 캘리포니아대학교 어바인, 2016. 이미지 제공_ 작가
로나 번의 '허들웨어'.
국내외 작가 6명이 슬픔과 상실의 의미를 예술로 풀어내는 전시 축제가 서울 대학로 일대에서 열린다. 더 그레잇 커미션(TGC)은 예술가의집과 공동 기획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후원하는 전시 축제 'SAD BOOK 다시 쓰기: 몸으로서의 도시'를 2일부터 8일까지 서울 예술가의집과 마로니에공원, 한양도성 낙산 일대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큐레이터이자 연구자인 전민경이 2015년부터 약 10년간 써 온 5막 레제드라마(읽기 위해 쓰인 희곡) 'SAD BOOK'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작가들이 희곡의 이야기를 각자의 매체와 언어로 확장하는 이른바 '덧쓰기(Overwrite)'를 창작 방법론으로 삼았다. 기존의 이야기를 지우는 대신 그 위에 새로운 해석과 기억을 쌓아 올리는 방식이다.

참여 작가는 아일랜드 출신 로나 번, 베를린과 서울을 오가는 최찬숙, 스위스의 플로리안 돔부아, 황민규, 권아람, 미국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로나 심슨이다. 커미션 신작과 서울에서 처음 공개하는 작품 등으로 구성되며, 영상과 사운드, 조각, 퍼포먼스가 어우러진다.

주목할 작품 중 하나는 최찬숙의 '밋찌나'(2020)다. 버마 밋찌나에 일본군 '위안부'로 억류됐던 조선인 여성들의 흔적을 추적한 2채널 영상 설치 작품이다. 연합군의 전시 기록에 이름과 사진이 남아 있지만 끝내 증언하지 못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허구의 인물 세 명을 통해 재구성한다. 제국주의와 가부장적 민족주의, 페미니즘의 시선이 교차하는 가운데 역사적 기억을 온전히 말한다는 것이 가능한지 질문한다.

최찬숙, 〈밋찌나〉, 2020, 2채널 영상 설치 스틸- 인물. 작가 제공..
최찬숙의 '밋찌나'.
로나 번은 희곡 4막에서 출발한 신작 조각 설치 '물길'을 선보인다. 재활용을 위해 잘게 찢긴 천과 수명을 다한 돛 등을 활용해 슬픔과 분노, 희망이 뒤섞이는 감정의 풍경을 만든다. 개막일인 2일에는 스무 명의 몸이 하나의 조각을 이루는 퍼포먼스 '이동하는 문턱' 서울 에디션을 마로니에공원에서 선보인다.

플로리안 돔부아는 서울의 역사에서 영감을 얻은 신작 '삼중주 악기(서울)'를 공개한다. 한국의 방패연을 본뜬 작품에 희곡의 제사인 시몬 베유의 문장을 새기고, 피아노 줄로 땅 위의 악기와 연결해 바람이 소리를 만들어내도록 했다. 8일 낙산공원과 한양도성 일대에서 진행하는 폐막 퍼포먼스에서는 연을 성곽 위로 띄워 도시의 풍경과 바람을 하나의 공연으로 엮는다.

이 밖에도 황민규는 가족의 슬픔을 기록한 영상 'PULSE'와 희곡 속 비인간 존재 SA가 새로운 출구를 찾아가는 신작 'SA'를 나란히 선보인다. 권아람은 기술의 규격과 인공지능(AI) 신화 뒤에 가려진 인간과 기계의 노동을 탐색하는 미디어 설치 신작 '헌팅, 게더링, 샘플링'을 공개한다. 5일에는 전시장 안을 나는 곤충비행 퍼포먼스 '플라잉'도 진행한다. 1980년대 개념 사진으로 주목받은 미국 작가 로나 심슨은 영상 작품 '클라우드스케이프'(2004)를 통해 사라지는 몸과 남겨지는 목소리를 다룬다.

전시는 작품 감상에 그치지 않고 관객이 직접 희곡을 듣고 읽는 경험으로 확장된다. 관객은 헤드폰으로 배우 황규찬과 조엘리사벳이 각각 한국어와 영어로 낭독한 'SAD BOOK'을 들으며 예술가의집을 둘러볼 수 있다. 희곡 한 권만 놓인 리딩룸에서는 작품을 읽으며 각자의 시간을 보탤 수 있다.

일주일간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3~4일 로나 번의 예술교육 워크숍, 4일 'SAD BOOK 클럽', 5일 피아노 장지원과 첼리스트 신예은의 새드북 이브닝 리사이틀이 열린다. 6일에는 전민경과 드라마투르그 이윤정이 '고통과 진실: 슬픔의 인류학'을 주제로 대담한다. 7일에는 최찬숙과 함께하는 송 서클이 진행된다.

전시는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관람할 수 있으며 금요일은 오후 9시까지 연장 운영한다. 관람료는 무료다. 전시와 라이브 프로그램은 네이버 예약 및 사전 신청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전혜원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